음악은 아름답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므로 인생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즉 어느 쪽에서 사느냐가 다를 뿐이다. 삶을 살 맛나게 하는 것이 아마 사랑이란 단어일 것이다.
왜? 인생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두 글자처럼 흔하고도 뜨악한… 그러면서도 솜사탕같은 감정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랑… 남도 그렇겠거니하고 작품을 보고 있자면, 예술가들의 사랑은 다소 쇼킹한 것 같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켜보고 있자면 대뜸 죽자고 덤빈다. 아마도 예술가들의 복잡미묘, 그로테스크한 감성때문이겠지만 특히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다가 토하는 줄 알았다.
남들 다하는 사랑을 뭐 지들만이 대단하다고 죽네사네 약을 먹고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예술이라는 것도 결국 자기도취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었다.
오래 동안 접어 두었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난 달 다시 꺼내들고 한동안 씨름을 했었다. 그것도 극적인 이유보다는 음악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오페라 최고의 고전 중의 하나로, 흔히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꼽곤 한다. 여기서 고전이란 단어를 굳이 꺼내 든 것은 이 작품이 그만큼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뿐 아니라 음악사에서도 무조음악시대를 열어젖혔다는, 실험정신이 깃든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865년 뮌헨에서 초연됐는데 그에 앞선, 비인에서는 무려 77회의 리허설에도 불구하고 초연이 무산됐다고 한다.
그만큼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조건과 음악적인 생소함때문으로서, 당시로선 연주 불가능 작품으로 낙인 찍히기 조차했다고 한다.
바그너는 이 작품의 환상적인 무드를 위해 무조음 혹은 ‘트리스탄의 화음’이라 불리우는 유도동기(모티브 선율) 를 발명(?)하게 되는데 선율의 모호함 뿐 아니라, 신화에서 따온 복잡한 줄거리 또한 어지간한 철학, 심리학적 밑바탕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녹녹치 않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모르고 오페라를 말한다 할 수 없을만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후대 푸치니… R. 쉬트라우스 등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문학과 예술에서, 사랑이란 주제를 빼면 시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욕망의 존재… 이성의 갈망 속에 생을 추구해 나가는 사랑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만큼 사랑의 본질과 그 모순을 그린 아름답고도 로맨틱한 작품도 없었다. 물론 이 작품은 바그너의 불륜…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체험을 그린 작품이기에, 하나의 오페라이기에 앞서 그 당위성을 비난받을 여지 또한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작가… 혹은 사랑에 빠진 (스캔들)당사자들의 정당성이야 어떻든 인류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공통분모… 그 모순과 갈망의 본질을 영원히 외면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만큼 솔직하고 강렬한 작품도 없었다.
바그너는 빚이 많아 늘 지인들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1857년경에는 오토 베젠동크의 도움으로 취리히 근교의 저택에서 머물게 된다. 그 때 바그너와 베젠동크 부인(마틸데) 사이가 연애 감정으로 발전, 급기야 이혼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이로 인한 상처… 체험을 승화시켜 완성한 작품(1859년)이 바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였다.
작품의 토대는 중세 독일의 시인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서사시에서 따왔는데, 사랑의 묘약이 죽음의 독약으로 변질된다는 줄거리다. 영국 콘월왕 (마르케)의 기사 트리스탄은 왕의 약혼녀 이졸데(아일랜드 공주)의 과거 약혼자를 전쟁에서 전사시켰고, 자신도 부상 당했다.
트리스탄은 신비한 의술을 가진 이졸데를 찾아가 상처를 치유하지만 두 사람의 원한은 오히려 사랑으로 발전하다. 왕의 충성된 기사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사랑을 거부하게 되고, 이에 죽음을 결심한 이졸데에게 시녀가 독약대신 사랑의 묘약을 먹이면서 둘은 헤어날 수 없는 사랑과 죽음의 나락으로 빠져 들게된다.
이졸데가 마지막, 트리스탄의 죽음 앞에서 부르는 “부드럽고 상냥하게 그이가 웃음 짓네"로 시작하는 노래가 그 유명한 ‘사랑의 죽음’이란 노래이다. 바그너는 늘 사랑만이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현실에선 불가능한… 그 모순의 사랑은 오직 죽음 후, 변용으로만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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