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어린아이를 보면 장래 꿈이 무어냐고 묻곤 한다. 그런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서는 간밤에 무슨 꿈을 꾸었느냐고 물어 보기도 한다. 이처럼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자 하는 소망’과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 보고 느끼는 환각의 세계’를 똑같이 꿈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일이다.
이 두 가지 꿈은 우리가 인생을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밤에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않으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수 있듯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젠가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꿈이 없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본능에 따라 하루하루를 생존을 위해서만 살지 않고, 생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뭔가 의미 있는 일, 재미있는 일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태어난 후 유아기를 거쳐 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받고 세상에 대해 약간씩 알아갈 때쯤이면 대부분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에 그리기 시작한다.
각자 좋아하는 것과 소질을 나름대로 판단하여 정치가, 소설가, 학자,과학자, 연예인, 운동선수, 가수, 화가 등 장래 자신의 갈 길을 나름대로 마음속으로 정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 시절 생각했던 꿈이 시종일관 한 번도 변하지 않고 평생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꿈은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꿈! 언제 들어도 아름답고 가슴 설레는 말이다. 중년을 넘어선 많은 이들에겐 회한과 함께 가슴 아프게 와 닿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이들은 흔히 가족, 직장, 생계 등 여러 핑계를 들어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말은 틀린 말이다. ‘장래에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꿈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에게 꿈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가 있다. 정치가, 소설가, 연예인,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 외에도 돈도 벌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고,아이도 갖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죽기 전에 하고픈 일들은 수없이 많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처럼 수많은 ‘하고 싶은 일들’중에 우선순위를 정하여 최우선 순위에 있는 꿈부터 실현해 가는 것이다. 말하자면, 직장생활 때문에 자기가 꿈꾸던 그 무엇이 되지 못한 게 아니라 직장을 통해 돈 버는 꿈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그것부터 먼저 이루고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이 세상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 꿈을 성취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셈이다. 다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꿈의 우선순위를 바꿔 놓은걸 깨닫지 못 해 “…때문에 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왔다”고 착각할 뿐이다.
그러니까 중년을 넘긴 어느 날 문득 자기 생을 돌아보면서 부정적인 회한에 젖을 필요는 없다. 지금껏 나름대로 순간순간 선택에 의해 자기 꿈을 이루며 살아 왔으니까.
혹시 지금까지의 자기 삶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그우선순위를 바꾸면 되는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픈 일들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적어 놓은 것을 ‘버킷 리스트’라고 한다. 미국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나에겐 꿈이 있어요.”라고 한 그꿈처럼 원대하고 거창한 꿈도 있지만, ‘악기 한 가지 연주하기’ ‘캐비아 먹어보기’ ‘아들과 단 둘이 여행가기’처럼 아주 개인적이고 소박한 꿈도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것들을 조목조목 적어놓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며, 죽기 전에 해 보고픈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해보고 죽는 이들은 더욱 적을 것이다. 꿈은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이루기 위해서 꾸는 것이지만, 그런 꿈을 간직하는 것만으로, 또 그 꿈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현실생활이 고단하고 힘들 때 그 어려움을 이기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언젠가는 이루고픈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이란 성취하는 데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갈망하고 노력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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