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수요일 저녁에 브래덕 디스트릭트 카운슬(Braddock District Council)이 주최한 Best of Braddock Awards라는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연례 행사인데 나는 특별히 다른 일이 있지 않는 한 매년 참석해왔다. 이 행사에서는 브래덕 디스트릭트 카운슬이 브래덕지역 내에서 모범이 되거나 공로가 많은 주민, 단체들을 몇 개 부문 별로 선정, 시상한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9개의 행정관할지역 (Magisterial District)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나는 브래덕 지역에 거주한다. 사실 이 지역에서 거의 30년간 살았다. 브래덕 지역은 지리적으로 페어팩스 카운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데 9개 지역 중 가장 면적이 작은 곳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다. 조지메이슨 대학이 지역 내에 위치한다.
카운티 곳곳마다 동네입주자협회나 주민협회 같은 주민자치단체들이 있는데, 브래덕 디스트릭트 카운슬은 브래덕 지역에 있는 이러한 각종 주민자치단체들의 연합회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단체는 가입 회원 단체들과 수직적이라기 보다는 수평적,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카운티 정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그러나 브래덕 지역 내의 각종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지역 내에서 주민들이 자원봉사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논의, 관장, 조정하기도 한다.
이 날 행사에서는 6개 부문에서 시상이 이루어졌다. 가장 큰 상이라고 볼 수 있는 올해의 주민상은 남녀 각 한명 씩에게 주어졌다. 남자로는 킹스팍과 버크센터 도서관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현재 페어팩스 도서관재단의 상임이사 직을 맡고 있는 드웨인 켓치 씨가 받았다. 그리고 여성 수상자는 에미 자이델 씨였는데 기탁부양 어린아이들과 부모들을 오랫동안 도왔다고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들 아래에서 자라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올해의 청소년상은 이글스카웃 출신인 죠나단 맥카티 군에게 돌아갔고, 로컬정부 수훈공무원상은 맥카티 군과 함께 아코틴크 호수 산책길 보수 공사를 도왔던 데니스 바튼 씨가 받았다. 지역 발전 공로 단체상은 롱브랜치 냇물 동우회, 또한 환경미화상은 커먼웰스 수영클럽의 제임스 왓킨스 씨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킹스팍웨스트 타운하우스주민협회의 메릴린 스토니 씨와 그 외의 주민들에게 주어졌다. 마지막으로 특별상은 페어팩스카운티 공원국 직원들에게 동네 놀이터를 짓는데 보여준 도움에 대한 감사표시로 주어졌다.
이 날의 시상식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브래덕 지역 수퍼바이저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브래덕홀에서 있었다. 이 장소는 주민들이 신청해 사용 가능한 집회장소인데 약 4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상식에는 매년 자리가 모자라 참석자들의 상당수가 서 있어야 할 정도이다. 올해에도 입추의 여지 없이 약 80명 정도가 참석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날 참석자들을 보니 나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백인들로 보였다. 브래덕 지역 주민들의 인종분포도는 페어팩스 카운티 전체의 평균 정도이다. 한인들도 상당히 많이 거주한다. 그렇다면 참석자들 중 적어도 1/3 정도 이상이 아시아인과 흑인 등의 소수인종계 주민들로 채워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백인들 뿐이었다.
나도 미국에 이민온 지 40년이 넘었지만 한인 이민자들이 제법 상당한 숫자로 페어팩스 카운티로 모여들기 시작한지도 이제 30년이 더 된다. 그러니 이제 이 곳 한인사회도 이민 사회로써 유아기를 지나 청년기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날 행사와 같은 동네 커뮤니티 차원의 모임에서는 웬만해서 한인들을 찾아 보기 힘들다. 한인 사회의 규모나 갖고 있는 잠재적 능력, 그리고 각종 단체의 숫자를 고려할 때 이는 적잖이 실망스러운 현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날의 행사는 나로 하여금 우리 한인들은 언제까지 한인사회 안에서만 활동하고, 친분을 유지하고 지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넓은 미국사회에서 이방인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자문을 거듭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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