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외할아버지에 의해서 버려져서 죽을 뻔했고, 그 후 한갓 소를 치는 왕의 노예 아들로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왕자라는 것이 밝혀져서 부모가 있는 페르시아로 보내졌던 키루스. 그는 그 사회 최하층 신분으로 살아 봤던 만큼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보통의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키루스는13살 때 어머니 만다네 공주와 함께 외할아버지가 왕인 메데 제국에 유학을 간다. 할아버지는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페르시아 말로 샤한샤(χyaθiya χyaθiynm), 왕중왕(王中王) 이다. 대단한 위엄과 치장으로 외손자를 만났지만 키루스는 전혀 거리낌 없이 아스티아케스 왕에게 달려가서 껴안고 매달렸다. 이때 왕은 아마 (이 녀석, 전혀 겁을 안내는군) 싶었을 것이다.
“엄마, 할아버지 정말 멋져요!” 키루스가 할아버지를 보고 감탄을 하자 어머니 만다네 공주가 물었다. “너는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중에서 누가 더 멋지다고 생각니?” 키루스는 즉시 대답했다. “페르시아에는 아버지가 가장 멋지고요, 메데에서는 할아버지가 가장 멋져요.” 어린아이로써는 대단히 정치적인 표현이다. 키루스는 메데에서 몇 년을 머물며 대제국의 선진문물과 기병전술같은 군사학을 배움과 동시에 또래 친구들과 많이 사귀었다.
특히 친구와 사귈 때에는 신분에 전혀 구애됨 없이 그 집을 방문하여 놀고 그 집 부모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대하였다. 그 집에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했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슬퍼했다. “왕의 손자인 내가 꼭 뭘 해주어서가 아니다. 기쁨과 슬픔을 더불어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키루스의 마음새는 나중 군사들을 지휘할 때에도 그대로 쓰였다.
사졸들과 같이 먹고 자고 기쁨과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것이었다. 키루스가 페르시아로 돌아갈 때 쯤 되어서 할아버지는 진수성찬 음식을 산더미처럼 손자에게 차려 잔치를 해주었다. “이걸 제가 다 먹으라고요?” 키루스가 할아버지 왕에게 물었다. “아무렴 다 네 것이다.” “그럼, 제가 원하는 대로 처리해도 되는 거지요?” “그렇다.” 할아버지의 대답이 떨어지자, 키루스는 주위에 있는 왕의 시종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너는 우리 할아버지를 잘 보좌해 주었느니 받아라. 너는 내 어머니를 잘 안내했으니 받아라. 너는 내게 창던지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니 받아라. 너는… ‘이렇게 했으니 받아라’…’너는 저렇게 했으니’ 받아라.” 모두 한 사람씩 지적해 가면서 그 동안 자기에게 잘 해준 것을 하나하나 감사 하면서 음식을 돌렸다. 왕 주위 시종들 모두 감탄으로 입이 딱 벌어졌음은 물론이다.
키루스가 돌아갈 때 할아버지 아스티아케스 왕은 많은 선물을 손자 키루스에게 주었으나 키루스는 작별을 아쉬워하며 국경까지 전송한 친구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돌려보내며 위로하였다. “너무 섭섭하지 마라. 머지않아 내가 다시 온다.”
십 몇 년 후 그의 말은 사실이 되어 키루스는 페르시아 군사를 거느리고 다시 와서 메데 제국을 접수한다. 키루스가 어떻게 메데 제국을 접수했는지는 <역사>를 쓴 헤로도토스와 <키루스의 교육>을 쓴 크세노픈의 설명이 전혀 다르다.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갓난아이 키루스를 죽이지 않았다고 그 벌로 자기 자식의 고기를 먹게 한 아스티아케스 왕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던 하르파고스가 키루스에게 비밀리에 반란을 권유하고, 왕이 자기를 진압군 사령관으로 임명하자 오히려 군사를 돌려서 메데의 왕조를 엎고 키루스에게 항복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세노픈에 의하면 키루스가 거병한 것은 할아버지 아스티아케스 왕이 죽은 다음 왕위에 오른 외삼촌 키악사레스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인접 강국인 아시리아가 메데를 침공하자 외삼촌은 페르시아의 조카 키루스에게 원병을 청했고, 키루스가 메데와 페르시아의 연합군을 지휘하여 아시리아와의 전쟁에서 이기자 외삼촌은 조카에게 왕위를 양위하였다고 했는데, 솔직히 필자는 둘 중에서 어떤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는 어린 키루스가 메데에 있었을 때 모두를 친구로서 진실하게 대한 것이다. 그리고 메데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이 키루스에게 건 것이다.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사람을 얻어야 하는데,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키루스는 특히 이 점에서 훌륭했다. 키루스는 메데의 왕에 오르며 나라 이름도 페르시아로 바꾸었다. 그리고 메데나 페르시아나 출신지역에는 전혀 상관없이 인물본위로 인재를 등용하여서 나라를 대제국으로 세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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