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가 파탄 났다. 지난달 말에 IMF에 갚아야 할 빚을 갚지 못함으로 선진국으로 첫 번째 채무상환 불이행 국으로 전락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중요한 이유가 부실한 세무제도와 과다한 공무원 월급, 은퇴연금, 복지재정지출 이었다. 세입이 부실한 이유가 보통 불경기에 있지만 그리스의 경우는 부정부패로 기능을 잃은 세무제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많은 국민들 특히 고소득자들이 Fakelaki(작은 봉투)을 내고 납세를 회피하는 것이다. 그리스에는 세금납부에 40-40-20%라는 불문율이 적용된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내야 할 세금의 40%는 뇌물, 40%는 감세, 20%는 납부되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세입은 부실한데 절제 없는 재정지출을 감행하니 경제가 파탄 날수 밖에 없다.
그리스의 ‘작은 봉투’를 한국에서는 촌지라고 한다. 촌지는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작은 선물로 서로를 따뜻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부유해짐에 따라 탐욕도 늘어 촌지의 액수가 급증 해 졌고, 주는 사람은 주는 것 이상의 대가를 기대 하고, 받는 사람은 자기가 베푼 행위에 보상을 기대하는 상업적인 거래관계로 전락 했다. 이러한 뇌물행위가 한국사회에 유치원으로부터 국회나 대통령 직무실까지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니 걱정 된다.
촌지와 뇌물의 차이는 선물을 누구에게 주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공직자나 권력 있는 사람에게 금품이나 선물을 주면 무조건 뇌물로 보아야 한다. 뇌물은 다목적으로 이루어진다. 단기적인 대가 기대 일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관계개선을 위한 투자, 만약을 대비하는 보험료, 상납을 안 했을 때 보복방지수단 일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국회에서 통과한 김영란 법을 보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선물을 주고받으면 대가 관련성이 없어도 뇌물로 인정하고 처벌을 받지만 100만원 이하 이면 대가관계가 입증되어야 뇌물이라고 한다. 금액이 100만원 이하이면 대가입증이 없으면 뇌물이 아니라니 언어도단이다. 미국 에서는 공직자가 50달러 이상의 금품이나 선물을 받으면 아무런 직무관계가 없어도 뇌물로 간주 한다.
뇌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수십억의 검은 돈이 사업자금에서 인출되면 사업실적이 부실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부실 사업은 부실공사, 불량 완제품, 대형사고 등으로 연결된다. 세월호참사, 해운비리, 국방산업비리, 원전비리, 성완종 비리등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검은 돈 거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간접적으로는 사회질서가 파괴되고 한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상실케 한다. 국가나 기업의 중요한 안건들이 업적이나 실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은 돈의 개입에 따라 결정되면 물질 만능의 불안정한 사회가 된다. 국제부정부패지수(Global Corruption Index)를 보면 한국이 100점 만점에서 55점이라니 낙제점수 이다. 선진국 대열에 서려면 적어도 70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그리스의 43점 보다는 높다.
뇌물이 부실사업, 사람생명위협, 사회질서 파괴와 국가브랜드 가치까지 상실케 하는 역할을 하니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뇌물행위를 근절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선 100만원을 뇌물의 기준으로 잡으면 대가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뇌물행위 추적이 둔화 될 가능성이 있다. 김영란법이 국회의원에게는 예외라는 것도 문제이다. 부정부패의 가능성이 높은 국회가 제외되다니 실망이다. 최근에 성완종 비리사건이 부실하게 마감되는 것을 보니 뇌물과 부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선포한 촌지근절대책이 김영란법 보다 실효성이 높을 것 같다. 1만원 이상의 상품권을 받으면 경고를 받고, 10만원 미만이면 감봉이나 견책을 받고, 10만원 이상이면 파면이나 해임된다니 엄한 벌이다. 또 제보자는 최고 1억원까지 보상을 받는다 한다. 한국사회에서 끈질긴 뇌물, 부정행위를 근절하려면 이 정도의 강도 높은 뇌물금지법이 시행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리스 사태가 뇌물의 비극적인 종말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태를 모면하려면 뇌물, 부정행위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이런 행위를 청산 하려면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데 그러한 의지가 희박하다. 뇌물행위 청산에 앞서야 할 장본인들이 뇌물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싱가포르에서 뇌물과 부정행위를 근절한 싱가포르의 고 이관유 총리 같은 지도자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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