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큼 앞으로 정상이 나타난다. 할리웃 사인이 우리를 반긴다.
[Mt. Hollywood]
우리 한인 등산동호인들이 등산활동의 묘미를 거론하면서 흔히 나누는 농담으로 “주말마다 산에 가서 산신령이 지어놓은 보약을 먹고 온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 바, 다소 원시적인 소박한 표현이면서도 그 안에 우리들 한국인으로서의 전통적인 정서가 담겨 있는 정감어린 말이라고도 하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LA는 워낙 자랑거리가 많은 도시인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에서도 단연 그 우월성이 두드러진다.
Griffith Park는 금광산업에 투자하여 큰 부자가 된 Wales 태생의Griffith Jenkins Griffith(1850~1919)가, 4,000여에이커에 이르는 Rancho Los Feliz를 취득하여 타조농장으로 활용하던 땅 3,000여에이커를 1896년에 LA 시민에 대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에 기증함으로써 비롯되었는데, 공원 부지 안에만도 서울의 남산 높이(494m) 내외의 봉우리들이 9개나 있으니, Cahuenga Peak(1,820’, 551m)를 필두로, Burbank Peak(1,690’, 512m), Mt. Lee(1,680’), Mt. Hollywood(1,625’), Mt. Chapel(1,614’), Mt. Bell(1,582’), Mt. Baby Bell(1,570’), Glendale Peak(1,184’), Bee Rock(1,056’) 등이 그것이며, 이 안에 있는 등산로의 총 연장거리도 53마일에 이른다고 하니, 이곳은 일반시민들은 물론 등산 애호가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이 공원 안에 있는 수많은 등산 산책코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천문대 주차장에서부터 Mt. Hollywood 정상까지 이어지는 ‘Charlie Turner Trail’을 소개한다.
왕복 3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500’가 되며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 쉽지만 아름다운 코스인데, 특히 LA 일원의 도시 전경들과 San Gabriel 산맥의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남쪽 산줄기의 산들을 일목요연하게 관찰할 수 있어, 대단히 경이롭다.
특히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면 1시간으로도 왕복 산행이 가능하므로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 산에 올라 정상에서 멋진 일출을 즐기고 여유 있게 직장에 출근도 할 수 있어, 거의 매일 산을 오르는 이 코스의 애호가들이 적지 않다.
▶ 등산 코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의 앞에 있는 넓은 주차장이 끝나는 맨북쪽에 Charlie Turner Trail의 시작점임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서있고, 흙으로 된 넓은 도로가 계속 북쪽으로 이어져 올라간다. 등산로 시작점에서 0.1마일을 지날 무렵엔 길 왼쪽으로 작은 공원 형태로 꾸며 놓은 아담한 소나무 동산이 나오는데, ‘Berlin Forest’라는 표지판이 있다.
LA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도시 Berlin을 기념하는 의미이겠다.
곧이어 나오는 다리를 건너면 길이 왼쪽으로 굽어져 북서쪽을 향해 나아가는 완만한 오름길이 된다. 0.5마일 지점이 되면 길이 바짝 오른쪽으로 꺾이어 북동쪽을 향하게 되고다소 가파른 오름길이 된다.
이제 세계적인 명물인 ‘HOLLYWOOD’글자 사인이 있는 Mt. Lee가 북서쪽으로 가깝게 보이게 되는데, 산행에 나선 시각이 일출 전의 새벽이라면, 아마도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어 바다 위에 떠있는 하나의 섬처럼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길을 따라 걸어가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도시 전경은 물론, 산과 계곡들과 길가의 아름다운 소나무, 참나무, Ceanothus, Buckthorn, TreeTobacco, Laurel Sumac, Toyon 등을 망라하는 각종 수목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Toyon이란 식물은 Holly라고도 부르며, ‘Hollywood’란 말이 나오게 된 주인공인데, 가을과 겨울에는 작은 앵두알 같은 빨간 열매가 뭉텅이로 열려, 그 화려함과 요염함을 자랑한다. 계절이 봄이라면, 흔히 노랑 유채꽃이라고 말하는 무 잎처럼 생긴 Black Mustard, 민들레, 야생 해바라기, 파피 등도 볼 수 있다.
오른쪽인 남쪽으로는 조금 전에 우리가 등산을 시작한 천문대의 아름다운 모습이 마냥 신비로워 하늘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인류의 과학시설이라기보다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하늘을 경배하기 위한 종교시설이 아닐까 싶게 성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내 저만큼 앞으로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에서 보는 전망은 역시 대단하다. 북쪽으로는 San Gabriel 산맥의 맨 남쪽 줄기가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고, 시각이 새벽이라면 동편으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과 구름을 볼수 있겠다.
남쪽으로는 그리피스 천문대와 LA Downtown의 마천루가 신기루인양 구름바다 위에 떠있고, 서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구불구불한 등산로와 Hollywood 사인, 그리고 West LA의 시가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노익장과 비익연리의 지극한 부부애를 과시하듯 손에 손을 잡고 산을 오르는,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커플들이 많다는 것인데, 올해 78세가 되신다는 ‘젊은 박 여사’님처럼 20년이 넘게 거의 매일 새벽시각에 꾸준히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도 결코 적지 않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Vermont Ave.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Los Feliz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로부터 완만하게 구부러지는 주택가 길을 0.3마일쯤 더 올라가면, Griffith Park임을 알리는 큰 Sign이 왼쪽에 서 있다. Wilshire Blvd.와 Vermont Ave.의 교차로에서부터는 3.7마일 지점이다.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여 0.5마일을 더 오르다가, 짧은 터널을 통과하면, 세 갈래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 갈래를 따라 올라가며, 곧 천문대 앞의 화장실이 완비되어 있는 넓은 주차장에 이르게된다.
Wilshire Blvd.와 Vermont Ave.의 교차로에서부터는 5.0마일 지점이 되는데, 이곳에 주차한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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