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으로서 매년 졸업식에 내빈으로 참석을 하는데, 올해도 모두 24군데에 참석했다. 무리한 일정 탓에 몸이 뻐근하지만 기분은 좋다. 졸업식에 가보면 연설을 많이 듣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나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그런데 이번에 로빈슨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그 학교 교사인 스티븐 스나이더 씨가 한 연설은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허락을 받고 여기에 연설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유명인사가 아닌 평범한 교사가 졸업연설을 하려니 송구스럽다. 그러나 학생들이 감명 받을 수 있는 것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아 왔던 교사로서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열정을 좇고, 주위로부터 감명을 받을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갖춰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재능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면, 분명히 성공한다.”
“나는 4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다. 교사였던 어머니는 우리 넷을 키우기 위해 집에 계셨고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셨다. 매일 저녁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같이하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숙제를 하고 텔레비전도 본 후 잠자리에 들었다. 주말에는 늦잠이나 침대에서 그냥 뒹구는 일은 없었다. 아침 8시 이전에 일어나 집안일을 했다. 청소, 세탁, 설겆이는 물론 나무를 잘라 땔감도 만들고, 자동차나 지붕 수리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드라이브웨이의 콘크리트를 큰 해머로 찍어내 갖다 버리기도 했다. 당시 불평도 종종 했지만 사실 나에게는 좋았던 시간이다. 아버지와 같이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고, 나름의 성취감도 느꼈다.”
“사실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부모님 모두 머리가 좋으셨고, 내 형제들도 똑똑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영어, 역사 그리고 특히 수학이 너무나 어려웠다. 오죽하면 어머니가 나를 돕기 위해 스스로 수학을 공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거나 고치는 것에는 재주가 있었다. 자전거나 자동차 수리, 가구제작 같은 것을 잘 했다. 17살 때 자동차 엔진을 재생시키기까지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기가 죽었다. 중요 학과목에서 잘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형제들의 대학 진학은 당연시 여겨졌다. 그러나 내 성적으로는 그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 4년 동안 6과목이나 배웠던 기술과목 선생님의 말씀이 나를 깨우쳤다. 나에게 졸업 후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았느냐고 물으셨다. 사실 생각은 해보았으나 자신이 없어 그냥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기술 교사’가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나에게 가르치는 재능이 있다고 했다. 기술과목 급우들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교사인 나보다 너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느냐고 덧붙이셨다. 그 선생님이 나를 대학교 교수님들과 연결시켜 주었고, 그 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버지니아텍에 진학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엔 어려웠지만 노력해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페어팩스 교육청으로부터 조기 채용되어 모교에 돌아와 가르칠 기회도 얻었다. 그러면 이제 내가 누구한테 더 이상 주눅들지 않아도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대학 졸업 축하 파티에서였다.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모였다. 친구 하나는 큰 건설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의료계에 진출한다고 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도 있었다. 누가 나의 계획을 물어 보았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무언가 창피한 듯 작은 목소리로 로빈슨에서 가르치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 때까지 어머니가 그렇게 화낸 적을 본적이 없다. 내 팔 뒤쪽을 아주 세게 꼬집으면서 엄한 목소리로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느냐? 다른 사람들에게 네가 교사라고 얘기할 때 항상 고개를 똑바로 들어라.’”
“이제 가르친 지 25년이 되었다. 여러분들 중에 나처럼 스스로가 별로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직업 전선에 나서거나 군에 입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죽지 마라. 우리 모두에게는 나름대로의 재능이 주어졌다. 무엇을 하든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꼭 살려라. 그리고 그 재능으로 주위에 감명을 주어라. 열심히 노력하면 여러분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