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정희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그러나 내 직업에 관련된 교신을 통하여 그분은 전문성이 있는 남의 말을 존중 한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나는 1960년대 초에 미국에 와서 인사관리, 국제경영과 경영전략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한국경제와 경영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학술잡지에 발표했다. 그 중 1970년대 중반에 출판된 글 ‘한국산업의 발전과정’을 박 대통령께 보내드렸다. 이 글은 수차례 거친 5개년경제개발계획의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한 것이었다. 몇 주 후에 예상치도 않았던 박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 한국경제발전에 대한 것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주어 고맙다는 내용 이었다.
그 해 여름에 우리가족은 한국을 방문하여 번영하는 한국을 보았다.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위장 이민을 했으니 정식으로 수속을 하고 떠나라는 것이다. 가을학기가 곧 시작 하는데 못 간다니 난처했다. 외무부 여권과에 가서 면접하던 중 박 대통령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당황한 여권과장이 여기저기 전화하더니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다음날 비행장에 갔을 때 우리는 귀빈실로 안내 되었고 일등석에 탑승하게 되었다. 그때 씁쓸했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해 과학기술부 신설 법안을 작성했던 대학동문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한국경제, 기술개발, 고급인력 개발에 관한 논제를 가지고 장시간 이야기 했다. 반 년이 지난 후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고급인력자원개발 책임자로 오라는 제안이었다. 정부 각 부처에서 매년 200명의 적임자를 선출하여 미국대학 및 대학원에 입학시켜 2년간 교육시키라는 임무였다. 막중한 책임감과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제안이었다. 가겠다는 생각을 몇 번 해보았지만 미국에서 내 직업이 잘나가고,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또 한국을 떠날 때 황당했던 기억 때문에 주저하게 되었다.
이 같은 에피소드와 한국경제를 연구하면서 박대통령의 선견지명, 판단력, 설득력, 창의력, 추진력과 강한 의지를 존중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꾼 세계적인 지도자 다섯 명을 뽑으라면 미국의 링컨과 레이건, 한국의 박정희,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를 뽑겠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도를 폐쇄 했고, 레이건 대통령은 미-소 냉전을 종결, 박 대통령은 빈곤에서 부를 창조, 덩샤오핑은 박 대통령을 본받아 중국경제를 살리었고, 리콴유는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근절했다. 이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첫째, 그 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사명을 파악하고 둘째, 국민들과 소통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셋째,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목적을 이룬다는 것이다.
경제개발에는 네 가지 요소 (자본형성, 인적 물적 자원, 사회적 생산기반, 산업과 경영기술)가 필요하다. 재래식 경제개발이론에 따르면 한국과 같이 빈곤한 나라는 수입대치 산업이나 경공업에 투자 하여 내수에 집중하라는 처방을 받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제구상은 전혀 달랐다. 가발이나 의류 생산은 외화를 버는 수단으로 장려하면서, 철강, 조선, 자동차, 기계, 화학, 전자와 같은 중공업과 기술산업에 집중투자 하여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거대한 꿈 이었다. 세계 은행가들은 한국과 같은 나라가 이렇게 방대한 경제개발 계획을 시도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하여 투자를 꺼려했다. 내적으로 형성된 자본도 없고 외자도 유치 할 수 없으니, 정부주도의 자본형성을 위해 시중은행들을 국영화 하면서 국세청을 강화 했고, 외화를 벌기 위해 인적자원을 외국에 투입, 수출진흥을 위하여 무역협회 같은 기구를 설치했다. 형성된 자본을 중공업에 투자 했고, 수출산업에 특혜를 부여하며, 물류산업을 위해 경부선 고속도로 건설, 농어촌 개발을 위한 새마을 운동 등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경영학적으로 볼 때 박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회사(Korea, Inc.) CEO’ 였다. 그 결과는 빈곤했던 한국이 반세기 안에 세계적인 강성대국으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개발모형이 새로운 경제개발이론으로 부각 되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인권을 침해했던 독재자라는 부담을 갖고 있지만, 그러한 과오로 박대통령의 업적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한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고 지도자임은 물론 세계 최초의 경제개발 대통령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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