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골이·수면 무호흡 “자도 자는 게 아냐”
▶ 낮에 잠 쏟아지는 기면증 기절하듯 푹… 마비증상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휴식을 취하는 잠은 건강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면장애가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자신에게 수면문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숙면을 방해하는 여러 수면장애에 대해 간략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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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Sleep apnea)
코골이는 잠을 잘 때 혀는 늘어지고 목 근처 호흡기 주변 근육들이 좁아져, 숨을 내고 쉴 때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도 주변 인후부가 진동돼 소리가 나는 것이다.
수면 무호흡은 상부기도가 좁아지면서 막혀 공기가 폐로 들어가지 못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폐에 산소공급이 차단되면 이를 알아차린 뇌가 잠들어 있는 몸을 깨우게 되고 결국 코골며 자는 동안 몸은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하게 되는 것. 잠을 자다가 ‘컥컥’하는 소리까지 낸다. 잠을 자고 났어도 아침에 깨고 나면 밤새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피곤하다.
코골이는 65세 이상 과체중 남성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비만이나 과체중인 경우는 목 주변도 당연히 살이 찌기 때문에 지방이 비강에서 인후부까지 쌓여 호흡기가 좁아져 코골이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 수면 무호흡으로 인한 수면부족은 호르몬 변화로 계속 피로하고 배고픔을 느껴 체중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성인에게 코골이가 많이 나타나지만 어린이도 편도선 비대증인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수면 무호흡은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 여러 질병이 발병할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근 연구에서는 골다공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 미 골?미네랄연구학회(ASBMR)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골·미네랄 연구저널’(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골세포 교체는 뼈 건강에 중요한데,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의 질과 시간, 산소 수치, 염증 등 골대사에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에 악영향을 줘 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됐다.
먼저 자신이 수면 무호흡인지는 전문가에게 정확히 진단을 받아 봐야 한다. 수면 무호흡 치료는 미국에서 지속적 기도양압 호흡기(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CPAP)가 많이 쓰인다. CPAP는 코를 통해 지속적으로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기도로 공급해 수면 무호흡환자에게 발생하는 기도 막힘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과체중이면 체중을 줄이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 비스듬히 누워 자게 되면 똑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코골이 예방에 도움된다. 테니스공 같은 것을 등에 붙여 옆으로 누워 자면 코골이 예방에 도움된다. 구강 내 장치로 혀가 기도를 막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도 있다. 수술로 편도를 제거하거나 인두부 점막 제거수술 같은 수술적 치료법도 있다.
# 하지불안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RLS)
저녁시간 또는 잠을 잘 때 다리가 쑤시고, 저리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 드는 증상을 말한다. 10명 중 1명꼴로 중년 이후에는 흔한 증상이다. 개미 같은 것이 기어가는 듯한 스멀스멀한 느낌이 지속돼 잠을 이룰 수가 없거나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기도 한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50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된 경우 가족력과 관련이 깊다. 또 철분 부족 및 뇌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불균형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신한 경우 막달에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출산 후 사라지기도 하며, 또한 말기 신부전으로 신장이식을 한 경우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RLS의 전형적인 증상은 주로 쉬거나 자려고 누워 있을 때 장딴지 안쪽에 불쾌한 느낌이 발생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려는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통 저녁에서 밤에 걸쳐 나타나며 다리를 움직이면 금세 증세가 없어지거나 좋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인해 낮 시간에 졸리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또 저녁만 가까워지면 그 느낌이 찾아올 것이라는 불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일단 RLS가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진단 받는 것이 좋다. 얼음찜질이나 온찜질, 마사지, 따뜻한 욕조 목욕, 스트레칭, 운동, 요가 등도 도움될 수 있다. 담배 및 술을 끊는 것도 증상완화에 도움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숙면을 방해하며, 또한 니코틴은 RLS 증상을 촉진할 수 있다.
약물 처방 때에는 도파민 작용제인 리큅(Requip), 항경련제 뉴론틴(Neurontin), 오피오이드 진통제인 퍼코단(Percodan), 벤조디아제핀 계열인 발리움(Valium)이 사용된다. 이들 도파민 작용제, 오피오이드 진통제나 항경련제 처방 때 졸피뎀 계열의 수면제 앰비엔(Ambien)이나 루네스타(Lunesta) 등이 함께 처방되기도 한다.
# 이갈이
잠을 자다가 턱이 얼얼하고 아프거나 혹은 만성적인 두통이 있다면 잠을 잘 때 이를 가는지 한 번 살펴봐야 한다.
이갈이는 잠잘 때 무의식적으로 이를 갈거나 윗니와 아랫니를 꽉 악물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밤에 잘 때 무의식적으로 이를 갈기 때문에 자신이 이를 가는 줄도 모르거나, 혹은 함께 잠자리에 드는 배우자가 이를 간다고 말해 줄 때까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갈이가 가벼운 정도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이를 가는 습관을 발견하면 먼저 치과의사를 찾아 부정교합 문제인지 살핀다. 이갈이의 원인은 분명치 않다. 주요 원인으로는 스트레스와 불안증, 긴장, 좌절, 공격적이거나 경쟁적인 성격, 부정교합, 수면장애, 항우울제 복용 등이 있다.
치료에는 스플린트(마우스피스를 이용한 턱관절 교정 보조장치), 마우스 가드, 스트레스 조절 치료, 부정교합 치료, 보톡스, 행동인지 치료 등이 있다.
# 생체시계가 꺼진 경우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고 깨어 있다면 수면위상 지연 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일 가능성이 있다. 불면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약 10%가 이 지연성 수면위상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체에 내재돼 있는 생물학적 시계인 생체시계의 오류로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시간이 청소년기가 되면 새벽 12시 혹은 그 이후로 늦어진다. 청소년기 때 올빼미족이 됐다가 어른으로 성장해서도 계속 이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루에 적어도 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고혈압, 당뇨병 발병위험이 커진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해 아침에 제때 일어나지 못한다. 잦은 지각이나 학습장애, 능률 저하 등이나 교통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수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카페인은 줄이고, 잠자리에 들기 90분 전부터는 잠을 방해할 수 있는 TV나 스마트폰 등 첨단기기 등은 치운다. 아침에는 햇빛을 쬐서, 24시간 생체리듬 주기를 다시 회복한다. 항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같은 시간에 기상해야 한다. 생활수칙으로 수면위상 지연증후군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광치료법, 멜라토닌 제제 처방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 몽유병
잠이 든 상태에서 주변을 걸어 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또 잠에서 깨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 대개 비 렘(REM) 수면기에 나타난다. 인구의 4%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5~12세 어린이에게 보통 나타나며, 청소년기나 성인·노인 등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가족력과 관련이 깊고, 수면부족이 동반될 가능성이 많다. 졸피뎀 부작용으로 몽유병 유사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도움 되기도 하며, 안전상 문제가 없다면 약물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 기면증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낮 시간에 참을 수 없이 잠이 오는데 이겨낼 수가 없다. 갑자기 길을 가다가도 기절하듯 쓰러져 잠을 잔다. 근력 손실로 갑자기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잠에 들거나 깰 때 꿈같은 환각증세가 나타난다. 갑자기 렘수면 상태에 빠져 들고 비 렘수면은 건너뛰기 때문. 잠이 시작되거나 끝날 때 수면마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의식은 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환자에 따라 기면증과 함께 수면 무호흡을 함께 갖고 있거나 혹은 하지불안 증후군, 불면증까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약물처방은 처음에는 프로비질(Provigil)이나 뉴비질(Nuvigil) 등이 처방된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나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s)를 렘수면을 억제하기 위해 처방하기도 한다. 삼환계 항우울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생활수칙으로 낮잠시간을 20분 정도 갖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 술과 알콜은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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