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칼럼에서는 나의 삶에 있어서 거짓을 피한다는 신조를 언급했다. 하지만 2001년 여름 중국에 여행 중 나도 모르게 잠깐 동안이나마 가짜 이수성이 된 경험이 있다. 알러지 두통으로 항상 찡그리고 사는 나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는 동기 아니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것저것 다 배워보려는 욕심이 많은 아내가 나를 졸라 중국의 지압술인 투이나를 2주간인가 배우러 북경엘 갔던 때였다. 어느 날 북경 관광 도중 한국대사관 리무진들이 도착하여 귀빈이 내리는 것을 본 중국인 관광 안내양이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서 얼마 전까지 국무총리를 하던 이수성 씨로 보인다고 답해준 적이 있었다. 그 바로 다음 날인지 명릉엘 갔는데 관광버스가 도착한 것이 명릉 관광 종료 시간 직전이라서 문을 닫게 되었으니 안내양에 대한 미국 관광객들의 항의가 대단했다. 안내양이 잠깐 기다리라면서 경비대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하더니 우리 일행더러 빨리 내려서 명릉을 보라는 것이 아닌가. 우리 일행이 내려서 정문으로 향하는데 적어도 20여명쯤 되는 경비원들이 우리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게 좀 수상스럽기는 했다. 구경을 잘하고 버스에 오르자 안내양이 하는 설명이 걸작이었다. 경비대장에게 나를 지목하면서 한국의 전 총리 이수성 씨인데 북경 올림픽 장소 후보 검토 대표단과 함께 왔으니까 꼭 명릉을 보아야 된다고 해서 닫은 문이 열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짧은 바지에 샌달을 신고 있었기에 경비대장이 좀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안내양의 거짓말이 곧 들통이 났었을 것이고 나 역시 혼좀 났을런지도 모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의 발전 모습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마련되었던 것처럼 중국도 2008년 올림픽을 북경에서 개최하여 중국 경제 발전의 도약대로 삼으려고 안간힘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올림픽 게임을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이 국가들 간에 치열하다. 올림픽 경기 선수들 및 관광객들의 소비로 실물 경제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TV 방영권 등 올림픽 특수 경기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가능성 때문이겠다. 그리고 올림픽 장소를 선정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집행위원들에 대한 로비 또는 금품 공세가 대단하다고 보도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김 모 씨에게는 금전적인 뇌물은 안 바쳤는지는 몰라도 별로 뛰어나지 않은 피아니스트인 그의 딸의 피아노 연주회 주최로 그의 환심을 샀던 나라도 있다. 그런데 올림픽 개최국이 항상 덕만 보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처럼 올림픽이 저주가 되는 수도 있다. 앤드류 짐발리스트란 미국 대학교수가 “최대의 서커스: 올림픽과 월드컵 주최 배후의 경제적인 도박”이란 책을 내기까지 할 정도다.
엊그제 미 법무부가 국제축구연명(FIFA) 집행위원회의 주요 간부들 7명과 방송중계권과 나이키 등 회사 스포츠 용품 독점권을 둘러싸고 뇌물을 제공하거나 중간에 배달을 맡았었던 사람들 등 7명에 대한 47개 항목의 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장을 발표했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24년동안 무려 1억5,000만달러 이상을 뇌물로 받아 착복했다는 내용이라 FIFA의 전 부회장과 다른 집행위원등이 스위스의 5성 호텔에서 회의 중 체포됐고 미국이 곧 범인인도협정으로 그들의 신병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조셉 블래터 FIFA회장이 연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아 1992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왔던 그가 29일자로 또 재선되었지만 뇌물제공과 돈세탁 관계로 이미 유죄를 자인한 미국사람들이 있어 블래터가 풍전등화의 신세가 될 수도 있겠다. 어처구니 없는 내용으로는 넬슨 만델라 때문에 남아공화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었던 것으로 선전했던 것이 사실은 정부에서 1,000만 달러를 FIFA에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2018년 개최국이 러시아로 선정됐고 2022년은 카타르로 정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푸틴이 미국의 기소결정을 2022년도의 경쟁에서 미국이 졌기 때문에 취한 보복이라고 비난한 것이 한 예다.
2022년도에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 아이디어 등이 유력한 후보들로 보여지다가 갑자기 오일 부유국인 카타르로 선정되어 FIFA 집행위원들에 대한 뇌물공세가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어 왔었다는 보도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5월28일자의 “아름다운 게임의 추악한 측면”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 침략으로 유럽의 평화를 위협하는 푸틴의 러시아의 2018년 개최권과 아시아인들의 착취받는 노동인력으로 스타디움을 건설하는 카타르의 2022년 개최권을 아예 취소시키고 FIFA가 아닌 독립기구로 하여금 개최국 선발을 새로 해야 될 것이라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 수훈갑을 한 정주영 씨의 진솔한 일기가 어디에 존재한다면 대단한 읽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공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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