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정기회의에서 트렌스젠더 학생들과 교직원들 차별금지 정책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논란이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일어났다. 지난 주 월요일 교육위원회의 실무회의에서였다.
교육위원회 산하 자문위원회 가운데 “Family Life Education (FLE) Curriculum Advisory Committee”가 있다. 이 자문위원회는 교육위원들이 임명한 외부인사들과, 학생, 교사, 카운티 보건책임자, 학부모협회연합회 대표와 성직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할은 매년 FLE 교과과정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수정, 보완 등과 관련해 교육위원회에 자문하는 것이다.
FLE는 다양한 부분에 대한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의 건강한 관계 유지 방법, 우호적 감정의 적절한 표현 방식,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 범위, 그리고 데이트 문제를 비롯해 성교육도 있다. 10여년 전의 일이지만 한 때 FLE를 그냥 성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성교육은 교과과정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단지 그 부분이 특별히 논란이 되었기에 부각되었을 뿐이다.
그 당시 논란 이유는, 성교육은 가정에서 다루어야지 학교가 나설 부분이 아니라는 일부의 주장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은 그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선 FLE는 학생들에게 어떤 부분이든지 원치 않으면 opt-out 할 수 있는, 즉 교육을 받지 않을 권리가 주어져 있다. 그러기에 가정에서 교육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을 원치 않는 커리큘럼에서 뺄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성교육을 직접 교육하기에 거북해 하거나 전혀 시도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토론은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났다.
그런데 지난 주 월요일의 실무회의에서 FLE 자문위원회가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교과과정 수정 추천 내용에 트렌스젠더에 관한 부분이 있었다. 현 교과과정에서 트렌스젠더에 관한 교육은 9학년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이것을 7학년부터 하자고 했다. 학생들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그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7학년부터 최소한 트렌스젠더의 정의 정도는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고를 접하자, 지난 번 트렌스젠더 학생과 교직원 차별금지정책 도입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교육위원이 또 다시 발끈했다. 그 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차별금지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그것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했는데 왜 교과과정에 변화가 오느냐고 따졌다.
이 교육위원의 이런 반응을 접한 다른 교육위원들과 교육청 직원들은 아연실색 했다. 우선 트렌스젠더 차별금지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은 화장실 사용, 개조 등의 학교 운영에 관한 부분이지 교과과정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FLE 교과과정 논의는, 교육청 스탭이나 교육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자문위원회가 지난번에 통과된 트렌스젠더 차별금지 정책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지난 1년 동안 기존의 FLE 교과과정을 검토해 교육위원회에 추천안을 제시한 것이다. 트렌스젠더 차별금지 정책 도입 때문에 변화가 생겨 그러한 추천안이 논의되는 것이 아님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은 기본적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를 하는 것인지 몰라도 공개 회의 석상에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사항은 절대로 아닌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실무회의 이후 그 교육위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사실이 아닌 루머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교육위원회가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거나, FLE 교과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을 뺄 수 있는 권리가 없어졌다든지 하는 내용들이다. 교육청은 이러한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부모님들과 주민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믿거나 그를 그대로 퍼뜨리는 주민들도 제법 있다. 이 모두 우리에게는 교육위원들의 모든 공적 발언에 신중함을 기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우쳐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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