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옛 말 중에 “크로이소스 만큼의 부자 (Rich as Croesus)”라는 비교급 표현이 있다. 그 만큼 리디아의 절대 군주 크로이소스 왕은 부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지면 가질 수록 더 목이 마른 것이 세상의 권력이고, 있으면 있을 수록 더 욕심이 나는 것이 새상의 부(富)가 아니던가?
그래서 크로이소스 왕은 해마다 그리스 델포이(Delphi)에 있는 아폴로 신전에 막대한 제물(祭物)을 봉헌(奉獻)해서 자신의 무병장수와 나라의 번영을 기원했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은 동쪽에 있는 메디아 제국의 조그만 속국이었던 페르시아라는 나라가 날로 강해져서 주인인 메디아 제국을 먹어치우더니 서쪽 지역 여러 나라들을 차례로 정복하고 있는 것이다. 왕은 적 페르시아가 더 커지기 전에 이를 격파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싸우면 이길 것인지?” 아폴로 신전에 신탁을 구했다.
왕은 신탁을 받았다. “노새가 페르시아의 왕이 되거든 발이 부드러운 리디아 인이여, 자갈이 많은 헤르모스 강을 따라 머무르지 말고 도망쳐라. 겁쟁이라는 말을 두려워 말고..” 크로이소스 왕은 이 신탁을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였다. 노새가 페르시아의 왕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니 안심하고 전쟁을 일으켜도 좋으리라고 받아드린 것이다. 그리고 오리엔트 지방의 최강이라는 자기의 군대를 몰아서 페르시아로 진격시켰다. 그런데 크로이소스 왕은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데 그것은 상대를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안 것이다. 상대방은 페르시아 왕 키루스 2세로 200년 후에나 등장할 알렉산더 대왕에 버금가는 대단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성경에서 70년간 바빌론 포로 생활하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귀환을 명령한 바로 그 고레스 왕이다.
두 나라 군대는 카토피아 땅 프테리아라는 곳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데 병력은 크로이소스 왕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도 전투의 승패는 가려지지 않았다. 크로이소스 왕은 파병하기로 약속했던 스파르타와 애급의 병력만이 예정대로 도착했었더라면 단숨에 페르시아 군을 깨뜨릴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하면서 일단 병력을 물려서 지원병력을 기다리기로 했다. 왕은 아직도 전쟁국면의 주도권을 자기가 가지고 있어서 자기가 병력을 뒤로 물리면 피해를 많이 입은 상대방 페르시아 왕 키루스 역시 병력을 수습하여 일단 수비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크로이소소 왕이 병력을 물리자 키루스 왕은 바로 진격하여 리디아군의 뒷통수를 친 것이다.
순간 혼란에 빠졌지만 크로이소스 왕의 리디아 군은 오리엔트 세계에서 최강의 군대이다. 바로 전열을 정비하여 키루스 왕의 페르시아 군을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 양쪽 군대는 리디아의 수도 사르디스 부근에서 결전을 벌이는데 이때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은 기발한 군진(軍陣)을 펼쳤다. 보급품을 싣고 군을 따라다니던 낙타들에게 기병들을 태워서 크로이소스 왕의 기병대에 맞서게 한 것이다. 그런데, 말은 낙타의 냄새를 아주 싫어한단다. 기세 좋게 돌격 하던 크로이소스 왕의 기병대의 말들은 예상치 않았던 낙타의 냄새 때문에 전열이 흩트러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는데 이틈을 타고 키루스 왕이 몸소 선봉이 되어 리디아 군 좌 측방을 돌파하면서 전투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어서 수도 사르디스를 함락키고 크로이소스 왕을 포로로 잡았다.
포로가 된 왕은 화형에 처해 지는 것이 당시 관례였다. 크로이소스 왕은 왕의 예복이 입혀진채 거대한 장작더미 위에 올려졌다. 밑에서 부터 타 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한때 온 세상을 호령하던 크로이소스 왕은 자신의 부귀영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운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 깨닫는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순간 “마지막 죽는 것을 봐야 그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으며, 살아 있는 한 누구도 행복하다 말 할 수 없다”고 했던 솔론을 기억했다. 자신의 비운과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억누를 수 없는 회한에 잠겨 하늘을 향해 솔론의 이름을 크게 세 번 불렀다고 한다.
권력자나 부자나 결국 망하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그리고 참으로 앞날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있다고 없는 사람 깔보지 말고 겸손하게 검소하게 살 것이다. 역사는 한갓 옛날 얘기가 아니다. 역사에서 오늘날 우리의 삶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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