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몬트에 부치는 송가’
▶ 100년 전의 비행선 재현... 비행의 경이적 감동 선사
크리스 버든(Chris Burden)
■ ‘어번 라이트’ 크리스 버든 타계… LACMA 추모전
지난 10일 LA는 우리 시대의 매우 중요한 예술가의 한 사람을 잃었다. 크리스 버든.
LA카운티 미술관(LACMA)의 상징이 된 ‘어번 라이트’(Urban Light)의 작가이며,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장 많이 찾는 ‘메트로폴리스 II’(Metropolis II)의 작가다.
윌셔 길 앞에 2008년 설치된 202개의 가로등은 순식간에 LA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명소가 됐고, 2011년 라크마 안에 설치된 1,100대의 소형 자동차들이 달리는 ‘메트로폴리스 II’는 주말마다 사방 각처에서 관람객을 모아들이는 라크마의 자석 같은 전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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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버든의 소식은 한동안 주류 미술계에 비보이며 충격으로 전해졌다. 그의 오랜 친구 폴 쉬멜(MOCA 전 수석큐레이터)은버든이 18개월 전 흑색종 암을 진단받은 후 아주 가까운 친지에게만 알린 채투병해 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라크마는 지난 18일 버든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 ‘크리스 버든: 산토스 뒤몬트에게 부치는 송가’ (Chris Burden: Ode to Santos Dumont)를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개막했다.
6월21일까지 한 달간 전시되는 이 작품은 버든이 바로 얼마 전 완성한 프로젝트로, 라크마와 전시 일정까지 다 잡아놓은 후 개막식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다. 지난 15일 미디어 프리뷰에서는 함께 일했던 동료, 친지들과 마이클 고반뮤지엄 관장이 나와 그의 지대한 예술적 업적과 유산을 기리고 헌사를 보내면서 안타까워 했다.
‘산토스 뒤몬트에게 부치는 송가’는 소형 운동비행선(kinetic airship) 설치조각품이다. 산토스 뒤몬트는 브라질 출신의 선구적 비행사로 1901년 페트롤 엔진파워로 비행선을 띄워 파리의 에펠탑을 선회했던 최초의 비행사였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것이 1903년 12월이니 그보다 2년이나 앞선 시도였다.
지금은 믿어지지 않지만 불과 100년전만해도 인간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비행을 위한 과학적 난제였던 무게와 중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리스 버든의 작품은 바로 그 시절, 모두들 안 된다고 하는데도 기발한 독창성과 긍정적 희망을 갖고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며 혁신과 창의성으로 인간 승리를 보여준 뒤몬트에 대한 헌사요 송가다. 그 자신이 50년 예술가 커리어에서 수없이 많은 형식과 아이디어의 파괴와 혁신을 보여 온 선구자였던 버든의 마지막 작품답다.
버든의 비행선 작품은 뒤몬트의 것을 4분의 1 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초기 형태의 엔진을 기계공학자 존 빅스(John Biggs)가 그대로 수공 제작해 사용함으로써 공기와 중력과 에너지의 섬세한 균형이 빚어내는 운동역학의 아름다움을 재현해 보여주고 있다.
레스닉 파빌리온 내에 설치된 이 작품은 전시기간에 하루 3~4회 정해진 시간에 15분씩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헬륨개스로 채워진 40피트 길이의 비행선은 바닥과 천장의 중앙 설계점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가는 선으로 연결돼 있어 모터에 의해 떠오르면 60피트의 원을 그리며 서서히 전시장을 날아다니게 된다.
무척이나 단순한 모형, 심플한 비행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감동은 원초적이고 순수한 호기심과도 같다. 100년 전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의 원동력을 그대로 재현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간이 우주에도 가고, 빛의 속도로 테크놀러지가 발전하는 시대지만 아직도 인간에게 끊임없이 놀라움을 안겨주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비행기가 수백명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다닐 수 있게 됐을까 하는 경이감이다. 그리고 그 근본을 찾아 그 심플한 시작을 다시 보여주는 크리스 버든의 작은 모험은 아직도 우리를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한다.
[크리스 버든(1946~2015)]
"파격 행위예술 파란… 7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작품 매진"
보스턴에서 태어나 1965년 LA로 옮긴 후 평생 이곳서 활동했다.
포모나 칼리지와 UC 어바인을 나온 그는 1970년대 초부터 파격적인 행위예술과 개념미술 작업을 시작해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샌타애나 갤러리에서 친구를 시켜 자신의 팔에 총을 쏘는 퍼포먼스(Shoot·1971), 학교의 라커룸에 5일 동안 갇히기(Five Day Locker Piece·1971), 전선을 맨몸에 부착시켜 감전되기(Doorway to Heaven·1973), 폭스바겐 차체 위에 누워서 두 손 못 박히기(Trans-fixed·1974), 그 외에도 깨진 유리 위에 뒹굴기, 칼로 자해하기, 불 지르다 화상 입기 등 수없이 많은 자학적 신체의 행위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 아트를 보여주며 새로운 예술시대의 도래를 이끌었다.
70년대 후반부터는 작업방향이 대형 설치작으로 전환하여 ‘큰 바퀴’(The Big Wheel·1979), ‘두 도시 이야기’(1981), ‘삼손’(1985), ‘L.A.P.D. 유니폼들’(1993)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어번 라이트’(2008)과 ‘메트로폴리스 II’(2010)와 같이 역사성과 미래성을 띠었으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흠뻑 받는 대규모의 작품에 매진해 왔다. 한 비평가는 그가 사자처럼 나타나 양처럼 가버렸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1988년 뉴포트 하버 미술관의 회고전에 이어 비엔나의 막(MAK) 응용미술관(1996)에서도 소개됐고,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런던 테이트 갤러리, 2013~14년 뉴욕의 뉴뮤지엄에서 대형 회고전이 열린 바 있다. 뉴욕의 록펠러 센터 앞에는 그의 65피트 작품(‘What My Dad Gave Me’·2008)이 하늘 높이 우뚝 서있다.
◆ ‘산토스 뒤몬트에게 보내는 헌사’ 비행시간(각 15분간)
월~목요일: 정오, 오후 2시, 4시
금요일: 오후 1시, 3시, 5시, 7시
토·일요일: 정오, 오후 2시, 4시, 6시.
*관람료는 일반 입장료에 포함돼 있으며 따로 예약할 필요가 없다. <수요일 휴관>
*LACMA 5905 Wilshire Blvd. LA 90036, (323)857-6010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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