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저녁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 회의장은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그 날은 트렌스젠더 학생들과 교직원들에 관한 차별금지 정책이 논의, 결정되기로 되어 있었다. 기존의 차별금지 정책에 트렌스젠더를 상징하는 어휘인 Gender Identity를 추가해 학생이나 교직원을 트렌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약 500명이 앉을 수 있는 회의장이 꽉 메워졌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차별금지 정책을 반대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교육위원들의 발언 때 고함, 야유 등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그래도 12명의 교육위원들 가운데 10명이 찬성, 반대와 기권이 각 1명으로 통과되었다.
이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3월초였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위원이 어떤 정책에 대해 논의하기를 원할 경우 일단 포럼이라고 불리는 간이 토의 시간에 그것을 논의 안건으로 제기한다. 그리고 거기에서의 결정에 따라 실무회의로 넘겨지기도 하고 바로 정식회의에서 정식안건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포럼에서 이 정책이 처음 논의되었을 때 이에 대해 반대하는 교육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실무회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교육위원회 정식회의로 넘겨졌다.
어떤 안건이 교육위원회에 올려지면 일단 한 회의에서 새 안건으로 상정되고 그 다음 회의에서 실행안건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카운티 주민들은 두 번의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이 안건에 대해 주민 발언이라는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 물론 회의 진행을 위해서 주민 발언은 한 회의 당 10명으로 제한된다. 실제로 새 안건으로 상정된 4월 두 번째 회의에서 6명, 그리고 실행안건으로 처리된 5월 7일의 회의에서는 10명이 주민 발언에 나섰다. 그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정책 논의가 시작되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 공포심을 조장하는 허구의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가장 많았던 것이 이 정책이 통과되면 트렌스젠더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바로 자신의 성(性)과 다른 화장실에 들어와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다. 즉, 남학생들이 자신을 여자라고 내세우면서 여학생 화장실에 들어와 여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이것 때문에 여학생들이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들은 부모들이 걱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우려들은 근거없는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에는 이미 트렌스젠더 학생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에 이들에 대한 차별금지를 정식으로 성문화 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이 사라지는 것도, 이들을 차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이러한 학생들의 상당 수가 주위로부터의 편견과, 왕따, 차별대우 때문에 힘들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반대로 그들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힌다는 얘기는 오히려 들어보질 못했다.
이들의 화장실 사용은 현재도 그런 학생들이 나올 때마다 케이스 별로 부모님들과 만나 가능한 최대로 좋은 방법을 찾아 대처하고 있다. 어떤 학생이 자신이 트렌스젠더라고 할 때 학교에서는 바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학생에 관한 모든 자료들을 검토한다. 그것이 의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출생신고서에 정식으로 성전환이 표기된 법적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학교 당국에서도 충분히 납득될 만한 자료가 제시될 때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 학생이 수업을 받거나 활동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 그것은 이미 연방 민권법에 의해 우리가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그렇게 해야 한다면 왜 이번에 굳이 그런 정책결정을 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좋은 질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번 결정은 패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이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을 성문화한 것이다. 이는 트렌스젠더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연방교육부 민권국의 강한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 내 여러 곳의 교육위원회가 연방교육부 민권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정책을 보강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든지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자신의 배경 때문에 차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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