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를 품은 섬, 푸꿔억]
한국인은 없었다. 심지어 동양인 여행객도 찾아보기 힘들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존지역, 푸꿔억(Phu Quoc)은 그런 곳이다. 베트남 서부 끝자락에서 45㎞, 캄보디아 국경에서는 남쪽으로 15㎞ 떨어져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역삼각형 모양으로 면적은 570㎢, 제주도(1,848㎢)의 3분의 1 정도다. 베트남정부는 이 섬을 동남아 최대 휴양지로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꿔억은 그래서 더 유명해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힌다.
캄보디아 씨엠립을 거쳐 푸꿔억으로 가는 비행기의 승객은 대부분 서양인이다. 이름도 낯선 동남아의 작은 섬을 용케도 알고 찾아 왔다. 베트남을 식민지배한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인들에게는 일찍부터 아름다운 휴양지로 알려진 모양이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호주에서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푸꿔억은 흔히 보석에 비유된다. 섬 남쪽에 위치한 사오비치(Sao Beach)에 서면 비로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사오는 베트남어로 별을 뜻한다. 해변의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햇빛에 반사돼 별처럼 반짝인다. 푸꿔억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투명하고 따뜻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이곳에 이대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얀 모래밭에 발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지만 사오비치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모래 알갱이가 얇고 조밀해 파도가 한 번 왔다 간 자리는 단단하다.
바다 쪽으로 50m 거리를 걷는 동안에도 수심은 1m를 넘지 않는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경우 특히 안심하고 쉬기 좋은 곳이다. 하루 1달러면 선베드를, 6달러엔 카약도빌릴 수 있다.
◇ 배를 타고 즐기는 바다의 맛
섬의 최남단에 자리 잡은 안토이(An Thoi) 항구는 선상여행의 출발점이다. 푸른 바다에 알록달록 고기잡이 배들이 평화롭게 정박해 있다.
스노클링(snorkeling)과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호핑투어(hopping tour)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배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정도 나가면 바다위에 떠있는 수상가옥이 눈에 띈다.
양식장이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주방용품과 침대는 물론 어부들의 살림살이까지 소박하게 구비돼 있다.
안토이 지역엔 이 같은 수상 양식장이 14군데나 더 있다.
경치 좋은 섬 앞에 배를 멈추자 바다 위 만찬이 시작된다. 조금 전 들른 양식장에서 갓 잡은 전복 1㎏을 50달러에 사와 구이요리를 한다.
선원들이 파는 성게알도 싱싱하다.
곁들이는 소스가 일품인데, 라임오렌지, 전복즙, 설탕, 칠리소스 등을 넣어 새콤달콤하다. 그 외에도 졸인 새우, 관자 꼬치구이, 삶은 오징어 등이 한 상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해산물 파티가 펼쳐졌다. 사방은 원시 자연인데 입 안은 호사스런 축제다. 짠냄새를 품지 않는 청량한 바닷바람이 식욕을 더욱 돋운다.
◇ 천혜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섬
푸꿔억은 ‘부국’(富國)의 베트남어 발음이다. 온갖 해산물은 기본이고 각종 천연 식재료가 풍부한 섬이다.
튀김이나 쌀국수, 해산물 같은 베트남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생선소스 ‘느억맘’(Nuoc Mam)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느억맘은 짠 맛이 덜하고 끝 맛은 약간 달다. 푸꿔억에만 100군데의 느억맘 공장이 있다.
후추도 유명하다. 푸꿔억 내 후추재배 농가는 800가구에 이른다. 가공방식에 따라 백후추, 흑후추를 따로 판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여심을 사로잡는 것은 진주다. 푸꿔억의 진주 양식장은 총 3곳인데 양식장에서 바로 진주목걸이나 귀고리 등 장신구를 판매한다. 가격은 국내와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빈펄(Vin Pearl) 리조트
푸꿔억에는 90여개의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 섬의 북서부, 공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빈펄 리조트(www.vinpearl.com)은 유일한 5성급 리조트다. 나트랑(Nha Trang), 다낭(Da Nang)에 이어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세번째로 문을 열었다. 호텔과 풀빌라를 합해 총 75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빈펄 리조트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부대시설이다. 워터팍, 놀이공원, 아콰리엄, 골프장, 스파 등을 두루 갖췄다. 놀이공원인 빈펄랜드에서 매일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펼쳐지는 분수쇼도 볼 만하다. 리조트 내에서는 ‘툭툭’이라고 불리는 10인승 카트를 타고 이동한다. 자전거도 빌릴 수 있다.
<푸꿔억=권재희 기자>
luden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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