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있어서 최대의 의미인 행복이나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 중에는 잠시 있다가 떠나는 정서(情緖)가 있는가 하면 미약하지만 오래 머무는 장기적인 정취(情趣)가 있다. 감정은 마음 스스로 만들어 가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지속하는 상처들 대부분은 대인관계나 외력(外力)에 의해 충격을 받는 마음의 외상(Trauma)들이다. 전쟁, 천재지변, 화재, 폭행, 강간, 교통사고, 자살, 이혼 등은 정신적 충격이나 생명의 위험을 줌으로서 행복을 빼서가는 요물에 속한다.
최근 한국에는 다행히도 다른 나라들이 경험하는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천재(天災)나 무장폭동에 의한 외상은 별로 없다. 있다면 거의 모두가 나라 안에서 국민들 스스로가 만든 것들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OECD나라들 중에서 1-2위를 차지한다는 자살해위와 교통사고가 아닌가 싶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증가하는 각종 사고들과 치열한 경쟁 그리고 폭언이나 욕설로도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점차로 증가한다는 노년기 이혼도 인연을 맺고 함께 오래 살던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최근 한국에는 스스로 죽음으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사례도 30분에 한 명꼴이나 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생긴 상처들은 그 규모가 큰 탓인지 상처가 장기적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흔히 그러한 외상이 다시는 되풀이 안 되도록 마라톤과 같은 운동행사를 하거나 더러는 도서관이나 탑과 같은 기념시설물들을 만들어 후세들에게 두고두고 기억하도록 한다.
한국에는 독특하게도 외상의 치유책으로 생긴 촛불시위풍조가 생겨났다. 2014년 봄 진도 앞바다에서 2백명 가까운 승객과 함께 침몰한 세월호의 일주기에도 2002년 경기도의 한 지방도로에서 두 여학생이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사망했을 때처럼 촛불시위를 했다. 2008년의 촛불 연일시위는 인구 1백만의 하나 꼴로 발생하는노인치매의 15,000의1도 안 되는 광우병을 문제 삼아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반대하다가 반미운동으로 이어졌었다.
주전 6세기 이집트의 한 요새를 밝은 성으로 만들었던 촛불이 한국에서는 법으로 금지된 야간집회를 보장받는 문화행사로 사용되고 있다. 중고생으로부터 대학생, 종교지도자, 회사원, 유모차를 끄는 젊은 주부들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촛불처럼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위를 밝게 비추자고 외쳤다.
더러는 촛불시위를 한국의 미래를 위한 희생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촛불시위는 여럿이 모여 바람을 견디면서, 상처로 얼룩진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타버리는 어떤 희생도 아니고 어두운 긴 밤을 비춰서 아침의 태양을 기다려준 봉사로도 느낄 수가 없다. 촛불은 상처 난 마음들을 달레 기는커녕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인들을 자극하여 사회를 혼란시켰다. 그리고 교통사고와 쇠고기 수입 그 어느 하나에도 변화를 주지 못했다. 마음의 상처가 노란색 리본이나 촛불시위로 간단하게 치유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기에 양민들은 같은 상처를 두 번 다시 받지 않도록 조용히 원인들을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자고 호소한다. 아우성을 피우다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흩어지면 일본에서는 까마귀의 모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촛불을 든 사람들에게 우선 만원씩이라도 거두어 상처 받은 사람들끼리 팽목항에 세월호센터를 건설하자고 제안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죽어간 넋들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서 제2의 세월호가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지난 반세기동안 250배로 증가하여 세계5대 공업국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매일같이 발생하는 그 많은 교통사고까지 일일이 국익(國益)을 위해 국민들이 바친 세금으로 치유한다는 것은 국민 된 도리가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성장해야 할 수십만의 젊은이의 목숨을 뺏어간 6.25전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또 1905년에 있었던 미일(美日)의 나눠 먹기식 밀약은 언제고 되풀이될 수 있다. 바다 밑으로 언제 숨어들어 올지 모르는 잠수함도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치욕들을 상기하면서 <보습을 처서 칼을 만들고 낫을 쳐서 창을 만드는> 심정으로 스스로가 대내외적으로 강해 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국고(國庫)는 자식들이 나눠 갖는 부모님의 유산과 같은 것이 아니고 망국(亡國)에 상처 입은 백성들이 국익을 위해 맡긴 세금이다. 그럼으로 한푼이라도 알뜰히 아껴서 최우선적으로 과거의 치욕(恥辱)들이 되풀이 안 되도록 투자하여, 국민된 자부심과 긍지를 키워가야만 한다. <나라는 영원>하다고 10억을 군부(軍部)에 기증하고 양로원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시겠다는 김영철 선생님을 기억하면서, 우리 모두 상처 난 마음들을 치유할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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