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총리의 미국방문이 많은 여파를 남겼다. 그의 방문은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첫째는, 그의 방문을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 없이 활보하는 파렴치한 정치인의 행각으로 보는 관점이다. 같은 맥락으로, 그를 대환영한 미국은 미국의 전통적이며 도덕적인 우수성을 상실한 것으로 본다. 둘째는, 미-일관계가 밀착하는 것을 보고 한국외교력의 무기력함을 질책하는 관점이다. 한국은 세계정세의 움직임도 파악 못하고 한국의 국익이 무엇인지도 모르니 실속 있는 외교정책도 수립하지 못한다는 평가이다.
나는 아베의 미국방문을 일본과 미국의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였던 주변국들로부터 과거사에 대한 참회부족으로 외면을 당하고 있다. 또 세계의 제2 경제강국 이었던 일본이 그 자리를 중국에 양보해야 했고, 중국 연해에 있는 적은 섬을 둘러싼 영토 분쟁을 하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도 비슷하다. 과거에는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전자, 철강 및 조선업 분야를 압도적으로 지배 했는데 지금은 한국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날로 쇠약해가는 국력을 직시하는 일본인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국민정서를 감지한 아베총리는 국방력의 증가로 강력했던 일본을 되찾자는 주장을 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집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찾은 돌파구가 바로 미국이다. 중국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 미국과 밀접한 군사적 경제적인 관계를 구축하면 강성대국일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은 중국이 급격한 수출중심 경제상승으로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고 10년간의 긴 중동전쟁에 필요한 재정적자를 중국자본으로 충당해 왔다. 경제면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캐나다, 일본, 미국을 제외한 많은 선진국들과 한국이 참여하고 있고 국제통화매체인 미국화폐를 중국화폐로 교체하자는 제안까지 나오니 앞으로 중국과 미국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이 주도하는 범태평양동반자협정 (TPP)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미국과 강력한 군사동맹 (방위협력지침)을 맺자니 반가운 일이다.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와 분쟁이 생길 때 군사력은 물론 그 비용도 분담하겠다니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아베총리가 위안부문제 속죄를 거절함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나 그의 정치적 능력을 과소평가 할 수 없다. 그는 세계정세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있고,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고, 미국과의 문화적 공감대를 잘 조성했고, 이번 미국방문을 위해 철저히 준비한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이번 미국상하의원 합동연설장의 내용을 보니 미국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들을 모두 했다. 2차대전에 대한 사과를 정중히 했고, 전쟁 후 일본이 미국의 도움으로 재생했다는 감사의 말, 청중에 있던 과거의 두 적들이 회해하는 모습을 소개했고, 그리고 자기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했을 때 받고 배운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쌍방이 얻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성취했다.
물론 위안부에 대한 사과도 없었고, 일본이 한국발전을 도왔다는 자랑, 전쟁피해보상을 다했다는 주장으로 한국사람들을 노하게 했지만 그런 행위도 계획적이었다고 본다. 아시아에서 압도적이었던 경제권을 상실하고 있는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에 사과를 한다는 것은 굴욕적인 처사다. 또 한국인들을 노엽게 만들어 자기를 극진히 대적한 미국을 저주하게 유도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한국인들을 자극하여 미국과 한국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어 한국을 중국 편으로 몰아내면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총애를 받을 수 있다는 속셈일 수도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지원을 많이 받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발생하는 반미감정이 문제이다. 광우병 의심과 장갑차 훈련사고로 시작한 장기간의 반미데모, 대낮에 도시중심에서 칼부림을 당한 미국대사, 고공방위미사일 (THAAD) 배치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한국정부도 한국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다.
결론적으로, 아베총리는 인간적으로 반성이 없는 사람이지만 냉철한 판단력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일본을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여 총리가 된 다음 그들의 비전을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파격적인 지도자(Transformational Leader)이다. 한국에도 이런 파격적인 그러나 선한 지도자가 나와 남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한국을 세계의 정상에 올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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