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렛아, 경찰이 너를 불러세우면 네 두 손이 어디 있는지를 그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무엇을 손에 잡으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제발 경찰에게 불손한 말대꾸를 하지 말아라.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안전하게 집에 온 다음에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인용한 것은 도나 F. 에드워즈 연방하원의원이 프레디 그레이(25세)가 볼티모어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죽은데 대한 시위가 이번 월요일 저녁 폭동으로 악화된 데 관한 그의 견해와 해결책 모색에 있어서 흑인 어머니들의 참여의 필요성을 밝히는 그의 기고문에서 따온 것이다. 자기 아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후해서 방과 후 혼자서 나가다니기를 시작했을 때 말해 준 내용이란다. 그리고 그 같은 대화는 아들이 자라는 동안 여러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 선거 때 민주당 쪽 연방상원의원 후보가 되려고 출사표를 던져 놓고 있는 하원의원이 그럴진대 보통 흑인들 가정에서 어머니들이 아들들에게 그와 비슷한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을 것은 물론이다.
보도에 의하면 그레이의 짧은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와 그의 오누이들은 아연이 포함된 페인트 때문에 생기는 납중독으로 고생했단다. 그들의 어머니가 랜드로드를 고소해서 승소하기까지는 거의 20년이 걸렸다. 그가 18세가 되면서부터 폭력 범죄는 아니지만 마약 소지 및 판매죄로 여러 차례 법원과 형무소를 드나들었다. 4월12일에 체포되었을 때 그의 몸에서 칼이 발견되어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그는 호송차 뒤에 던져진 다음 의식을 잃어 일주일 후에 숨을 거두었다. 아직도 검시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척추가 부러져 의식을 잃은 것이 호송차로 운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관련 경찰 6명이 바로 어제 기소당했다. 통증을 호소하는데 왜 구급차를 안 불렀나? 호송 도중 좌석 안전 벨트를 그에게 매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직접적인 경찰의 가혹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여기저기 멈추면서 난폭 운전으로 그에게 고의적으로 부상을 입힌 것은 아닌가? 이런저런 의문들이 다 해결될 때까지는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불순분자들의 방화와 약탈은 흑인 지역 자체를 더 피폐하게 만들기에 흑인들 대부분이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통금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볼티모어의 경찰과 흑인들의 대결 상태는 작년에 볼티모어 선지가 심층 보도한 바 있었다. 4년 동안에 수갑 찬 주민들을 구타했다든지 길바닥에 내동댕이쳤다든지 하는 경찰의 가혹 행위 때문에 300건이 넘는 고소사건이 있었고 그 결과 볼티모어 시에서 보상금과 변호사 비용으로 1,100만불 이상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한편 볼티모어는 시장, 경찰국장 그리고 검사장까지 흑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의 여러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근본 원인들 때문이다. 볼티모어와 근교는 한 때 베들레헴 철강, 제너럴 모터스 등과 같은 대 제조회사들의 본거지였다. 1970년에만 하더라도 볼티모어의 노동 인구 중 3분의1이 모두가 비교적 보수가 좋은 생산업에 종사했었다. 그러나 2000년에 가서는 시민들의 7%만이 생산직을 가졌고 해가 갈수록 생산직은 줄어들고 보수가 최저임금 수준 정도인 서비스업만 고용을 하는 상황이라 인구 자체가 1950년대의 95만에서 현재의 62만 수준으로 줄어버린 것이다. 볼티모어 도심지를 벗어나면 차창으로 수많은 이층 연립주택들이 폐허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고등학교 중퇴가 아니라 중학교도 마치지 않은 그레이와 같은 젊은이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게 되고 손쉽게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마약 판매나 아주 절도나 강도질의 유혹으로 연결되는 갱 스타일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불법으로라도 돈만 만지게 되면 역시 고교 중퇴생들 아니면 할 일 없어 부도덕한 성생활을 단골 메뉴로 삼는 TV로 세뇌가 되어 있는 여자 아이들의 환심을 살 수 있어 혼외 자식들을 낳게 되는 ‘아버지 부재’의 미혼모 가정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어느 의미에서는 흑백 차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흑인들 간의 경제적 위치에 따른 계층 차별도 심각한 문제다. 애틀랜타에서 교육감, 교장들과 선생들이 학생들 실력 고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유죄 판결을 받고도 다시 교육계로 가겠다고 하는 뻔뻔스러운 자들이 최하층의 흑인 동족들의 비극을 영속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자들이다.
가난은 정말 나라도 구제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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