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 청산에 살리라’는 작곡가 김연준 선생이 작사 작곡한 작품으로, 상실감 속의 인간이 현실에는 없는 청산… 즉 유토피아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작품이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쳥산)애 살어리랏다. 머루랑 달래랑 먹고 靑山애 살러리랏다…’ 고려시대의 ‘ 청산별곡’도 이러한 한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는데, 인간에게 가상의 세계 즉 청산이 있다는 것은 초심이 있다는 것이요, 초심이 있다는 것은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하는… 인간본연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살아 온 세월동안, 청산이란 곳을 가 봤을리는 없고 더욱이 유토피아를 동경해 본 적도 없지만 만약에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 그런 것에 대한 동경일런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국의 초가 마을은 언제 가 봐도 자연의 마음… 따사로움이 느껴져 오는 곳이었다. 산천은 의구하다지만 이제는 다시 가 볼 수 없게 된 곳…, 어린 시절의 산골마을은 늘 그리움과 마음의 고향(청산)이었다.
산모롱이 아래로 시원한 대나무 숲… 그 옆 노란 초가지붕… 그리고 정겨운 돌담… 사릿문… 그러나 먹고 사는 일이 너무도 절실했던 그 시절… 초가 마을은 아이러니의 상징이기도 했다.
누구에겐 고향이요, 그리운 초가 산간이었지만 그것은 또 가난의 상징이었기에, 새마을 붐과 더불어 대한민국 전국토에서 말살됐다. 그리고 볼품없는 슬레이트 지붕이 이를 대신했고 초가지붕에 대한 동경도 이제는 값싼 감상주의로 낙인 찍히게 되었다.
사실 초가 지붕은 민중을 구속시키는 오랜 족쇄이기도 했다. 4-5년 마다 지붕을 이어야했기에 마을을 떠난 젊은이들은 또 다시시골로 돌아와야 했고, 시골의 발전은 이로인해 더욱 더디고 요원했다. 5천년을 살아오는 동안… 초가집의 악순환을 깰 생각을 한 사람은 단 한명… 박정희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3공 시절의 철권 통치가 없었다면 우리에겐 아직도 초가집이 꽤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먹고 살 만 하니까 초가집이 그립다 어쩌구들 욕하고 앉았지, 초가집 찬양하는 사람들 치고 자신이 직접 초가지붕을 이어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소위 5천년만에 처음으로 초가지붕이 몽땅 말살된 지금,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왠지 콩크리트 바닥에 내 팽개쳐진 땅벌레들처럼, 산 너머 저 멀리 갈 곳을 찾아… 청산 찾아 사라지는… 실향민의 모습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참새 떼 왁자히 내려앉는 대숲… 노오란 초가지붕에 있지 아니하고… / 아늑한 짚 벼늘에 파묻혀, 까닭모를 굵은 눈물을 흘리던 그 저녁 무렵에 있지도 아니하고… /내 마음의 고향은 이제… 싸락눈 홀로 이마에 받으며 내가 그 어둑한 신작로 길을 나섰을 때 끝났다. <시인 이시영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이 자연을 저버린 지금, 시골은 각종 발암물질… 아토피다 뭐다 피부병으로, 다시 옛 황토집으로 돌아가자는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 봄도 산허리에 초록 빛 물들었나… 오랫만에 가곡을 듣고 있자니 무척이나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작곡가 김연준(1914-2008) 선생은 현제명 선생과 더불어 근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의 한 명이다. 한양대학교 이사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작곡 및 시쓰는 실력이 남달라 무려 3천여곡이 넘는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고 한다.
대표작 ‘ 청산에 살리라’는 대한일보 사주시절(1973년) 수재의연금 문제로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작곡한 작품이었다. 선생은 늘 “ 별과의 교감으로 빚어진 새벽의 선율이야말로 인생과 영원에 대한 명상의 선율이다”말해 온 바 있는데 구치소에 갇혀 있을 때 비로소 새벽별… 대표작이 탄생한 것도 아이러니였다. ‘ 청산에 살리라’는 1976년, 한국을 찾은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가 서울공연에서 부른 곡이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에 초록 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푸른마음으로 ‘청산에 살리라’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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