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에서는 두가지 성향기준에 따라 사회의식 및 정치 편향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 불신과 대립이 극에 달해 있어 걱정이다. 첫째의 기준은 지역연고주의로, 나라는 남북으로, 정치판도는 동서로 분할 고착화 하고도 모자라 선거 때마다 출마지를 전전하며 그 지역과의 희극 같은 인연을 꾸며대어 지지를 호소하는 진풍경도 보게 된다.
또 다른 기준은 이념적 성향으로 좌우, 진보 보수, 대북 시각에 따라 종북과 극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한마디로 내가 선 자리도 가늠하기 어려운 어지러운 세상이 된 것이다. 마침 4월 28일, 우리의 위대한 선인 충무공 이순신의 470회 탄신일을 맞아 공의 출신 과정과 처신을 살펴 민족의 구급 처방을 구해 보기로 한다.
이순신은 덕수 (德水-현재의 개성 부근) 이 씨로 1세조 돈수(敦守)는 고려조의 정5품 중랑장을, 2세조 양준(陽俊)은 정 4품 보승장군으로, 3세와 4세는 문과에 급제한 문관이었으며 5세는 벼슬이 없었고 6세는 무관이 되었으나 급이 낮은 하급 장교였다.
조선조에 들어와 7세조 변(邊)은 문과에 급제하여 영중추부사와 예문관 대제학 등 정 2품에 이르고 사후에는 충정공이라는 시호까지 받았으며 9세조 거는 문과 급제 후 홍문관 수찬, 사간원 정언, 시헌부장령, 이조좌랑 등 청요직(淸要職)을 두루 거치며 지극히 엄격하여 ‘호랑이 장령’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검찰총장 역을 잘 해냈던 듯 하다. 그리고는 세자 시절의 연산군을 가르치는 개인교사 보덕(輔德)에 선발되어 가문이 최고로 현달했다.
그 뒤 조부 백록(百綠)이 성균관 생원으로 개혁정치가 조광조와 뜻을 같이 하다가 기묘사화에 연루되면서 후손들의 벼슬길이 막혀 가난한 선비집안으로 내려 앉는다.
이와같이 이순신이 문무를 오가며 벼슬도 등락을 두루 겪은 집안에서 태어 났음은 의미가 있을듯 하다.
다음으로 이순신의 지역적 인연을 살펴보면 태어난 곳은 서울시 중구 인현동으로 당시의 지명은 건천동(乾川洞) 마른내골이다. 그러나 살림이 어려워 여덟살 때쯤 외가가 있는 충남 아산 백암리(배암골)로 이사를 가니 이곳이 오늘날 현충사 일대이다.
그런데 10년도 못 되는 이 짧은 한양 건천동의 유년 시절이 뒷날 나라를 구할 천명의 우정과 인연을 만들어 낸다. 경상도에서 이사왔던 세살 맏이 유성룡과 개구장이 유년기를 이 곳에서 같이 했던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천재적 지인지감(知人之感)이 있었던 유성룡은 뒷날 정승의 반열에 올라 일본의 침략을 막을 숨은 장재(將才)를 추천하라는 선조 임금의 어명에 거침없이 이순신과 권율을 추천했으니 유성룡이야말로 임진왜란 승리의 특등공신이다.
아산에서 청년기에 이른 이순신은 21세에 보성군수를 지낸 명궁 방진의 외동딸에게 장가 드니 이것이 이순신이 무장으로 진출하는 인연이 된 듯하다. 32세에 늦깍이 무과시험에 합격하고 첫 임지로 국토의 최북단 오지인 함경북도 회령 부근 두만강변의 동구비보라는 국경초소의 수비 군관이 된다.
잠시 서울 훈련원 봉사라는 사무장교를 지낸 뒤 다시 두번째로 함경도 두만강 하구의 조산보라는 비옥한 섬의 만호라는 수비대장겸 영농 둔전관이 된다. 잠시 서울 훈련의 두번째 근무에서 말을 관리하는 사복시 주부라는 수송대장을 지낸 후 전북 정읍 현감으로 내려가 행정관이 된다.
그리고는 47세 되던 1591년 임진왜란 1년 전 여수로 내려가 전라좌수사라는 수군지역 사령관으로 나라의 운명을 걸머진다. 연전연승으로 꺼져가는 국운을 되살리며 해군사령관격인 충청, 전라, 경상 3도의 수군을 총괄하는 삼도수군 통제사가 되어 경상도 한산도에 주둔하고 1598년 남해 관음포에서 임진왜란을 승리로 마감하시며 전사하신다.
실로 서북 안전지역인 황해 평안 지역을 빼고는 북으로 여진족과 남으로는 왜구와 싸우시며 수륙으로 국토를 종횡하셨으니 충무공 이순신은 조선 전국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을 맞아 자기 출신과 지연에 관계없이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험하고 위험한 곳이라도 지체없이 나아가시던 이 위대한 선인 앞에 반성과 겸손을 생각해 보는 것이 참된 탄신기념이 되지 않을까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