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레스턴(Reston) 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처음부터 개발계획이 잘 된 곳이다. 1961년 개발을 시작해 3년 후 첫 주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면적이 6,750 에이커가 되는 레스턴에 약 6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하이텍 관련 비지니스들도 많아 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숫자도 매일 평균 6만명 가량이 된다. 오늘은 이 레스턴의 주민들 중 두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그 첫째가 Robert E. Simon씨다. 바로 그가 레스턴의 개발을 구상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레스턴도 그의 이름 이니셜을 따 온 것이다. 사이몬 씨는 하바드대학 졸업 후 가업인 부동산업을 맡아 운영했다고 한다. 집안에서 소유하고 있던 카네기홀을 1960년에 뉴욕시 정부에 팔았다. 그리고 받은 돈으로 중개업자의 소개로 이전에 본인은 한 번도 보거나 들어보지도 못했던 페어팩스 카운티에 내려와 약 천삼백만 달러에 6,750 에이커의 땅을 샀다. 그리고 거기에 다양한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여러 다른 가격과 규모의 주택들을 지었고, 문화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과 공간들을 조성했다.
그 사이몬 씨가 지난 주 토요일 생일을 맞았다. 101세가 된 것이다. 생일축하 파티는 레스턴에서 제일 먼저 개발된 인공호수 “레이크 앤” 플라자에서 수백명의 축하객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케익도 자르고 학생들의 음악 공연도 있었다. 사이몬 씨는 리무진 자전거를 타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사이몬 씨는 더 이상 운전면허가 없기에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차를 얻어 타고 다닌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칙적으로 산책을 한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해 보행을 도와주는 보조기구를 사용하지만 그래도 반마일 정도는 거뜬히 걸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작년에 사이몬 씨를 어떤 한 고등학교의 음악 행사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바로 옆에 앉아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었는데 10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역 학교 행사에까지 직접 찾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레스턴 주민은 윌리 헛진스 씨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그의 부인인 캐씨 헛진스 씨를 통해서이다. 그를 안지도 한 15년 이상이 된 것 같다. 캐씨 헛진스 씨는 다름아닌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의 유일한 소수민족 출신 카운티 수퍼바이저이다. 헛진스 부부는 모두 흑인인데 1969년부터 레스턴에서 거주해 오고 있다고 했다. 캐씨 헛진스 씨는 1999년에 헌터밀 디스트릭트에서 첫 당선된 4선 수퍼바이저이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 헛진스 씨는 변호사로서 연방정부 법무성에서 반독점 관련 소송을 주로 다루다가 은퇴한 후 워싱톤 디씨에 있는 로펌에서 파트너로 일했었다. 로펌에서도 2007년에 완전히 은퇴했다.
몇 달전 그를 어떤 행사장에서 만났다. 항상 온화한 웃음을 머금고 평소에 나의 싱거운 농담도 잘 받아 주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에게 혹시 내가 교회에서 가르치고 있는 9학년 학생들에게 신앙간증 한 번 안 해 주겠느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다. 버지니아 남부에서 태어나 자라고 하워드 대학과 법대를 졸업한 그에게 신앙이 성장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나의 학생들과 함께 들어 보고 싶었다. 연락하라고 해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는 자신이 흑인으로서 변호사가 되었던 얘기를 나눌수 있겠다고 했다. 나는 신앙과 연결해 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적어 보냈다. 바로 답변이 오지 않았다. 혹시 신앙 얘기가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생각하다 2달 정도 지났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윌리 헛진스 씨의 소식이 담긴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부인이 쓴 것인데 남편이 이제는 좀 더 좋은 곳에 가 있다고 했다.
그 동안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사고로 머리를 다쳤다고 했다. 바로 의식을 잃었고 그 상태로 병원에서 2주 있다가 그 날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겨우 72세였다. 평소 군살 하나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죽기 전 그의 삶의 얘기를 들어 볼 기회를 놓친 것도 못내 아쉬웠다. 그의 명복을 빈다. 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