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주 전에 한국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집무실에 걸려있다는 “교육부 직원 미혼자 현황”이라는 통계에 관한 기사를 접했다. 현황표에는 교육부 미혼 직원 통계가 직급별 연령별로 분류되어 있다고 했다. 그 기사는 “좋은 가정을 꾸려야 일도 창의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부총리의 지시에 따라 그 통계 현황표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교육부 직원 중 6명 가운데 한 명이 미혼인데 “비혼 사회”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일면을 보여 준다는 언급과 함께 부총리가 가정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서 이러한 통계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인사정보 보호에 관한 시각이나 문화에 큰 차이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차이를 갖고 어느 사회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에 한국에도 미국과 비슷한 관계 법령들이 있다면 그러한 통계 자료가 부총리에게 주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부총리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그러한 자료를 취득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렇게 지적할 만큼 한국법을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 기사를 읽는 순간, 과연 한국에 그러한 법들이 없을까, 그리고 없다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미국에서 개인인사정보는 철저히 보호를 받는다. 법이 규정한 몇가지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개인의 인사정보는 업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상 당사자 동의 없이 제 삼자에게 누출되지 않는다. 결혼 여부는 어느 면에서 보아도 업무와 관련있다고 볼 수 없다. 사실 그래서 직원고용 시 결혼 여부를 물어 보는 것은 금기 사항중 하나이다. 심지어 법령으로 나이 제한이 있는 자리가 아닌 이상 직원고용 때 나이도 물어 볼 수 없고 종교, 출신국가, 인종적 배경, 가족관계 등을 묻지도 말아야 하고 고용심사에 고려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로지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들만 파악할 수 있다.
직원들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되기에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는 상사라 하더라도 당연히 그러한 정보를 받아 볼 수도 없고 요구해서도 안된다. 정보보호의 책임은 당연히 인사정보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인사담당 부서에 있다. 위에 거론한 기사에서 교육부 직원들의 미혼 여부에 관한 자료는 당연히 교육부의 인사부서로부터 전달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한국에도 미국과 비슷한 법들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러한 통계자료 요청이 왔을 때 인사부에서 당연히 거부했을 것이다. 물론 부총리의 지시를 인사부처 담당자가 쉽게 거절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인사정보보호법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16년간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이러한 부분이 미국사회에서 대체적으로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를 보아왔다.
그런데 최근 이에 반하는 소식을 하나 접했다. 백악관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의 업무부실 사건들을 조사하고 있는 연방하원 소위원회 위원장의 인사정보가 누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위원장은 평소에도 비밀경호국의 업무수행에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연방하원의원이 되기 전인 약 12년 전 비밀경호국에 구직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의 인사기록부에 의하면 그 보다 더 나은 자격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결국 고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정보가 누출된 것이다. 이 의원의 인사정보를 갖고 있던 비밀경호국 인사 담당자가 비밀경호국에 비판적인 해당 의원에게 망신을 주려고 과거 인사기록을 고의로 누출한 것이 틀림 없다는 추측이다. 실제로 누출자가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비밀경호국이 소속된 국토안전부 장관과 비밀경호국 국장이 직접 공식사과를 해야했다. 물론 담당 의원은 개인정보 누출에 불쾌감을 표했고 그런 방법으로 자기를 협박하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 받아야 한다. 그렇게 보호가 안 될 때 우리는 서로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보호는 좋은 정보나 그렇지 않은 정보에 차이가 없이 적용된다. 안심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모두 그러한 정보를 보호하는데 노력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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