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있을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친이 시해되기 1주전에 리 총리부부가 국빈으로 방한했을 때 통역을 맡았던 인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사로운 인연보다는 리콴유와 박정희의 독재개발정책이 두 나라를 경제 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상승시킨 기초를 놓았다는 역사적 공통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을 듯싶다.
영국의 식민지 말레이시아의 남단 항구도시였던 싱가포르는 세계 2차대전 후 말레이시아의 독립으로 영국 해군기지마저 철수하면 생존조차 위협받는 곳이었다. 싱가포르 시민들의 대다수가 중국계이기 때문에 말레이계가 주류인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의 독립을 허용하면 먹고 살기 어려워서라도 다시 말레이시아의 일부가 되겠노라고 애원하고 돌아와 고분고분할 것이라는 계산으로 그리했던 것을 리콴유와 그의 정당인 인민행동당이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여 오늘의 싱가포르가 존재하게 된다. 1959년에 수상이 된 리콴유와 그의 동지들은 싱가포르 국민의 연평균 소득을 500달러에서 약 5만5,000달러로 이끌어 올린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어놓았다. 그동안 지도상의 점하나나 다름없던 항구도시를 국제금융, 물류센터와 동남아 교육 문화 보건 통신의 심장부로 탈바꿈시켜 수많은 국제회의의 인기 있는 행사지가 되게 한 업적도 있다. 그리고 수상으로 31년 장기집권이후에도 ‘선임장관’이란 옥상옥의 직제로 2011년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리콴유는 아시아의 가치관이란 자신 특유의 정치이론으로 유수한 서구 지도자들을 감동시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나 국무장관들이 앞을 다투어가며 만나고자 했던 정치상담역이기도 했다.
그의 주요 업적 중 하나는 부정부패의 근절로 사회질서를 바로 잡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우선 공무원들의 뇌물 풍토가 발을 못붙이도록 공직자들의 봉급을 엄청나게 인상했다. 일례를 들면 인구가 불과 5백만이 조금 넘는 이 작은 나라의 수상 연봉이 미국 대통령의 그것보다 4배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현 수상이 리콴유의 아들이며 그의 다른 자녀들도 정부기관 아니면 대기업의 임원이라는 점을 지적하여 권력 세습화를 비난하는 야당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리콴유 자신의 청렴성만은 치켜세우는 편이다. 그를 칭찬하는 많은 세계 지도자들 중에서 헨리 키신저는 특출하다. 닉슨 대통령 시절의 국무장관이던 키신저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추도문에서 리콴유는 위대한 지도자였을 뿐 아니라 그를 친구로 가졌었다는 사실이 자신 일생의 최대 축복중 하나였다고 고백할 정도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에게는 공이 있으면 과도 있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의 정치철학과 정책 이외에는 신흥국가 싱가포르의 국익을 위한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적인 태도를 그는 가지고 있었다. 싱가포르시를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도시가 되게 하기 위해 껌을 씹다가 뱉으면 처벌을 받는다던지 담배꽁초를 버리면 벌금을 물린다던지 하는 치안법규는 애교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아편중독의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위한 마약 밀수범에 대한 사형제도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자신의 정책에 대한 야당의 반대는 물론 언론비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적들을 재판도 없이 구금했던 역사는 그의 치적중 큰 오점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 반대자는 1966년에 시작되어 23년 동안 기소나 재판 없이 옥고를 치루었다는 것이다. 또 한 야당의원은 허가 없이 공중장소에서 연설하는 도중 사법부가 행정부에 종속되어 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 등으로 여러차례 구속되었을 뿐 아니라 말도 되지 않은 명예훼손 죄목으로 고발되는 바람에 파산을 하기에 이르렀단다. 리콴유의 족벌주의를 시사하는 외국 간행물들조차 여러 차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벌금을 냈거나 취소기사를 실었다는 데야 국내언론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싱가포르의 장래 전망이 밝지만 않은 이유는 민주화 요구와 그 과정, 빈부차이의 극복, 인구문제와 이민정책 등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책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전 세계의 어느 나라건 위기 없이 태평성대를 누리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 같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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