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벚꽃축제로 평가받는 ‘진해군항제’가 오는 4월 초 열린다. 창원시는 지난해 행사가 지역 경제에 860억원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의 ‘제주 왕벚꽃축제’. 제주는 벚꽃나무의 자생지로 평가된다.
[가슴 설레는 벚꽃축제의 계절]
철없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미 완연한 봄이다. 봄이면 가장 먼저 벚꽃이 상춘객에게 손짓한다. 전국에 많은 꽃 행사가 있지만 그 중에서는 벚꽃이 최고·최대다.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특별히 의미가 있다. 지난해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많은축제가 취소됐기에 올해 기대감은 더 크다. 벚꽃은 여전히 논란거리이기는 하다. ‘왜색’이라는 일부의 주장 때문이다. 벚꽃놀이가 특히 일본에서 유행하고 국내 벚꽃놀이도 일제강점기에 시작됐다는 의미에서 일단 수긍은 간다. 하지만 벚꽃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경제적 가치도 크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벚꽃축제는 이미 우리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 벚꽃의 축제, 3월 말부터 시작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벚꽃은 3월24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부산이 3월28일, 통영이 3월30일, 포항과 대구가 3월31일, 광주가 4월1일, 강릉이 4월3일, 전주가 4월4일, 대전이 4월5일, 춘천·인천이 4월12일 순으로 북상한다.
서울은 4월9일이다.
제주도가 3월27~29일 제주시 종합경기장 일원에서 ‘제24회 제주 왕벚꽃축제’를 개최한다. 제주의 자생종인 왕벚꽃을 상품으로 한 것이다. 퍼레이드, 노래자랑, 패션쇼, 퓨전 국악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봄꽃 전시 및 판매장도 마련되고 제주 7대 왕벚꽃명소 사진전이 열리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사실 벚꽃축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경남 창원의 ‘진해군항제’다. 매년 30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일부에서는 세계 최대의 벚꽃축제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36만여그루의 벚나무가 품어내는 새하얀 꽃송이들이 장관이다. 올해로 53회를 맞는 ‘진해군항제’는 3월3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월1~10일 창원시 진해구 중원 로터리 및 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창원시는 상춘객의 편의를 위해 주요 행사장을 오가는 ‘벚꽃 셔틀’도 운행할 계획이다.
또 화개장터 벚꽃축제(경남 하동군, 4월3~5일), 모악산축제(전북 김제시, 4월10~12일)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청풍호 벚꽃축제(충북 제천시), 팔공산 벚꽃축제(대구 동구), 섬진강변 벚꽃축제(전남 구례군), 경주 벚꽃축제(경북 경주시), 경포대 벚꽃축제(강원 강릉시), 석촌호수 벚꽃축제(서울 송파구), 여의도 벚꽃축제(서울 영등포구) 등이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 벚꽃에 대한 오해와 진실
벚꽃놀이에 대한 오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것이 일본 문화라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산화’(散華/散花)라는 단어의 뜻을 찾으면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침’이라고 나온다. 익숙한 용례로 ‘조국을 위해 장렬히 산화하다’는 식이다.
원래 이 말은 불교에서 유래했다.
극락왕생을 바라는 중생들이 꽃을 뿌려 부처를 공양하는 행위를 ‘산화’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서 ‘가미카제’들의 죽음을 미화하는 것으로 바뀐다. ‘벚꽃(사쿠라)이 지듯 목숨을 바쳤다’는 식이다. 우리의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산화’는 결국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제의 잔재인 셈이다.
‘산화’의 대표적인 꽃으로 벚꽃이 제시되듯이 일본색(왜색)을 떠올리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벚꽃놀이를 벌인 곳은 창경원(창경궁)이다. 1907년 창경궁 건물을 허물고 곳곳에 벚꽃을 심은 일제는 1911년 ‘궁’을 ‘원’으로 격하시킨 다음 1924년 봄부터 색등을 밝히고 시작한 게 바로 야앵(夜櫻ㆍ밤 벚꽃놀이)이다. 이는 광복 이후에까지 이어졌다. 1983년 ‘창경궁 복원’이 시작되면서 1,300그루에 달하던 벚나무가 여의도 등지로 옮겨졌다. 여의도 벚꽃놀이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 한라산인 왕벚나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벚꽃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는 벚나무 자생지가 없고 외부에서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수백년을 거치면서 교배를 통해 여러 품종이 섞인 상태에서 원출처가 일본인가, 우리나라인가 하는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대세다. 일본에서와 함께 한국에서 벚꽃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것이 그런 의미다.
예를 들어 진해 벚꽃도 처음에는 일제강점기에 심기 시작했다. 이후 광복 후 대거 뽑혔다가 1960년대 다시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왕벚꽃의 본고장인 제주도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와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가 각각 1964년 1월 천연기념물 제156호, 제159호로 지정돼있다.
⊙ 벚꽃의 정치·경제학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벚꽃축제가 열리는 것은 경제적가치 때문이다. 며칠 만에 활짝 피었다가 일시에 ‘산화’하는 모습은 꽃축제의 최대 소재가 된다. 국내에만도 30여곳의 지자체에서 공식 벚꽃축제를 벌이고 이외에 소소한 것까지 합치면 4월 초에는 전국이 벚꽃의 물결로 뒤덮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원시는 지난해 진해군항제에 305만명이 방문해 지역 경제에 860억원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고 집계했다. 외래 관광객도 3만명이 찾았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벚꽃의 나라’라고 하는 일본도 전국이 벚꽃 속에 파묻히면서 이 기간 일본으로 가는 항공기와 여객선의 표는 벌써 동이 났다. 일본과 한국 외에 규모가 큰 벚꽃축제로는 미국 워싱턴 DC, 캐나다 밴쿠버, 대만 타이베이 등이 있다.
벚꽃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미국 워싱턴시의 벚꽃은 1912년 오자키 유키오 당시 도쿄 시장이 선물한 벚나무 묘목 3,000여그루가 시초다. 벚꽃을 미국에 들여올 때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의 부인 헬렌 여사가 도왔다고 한다. 일본의 조선 지배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짬짜미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그 태프트 대통령(1905년 7월 밀약체결 때는 육군장관)이다. 지금도 축제 행사비용의 대부분은 일본 기업이 부담한다. 일본식 문화 전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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