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oxymoron / 옥시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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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God I’m an atheist.
고맙게도 난 무신론자다.
무신론자는 신(神)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에이’[a] + ‘ㅎ티~이스트’[theist] = atheist. 없다/아니다라는 뜻의 접두사 ‘a’ + 신을 뜻하는 ‘theos’가 합쳐져 ‘무신론자(無神論者)’가 됩니다. 사실, 신이 없다고 믿는 게 아니라, 신같은 건 내 인생과 무관하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을 ‘an atheist’’[에~잏티이스트]’라 부릅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 걸 자랑스레 내보이는 사람은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라 하지요. ‘agnostic’[애그너~스틱]은 부정을 뜻하는 ‘a’ + 안다는 뜻의 ‘gnos’가 합쳐져 다만 모를 뿐이라고 외치는 겁니다. Only Don’t Know! 오직 모를 뿐! 다만 모른다는 사실만 알 뿐! 그게 ‘agnosticism’입니다. 모른다고 뽐내는 겁니다. 신의 존재를 안다/모른다 하는 게 이미 틀린 일입니다. 사람의 두뇌 밖에 초월적으로 ‘없이/계신’ 절대자의 실존을 사람의 능력으로 어찌 알 수 있으리오? 그럼에도, "하나님의 모습과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사람은 [창세기 1:26] 창조주의 속내를 제법 짐작할 수 있어야 하련만! 그래서, 유머감각이 뛰어난 현자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Thank God!] 진짜 감사합니다. 저를 무신론자로 만들어주시다니!" 그렇게 비틀며 ‘oxymoron’을 외칩니다.
I can resist everything but temptation.
나는 유혹 말곤 그 무엇도 이겨낼 수 있다.
’quip’[경구(警句)]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옥시모론’입니다. ‘oxymoron’은 수사법으로 모순어법(矛盾語法)을 가리킵니다. ‘공개적 비밀’이 있을까요? ‘캄캄한 빛?’ ‘침묵의 웅변?’ 사이먼과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침묵의 소리, 멋진 ‘옥시모론’입니다. 유치환 시인의 ‘소리없는 아우성’ 또한 ‘옥시모론’의 압권입니다.
날카롭다[sharp]는 뜻의 ‘oxy’ + 바보[stupid]란 뜻의 ‘moron’ = 샤프한 멍청이, 즉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나타냅니다. "죽으면 살리라!" “Die to live!” 짧고 심오하지 않습니까? ‘살아 죽은 자 [a living dead],’ 심각한 경고의 ‘옥시모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아 있으되 이미 죽은 자. 죽었으되 영원히 사는 자와 심오한 대비를 이룹니다. Thank God I am a theist!"즉석연설은 적어도 3주의 연습이 필요하다." "It usually takes more than three weeks to prepare a good impromptu speech." 이 또한 마크 트웨인의 명언입니다. 대학에서 "Public Speaking"과목을 가르치며 수없이 써먹은 ‘oxymoron’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즉흥연설 잘 하려면 평소 깊은 내공이 필요한 건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I never said most of the things I said.
내 말 대부분 나는 결코 말한 적 없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이 말로 유명한 미국 야구계의 명사 요기 베라[Yogi Berra]의 ‘옥시모론!’ 평생 그렇게 많이 말해놓곤, 이제와서 그동안 떠든건 거의 자기 말이 아니라고 잡아떼는군요. 하긴, 부처님도 팔만사천 법문 후에 ...... 결국 한 말씀도 하신 적 없다고 했던가요?알고보면, 진리는 모두 ‘oxymoron’ 속에 ‘가만히’ 들어있는 듯 합니다. 인간의 지성으로 반듯하게[?] 정리해 놓은 것들은 요설(饒舌)이기 쉽습니다. 간단한 걸 어렵게 푸는 게 사람의 이성이요 지성입니다. 불 하나 켜면 단박에 사라질 어둠을 구석구석 만지며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요? 맞은 독화살은 우선 뽑고 볼 일이지 누가 왜 어디서 어떻게 쏘았는지를 열심히 궁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옥시모론’은 상큼합니다. 개운합니다. 찌꺼기가 없습니다. 단번에 정곡을 찌릅니다. Less is more! 적을수록 많다. 골프 배울 때 늘 듣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힘 빼!" 힘 주면 더 못하는 게 대부분 운동입니다. 그래서, 살살하면 되게 이룹니다. 그게 ‘모순의 진리’요 ‘oxymoron’의 묘미(妙味)입니다. "믿지 못하니 믿지요!" I believe because I cannot believe! 쉽게 믿겨지는 거라면 굳이 믿을 일이 없겠지요. 처녀가 아이를 낳고, 물이 포도주로 변하고, 죽은 자가 살아나고,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군요. 믿을 수가 없어요. 도저히 사람의 머리론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그래서, 그래서 ... 믿는 겁니다. ‘oxy’[sharp] + ‘moron’[stupid] = oxymoron. 샤프한 바보, 영리한 바보, 그게 바로 ‘믿는’ 사람이라군요.
Whosoever exalts himself shall be abased; and he that humbles himself shall be exalted.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눅 14:11]
성경 말씀 가운데 ‘옥시모론’의 모형이랄 수 있는 문장입니다. 올리면 낮아지고 낮추면 올려지리라!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도 비슷한 ‘oxymoron’입니다. 역시, 진리는 통합니다. Paths are many; Truth is one!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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