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레만호]
몽트뢰, 모르쥬, 로잔… 스위스 레만호의 도시들은 감미롭다. 호수 북쪽에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담겨 있고 남쪽으로는 프랑스 에비앙의 알프스가 비껴 있다. 뜨겁게 요동치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찰리 채플린은 “석양의 호수, 눈 덮인 산, 파란 잔디가 나를 행복의 한가운데로 이끌었다"고 레만호를 회고하기도 했다.
⊙ 퀸·스트라빈스키·헤밍웨이… 예술가 마을
레만호 북동쪽의 몽트뢰는 예술의 혼이 묻어나는 조그마한 도시다. 시용성과 재즈 페스티벌 외에도 호숫가 산책로에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에게 몽트뢰는 제2의 고향이다. ‘몽트뢰 광장에는 그룹 ‘퀸’의 프레드머큐리 동상과 그가 남긴 한 구절 글귀가 적혀 있다.
퀸, 스트라빈스키 등 음악가 외에도 루소, 바이런, 헤밍웨이 등이 이곳을 배경으로 작품을 썼다. 가수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의 소재가 된 카지노도 몽트뢰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 재즈 페스티벌과 시용성의 몽트뢰
예술가의 마을답게 매년 여름이면 재즈 페스티벌이 몽트뢰에서 열린다. 67년 시작된 재즈 페스티벌은 필 콜린스, 밥 딜런, 스팅 등 유명 스타들이 참가해 화제가 됐다. 10여㎞ 이어지는 호숫가 산책로는 호젓하면서도 분위기가 넘친다.
28세 때 바이런이 쓴 ‘시용성의 죄수’로 유명해진 시용성은 호숫가 바위 위에 세워졌으며 한때 견고한 요새였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고성으로 지하감옥 등 둘러보는 데만 2시간이 족히 걸린다.
몽트뢰에서 모르쥬로 연결되는 길은 숨겨진 와인 산지다.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포도밭은 호수에 반사된 햇빛까지 품에 안아 풍요롭다. 모르쥬 외곽의 트로세나는 오드리 헵번이 여생을 보낸 곳으로 아침 장터는 헵번이 산책을 겸해 들르기도 했다.
봄이 오면 이곳 모르쥬에 가볼 일이다. 항상 꽃이 피어 있어 ‘레만 호수의 꽃’이라 불리는 모르쥬는 봄이면 튤립축제가 열린다. 100여가지 10만송이의 튤립이 호수, 요트와 어우러져 피어난다. 꽃축제는 아이리스, 달리아 꽃축제로 이어져 연중 꽃을 볼 수 있다.
⊙ 올림픽과 와인의 도시를 만나다
모르쥬 서쪽의 로잔은 올림픽의 도시다. 호숫가에는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을 기리는 ‘C’자 동상이 세워져 있고 올림픽위원회와 박물관도 들어섰다. 박물관에는 육상스타 임춘애가 들고 달렸던 88 올림픽 성화와호돌이가 반갑게 전시돼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케이블카와 언덕위 카데드랄 대성당이 로잔의 상징.
고딕양식 성당에는 야경꾼이 소리 내어 시간을 알리는 전통이 남아 있다.
로잔은 음악, 연극의 예술도시로 스위스 젊은이들의 뜨거운 나이트라이프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인구의 30%가 외국인으로 레만호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구경을 위해서는 제네바 중앙역에서 몽블랑 거리로 이어지는 길을 택한다. 이곳에는 명품 상점과 커피 한 잔의 여유가 가득 배어 있다. 도시의 과거를 엿보고싶다면 제네바 대학,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구시가지로 접어든다.
구 시가지에서는 성피에를 대성당외에도 제네바 대학 학생들의 단골서점인 ‘줄리엔’, 학생들의 추억이 서려있는 클레멘타인 소녀 동상도 만날 수 있다. 구 시가지 광장인 마라쿠자바일라 광장을 중심으로 옛 가게들을 기웃거린 뒤 제또 분수와 영국 공원을 구경하면 된다.
론느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도심에서 10여분만 벗어나면 주변은 녹색지대로 변한다. 스위스 제3의 와인 생산량을 자랑하는 포도밭이 강변 계곡에 자리 잡았는데 이곳에서는 와인 메이커가 직접 만들어내는 하우스 와인을 맛볼 수 있다.
※ 여행 메모
* 가는 길
제네바가 관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베른이나 프랑스 파리 등을 경유해 제네바까지 열차로 이동한다. 레만호 여행의 출발점은 제네바. 제네바에도착한 뒤 기차를 타고 레만호 인근의 도시를 둘러볼 수 있다. 제네바에서 로잔까지 40분, 로잔에서 몽트뢰까지 30분이 소요된다.
* 테마 열차
레만호 여행은 다양한 테마열차를 이용하면 더욱 운치 있다. 골든 패스 라인은 취리히∼루째른∼인터라켄∼몽트뢰∼제네바를 잇는 코스로 루째른 호수와 레만 호수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초컬릿 트레인은 클래식 객실이나 파노라마 열차를 타고 몽트뢰를 출발해그뤼에르, 브록을 경유한 뒤 다시 몽트뢰로 돌아오는 열차로 빈티지 와인을 즐기며, 포도밭을 구경한 뒤 고성마을 그뤼에르에서 하차하거나 브록에 들러 초컬릿 제작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 기타 정보
레만호 일대는 스위스 와인, 치즈 퐁듀 등이 유명하다. 호텔은 제네바와 로잔에 밀집돼 있다. 스위스 기차여행 때는 스위스 패스를 이용하면 기차뿐 아니라 버스, 트램, 보트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박물관도 무료입장이가능하다.
<글ㆍ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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