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도시 비엔나의 여행을 처음 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가장 살레이던 여행일정은 슈베르트의 생가방문으로 시작되었는데 마치 잘 알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슈베르트가 어린 시절 합창단원 으로 있었던 성당에 들어가니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에코처럼 들리는 것 같고 높은 천정에서 천사들이 눈에 보이듯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비엔나 소년 합창단이 이곳에서 때때로 미사에 노래도 부르고 연주 장소로도 사용합니다.”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슈베르트가 친구들과 매일 밤 함께 연주하던 어느 귀족의 집, 200년 전 얘기를 하는데도 그 집 살롱에서 음악소리가 들리듯 했다.
슈베르트의 산책로를 돌아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던 그 봄날 그의 무덤이 있는 공원에 앉아 슈베르트의 일생을 생각해 보았다. 왠지 씁쓸하고 31세에 죽은 그의 짧은 생애가 아깝고 슬프다. 비엔나 헝가리 주위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던 많은 예술가들은 흔히 보헤미안 생활을 했다.
보헤미안의 기질은 자유로운 영혼들의 대명사 같기도 하다. 슈베르트의 친구들도 귀족의 살롱에 모여 밤늦도록 시와 그림과 음악을 얘기하고 연주하고 그것도 모자라 거리 카페로 나가 술잔을 기울이고 사랑을 하는 젊은이들이였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이 살롱에서 친구들 안에서 빛났다.
음악과 시, 예술의 풍미가 넘치는 슈베르트의 젊은 보헤미안적 생활은 그를 로맨티시즘의 한 가운데 서게 한 것 같다. 특별히 그를 중심으로 한 “Schubertiaden, 슈베르티아덴” 바로 슈베르트의 작은 서클들은 엘리트 보헤미안 들이다. 시인 화가 음악가 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키운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노래로 성악가가 음악의 시인 슈베르트와 시인 괴테 노래를 부르고 그런 모습을 화가가 사진 찍듯 그려대고 그래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슈베르트(1797-1828)는 뮬러 하이네 쉴러 등의 여러 시인들의 시로 연가곡들을 만들었고 당시의 대 문호 괴테의 시로 무려 59개의 노래를 작곡했다. 괴테(1749- 1832)의 시로 만든 노래 20여 편을 대문호에게 헌정하기 위해 그에게 보냈으나 뜯어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다.
슈베르트의 이름이 조금 알려진 몇 년 후 다시 3편을 보냈는데 그것을 받기는 했으나 대답은 없었다고 한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노래들 그것도 20편이나 되는 작품들을 돌려보내다니 작곡가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무시당한 괴테의 실수 아주 큰 실수. 그러나 괴테의 시로 만든 슈베르트의 노래들은 아름답고 슬프고 애련한 로맨틱한 노래들이다.
파우스트의 얘기를 바탕으로 한 “물레 잣는 그레첸”은 그가 17살에 쓴 첫 번째 연가곡이다. 그레첸의 심리까지도 느끼게 해주는 피아노의 배경과 멜로디가 돋보이고 괴테의 유명한 시 “마왕”에도 슈베르트 특유의 발라드를 써서 많은 애호를 받는다. 피아노 반주로 말발굽 소리를 내어 처음부터 끝까지 극적인 긴장감을 주는 아주 극적인 효과를 내는 곡이다.
죽어가는 아들을 품에 안고 밤을 달려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말발굽 소리와 함께 그리고 아침에 도착하여 아이를 품에서 꺼내보니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는 마지막 절규까지 듣는 이도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또 자식의 죽음을 애탄 하는 생생한 환상이다. 31년의 인생은 짧았지만 슈베르트는 600 여곡이 넘는 가곡을 썼고 9개의 심포니와 많은 실내악 곡들을 남겼다.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그의 작품들은 별로 출판도 안 되었고 공개적으로 연주도 안 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가 아름다고 로맨틱한 멜로디의 노래를 많이 썼다는 것은 비엔나에 널리 알려 졌었다.
음악의 시인 슈베르트와 시인 괴테 4년 동안 매독으로 고생하다 이미 다가오는 죽음을 살며 죽음의 마지막 해에 이르러 더 생산적이고 왕성한 작품생활로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
가장 유명한 연가곡 “겨울 나그네” 멜로디가 노래 같은 ‘피아노 3중주’ 오페라같이 드라마 틱 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래 ”바위위의 목동” 사랑하는 제자에게 헌정 했다는 ‘4손을 위한 피아노 2중주’ 등은 아름다운 멜로디에 가슴이 먹먹해 지는 로맨티시즘의 절정적인 작품들이다.
슬픔을 품은 사랑의 멜로디. 사랑을 내가 앓고 있는 것처럼 또는 죽음이 가까워 나를 방황하게 하는 느낌의 표현 등은 슈베르트이어야 만 되듯 그의 인간적 순수함과 아픔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 같다. 살아 있을 때의 괴테는 슈베르트를 못 알아보았지만 함께 하늘나라에서 위안을 주고 받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아주 오래전 접어두었던 여행기록들이 새삼 살아 내 마음을 움직여 주는 것은 슈베르트 때문인지 로맨티시즘의 부활인지.
비엔나의 추억이 주말에 있을 슈베르트의 음악회로 이어진다. 슈베르트 작품만으로 짜여 진 연주로 그들의 슈베르트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봄날의 하루저녁이 되기를 바래본다.
괴테의 시에 부친 연가곡 또 그 생의 마지막 해에 열정을 불 살렸던 작품들이 모두 연주된다. 괴테도 항상 슈베르트와 함께 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 나의 가슴은 슈베르트와 함께 봄을 맞을 설레 임으로 생기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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