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세 정도 ‘놀이’ 개념 친숙하게 스타트... 피아노 기본… 적성 따라 다른 악기 선택
▶ 악기 배우면 사고력 등 학습에도 큰 도움
베데스다 대학의 박윤재 교수가 학생에게 바이얼린을 지도하고 있다.
자녀가 프리스쿨에 입학할 즈음이면 많은 부모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바로 음악교육 때문이다. 웬만한 한인가정에서 자녀들의 악기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음악교육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언제부터 어떤 악기로 시작해야 할지는 아리송하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자녀들의 악기교육에 대해 알아봤다.
■ 언제 무엇부터 배울까
악기교육 시작의 베스트 타이밍은 가장 큰 관심사. 우선 손과 눈을 함께 사용하는 협응력이 발달하는 9세 이후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 아이들이 이미 학령기를 지나 자칫 악기교육이 ‘공부’의 한 부분으로자리 잡아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4세 정도부터 ‘놀이’의 개념으로 시작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악기교육을 통해 음악에 대한 흥미를 갖게하는 것이다.
첫 악기 선택도 중요하다. 일부 부모들은 뭔가 색다르거나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악기부터 배우게 하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아노’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애나하임 ‘베데스다 대학’의 박윤재 교수는 “피아노는 양손을 사용하고 선율과 반주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기교육의 기본”이라며 “피아노와 친해진 이후 아이의 ‘선호도’에 따라 또다른 악기를 선택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다르듯 악기 역시 아이들에게 잘 맞는 것이 따로 있게 마련”이라며 “악기 선택은 부모의 선택이나 강요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찾도록 하고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령 연주회 같은 공연에 자주 데려가 아이가 “저 악기 소리 좋은데”라거나 “저 악기 한 번 배워볼까”라고 얘기하는 것 등을 참고로 하면 좋다는 것이다.
■ 어떻게 가르칠까
악기 레슨은 크게 개인레슨과 애프터스쿨 등을 통한 그룹레슨으로 나눠지는데 각각 일장일단이 있기는 하지만 악기가 정해졌다면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 개인레슨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룹레슨의 경우 강사 혼자 여러 아이들을 함께 지도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다 악기를 처음 접하는 단계에서 정확한 테크닉을 습득하기에도 부족하다.
또 강사 개개인의 특성을 알기 힘들고 애프터스쿨 상황에 따라 종종 교체된다는 단점이 있다.
개인레슨은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검증된 강사를 소개받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가 어느정도 실력에 도달했을 경우에는 강사가 연주회 같은 발표의 기회를 자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체크해 볼만하다.
레슨 횟수는 시작하고 2년 정도까지는 주 2회 정도는 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4~5세 정도 어린이라면 오랜 시간 레슨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 회 시간을 30분 정도로 해 주 2회를 하는 게 좋겠다.
개인레슨 때 강사가 오면 보통 부모들은 가사에 집중하거나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있는데 첫 몇 개월 동안은 부모가 레슨을 참관하는게 오히려 낫다. 강사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 레슨 진행상황과 아이의 장단점, 향후 지도 방향 등을 들으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레슨 주의사항
레슨을 받는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핀잔을 주거나 다른 아이들과 자주 비교하는 것은 아이들을 더 지치고 싫증나게 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반년을 배우고도 이 정도 밖에 못해”라든가 “너보다 늦게 시작한 옆집 아이는 이런 곡도 연주한다던데” “레슨비로 얼마가 나가는 줄 아니” 등의 표현은 역효과만 날 뿐이다.
개인레슨은 교재나 강사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자녀가 레슨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강요나 꾸짖음보다 현재의 레슨에 문제점은 없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또 자녀들의 사기 진작과 악기의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악기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피아니스트나 바이얼리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뮤지션으로 키우기 위해서’ 악기를 가르친다는 부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악기교육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든가 ‘자기표현 능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끈기와 인내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그렇다면 음대 진학이나 전문 음악인이 되지 않을 아이의 경우 언제까지 악기 레슨을 받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고교 졸업 전까지는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베데스다 대학 박윤재 교수는 “악기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예능이나 특기교육의 차원만이 아니라 아이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특히 어른이 된 후에도 자신만의 고유한 취미활동을 갖게 됨에 따라 보다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 악기교육의 중요성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려서 음악교육 특히 악기를 배우게 되면 좌·우뇌가 고르게 발달돼 음악뿐 아니라 수학적 사고력도 키워주게 된다. 몇 년 전 하버드 대학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에 따르면 피아노 혹은 현악기를 최소한 3년 이상 배운 8~11세 어린이는 어떤 악기도 배우지 않은 경우에 비해 어휘력과 추리력점수가 더 높았다.
창의적인 사고와 풍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데도 악기교육만큼 좋은 게 없다. 악기를 통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게 되며 연습과정을 거치며 집중력과 끈기, 인내심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악기교육을 통해 쌓은 내공은 친구나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자신감과 자존감, 자기표현력, 문제 해결력에도 긍정적이다. 특히 악기는 사춘기의 정서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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