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마취 부작용이 가장 큰 위험
▶ 담관·췌관 검사 장비의 오염서 비롯... 위나 대장 내시경 때에는 사용 안해... 장비 소독·살균 하면 비교적 안전
[UCLA 감염사태로 본 궁금증]
UCLA 로널드 레이건 메디칼 센터에서 환자들이 내시경을 통해 수퍼 박테리아인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에 집단 감염된 사태와 관련(본보 2월19·20일자 보도), 내시경 검사를 두려워하는 한인들이 많아졌다. 내시경 검사의 득과 실을 오필수 위장·간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점검해 보았다.
# 이번에 문제가 된 내시경은
대개 내시경 하면 위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을 주로 검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내시경은 일반적으로 하는 위/대장 내시경이 아니라 ‘내시경 역행성 담관 췌장 조영술(ERCP,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이다.
오필수 전문의는 “ERCP는 담관과 췌관을 검사하는 내시경 장비이자, 암 치료 및 담석을 빼내는 치료에 쓰인다. 이 ERCP는 구조적으로 위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처럼 끝에 똑바로 카메라와 장비가 달린 것이 아니라, 사이드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고, ‘엘리베이터 와이어 채널’(elevator wire channel)이라는 올리고 내리고 하는 아주 작은 날개 같은 부분이 있는데, 이 부위가 충분히 소독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학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검사를 멈추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간단한 내시경 검사로 고칠 수 있는 병들을 모두 옛날 방식의 큰 수술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관이 막혔거나 혹은 돌이 있어 증상이 있는 경우 내시경으로 검사하면서 막힌 관에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담석을 바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 ‘항생제 내성’도 문제다.
이전에도 내시경 검사 후 병균에 감염된 사례는 부작용으로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점점 병균이 강해지고 바뀌면서 강력한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균이 있어 치료가 힘들어진 것.
‘수퍼 박테리아’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말한다. 이번에 발견된 CRE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으로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장내 세균 속 균종으로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 대장균(Escherichia coli)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균종은 요로감염, 폐렴,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카바페넴은 세팔로스포린이나 베타락탐제(beta-lactamase)에 내성을 가진 세균들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로 나왔지만, 이 강력한 항생제에도 치료가 되지 못하는 장내 세균이 CRE이다.
오 전문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이런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이런저런 검사를 하게 되면 감염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내시경 검사
내시경 검사는 비수술적 검사방법으로 내시경 끝에 달린 카메라로 인체 소화기 장을 따라가며, 의사는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암이나 감염 여부 등을 검사한다. 위 내시경은 대개 구강을 통해 식도, 위장, 소장 윗부분까지 검사하게 된다. 대장암 검사에 주로 쓰이는 대장 내시경, S상 결장경검사(sigmoidoscopy)도 있는데, S상 결장경 검사는 직장만 보는 검사다. 대장 전체를 보는 검사는 대장경 검사(colonoscopy)다.
내시경 초음파(endoscopic ultrasound)라 해서 위 내시경과 초음파 검사를 접목시킨 검사 방법도 있다. 내시경 초음파도 옆으로 보기도 하지만 ERCP 같은 ‘엘리베이터 와이어 채널’ 문제는 없다.
‘캡슐형 내시경’도 있지만 대개 소장문제를 검사할 때 쓰이며 보편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위와 장에 아무 특이사항이 없고 소장문제가 의심될 때 사용된다.
물론 소장까지 들어가는 내시경 검사도 있다. 위 내시경과 비슷한데 좀 더 길고 위장 검사와 방법은 같다.
대장 내시경의 경우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예전에는 수술로 제거했을 용종을 간단하게 내시경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 미국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쉽게 할 수 없는데
위암 발병이 높은 한국에서는 기본 건강검진에 위내시경이 포함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보험 때문에 검사 허락을 받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위장 내시경의 경우 한국에서는 40세부터 시작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받는다.
하지만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은 특별한 증상이 있지 않는 한 검사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위·대장 내시경 검사는 위장 통증, 궤양 및 위염 증상, 소화기 출혈, 만성적인 변비나 설사에 시달리는 등 대변 변화 및 이상, 대장 용종(polyps) 등 문제로 검사하게 된다.
한편 장상피화생(Intestinal Metaplasia)이라 해서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세포가 변하는 것이 발견되면 위암의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받게 된다.
# 대장 내시경은 꼭 매년 하는 검사는 아니다.
오 전문의는 “위암은 빨리 생길 수 있지만, 대개 대장암은 작은 용종(폴립)에서 암으로의 발전하기까지 몇 년씩 걸린다. 대장 내시경은 한국에서처럼 자주 검사하는 검사는 아니다. 첫 검사에서 깨끗했다고 진단 받고, 아무 증상이 없으며, 위험요소가 없고, 가족력 및 지병이 없는, 대장암과 관련이 없는 건강한 사람은 50세 대장암 검사 첫 검사 후 10년 후에 검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설사 첫 대장 내시경 검사 때 아주 작은 용종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 작은 용종이 10년 안에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내시경의 부작용은
오 전문의는 “종합적으로는 내시경 검사는 매우 안전한 검사다. 하지만 모든 검사에는 부작용이 있다. 천공, 수면 마취약에 대한 반응, 감염, 출혈, ERCP 검사로 인한 박테리아 감염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감염증도 문제이지만, 먼저 수면 마취의 부작용도 고려해 봐야 한다. 심장에 무리가 가거나 또는 호흡곤란으로 산소나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면 마취제에 대한 반응을 전환시키는 약제도 물론 있다.
오 전문의는 “감염문제도 사실 검사 전 장비 소독이나 가이드라인 지침 등 모든 것을 규정대로 지키면 거의 없는 문제다. 살균과정을 건너뛰거나 혹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물론 있다. 내시경 장비는 많은 환자들을 거치기 때문에 장비 소독은 가장 먼저 지키게 되는 규정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론 몇 년 전에 라스베가스의 한 병원에서 마취약을 한 병 사용하고 나서는 바로 버려야 하는데, 사용했던 주사기 등을 재사용해서 C형 간염이 옮겨졌던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 왜 검사하는지 환자가 알아야
모든 검사는 장점과 부작용 위험이 있다. 하지만 검사의 득과 실을 환자 스스로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오 전문의는 “한인 환자 중에는 이전에 받은 검사에 대해 결과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참 많다. ‘몇 년 전 검사에서 용종을 발견했었나요?’하고 물어보면 대개 ‘모른다’는 답을 한다. 검사 후 결과를 잘 알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검사 전에 부작용에 대해, 검사하면 왜 도움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거쳐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또 이미 지난해에도 검사를 했는데, 올해도 안심하고 싶어서 검사하고 싶다는 자세는 곤란하다. 가족력이나 위험요소 여부를 판별하고, 왜 이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환자가 꼭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때는 검사준비도 잘 해야 한다. 힘들지만 장을 깨끗이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변이 남아 있으면 재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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