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들과 통하는 데가 있어 ‘K팝스타’라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14살 ~ 16살의 어린 참가자들의 화장기 없고 꾸밈없는 순진함과 순수성이 좋고, 맑고 깨끗한 목소리와 모습에 매혹된다.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틀에 박힌 창법으로 잘 부르는 참가자들을 선호하는데 비해 ‘K팝스타’에서는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찾아 가슴으로 노래할 것을 요구한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놓으라는 얘기인데, 예술에서 개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과 같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잘 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 실용음악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때로 일찍 떨어지는 이유는 학교에서 노래하는 기술을 가르치는데만 주력하기 때문이다.
예술 세계에서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고 나야 하는 재능이 중요하다. ‘K팝스타’를 보며 타고난 음악 감성을 지닌 참가자들을 발견할 수 있어 즐겁다. ‘K팝스타 1’에서는 이하이<사진>의 타고난 재능을 듣고 바라보는 게 무척 즐거웠고, 시즌 3에서도 몇 명이 눈에 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찾는다고들 하는데, 내가 미국에 오래 살아서인지 외국에서 자라난 참가자들이 자유롭고 자연스러워 보여 더욱 애정을 느낀다.
버클리 음대에 다닌다는 케이티 김의 노래를 들으면 신비한 매력을 지닌 요정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고, LA에서 온 에스터 김의 슬프고도 장엄한 R&B 풍의 노래를 들으며 이민 가정에서의 어려운 성장 과정을 짐작할 수 있어 가슴이 아려오고, 시원한 그녀의 노래에 흐르는 리듬과 블루스에 외국 생활에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서러움과 그리움을 듣고 있는 듯하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K팝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끼기도 하는 프로그램인데, 현란한 의상과 칼 군무, 중독성 있는 리듬과 대체로 가볍고 밝은 풍의 노래로 사랑받고 있는 K팝은 오랜 연습기간을 걸쳐 양산된, 음악성보다는 상품성으로 포장된 음악 산업의 양상을 보여주기에 어떻게 그 인기를 지속시키며 변화해나가는가가 큰 문제이다.
원석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원석이 가장 드높고 깊이 있는 음악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이 기획사에 있다. 잘 포장되고 계산된 상품으로써의 어린 가수들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양산된 기계의 조립품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면 탁월한 음악적 가능성을 가수들에게 허용하는 기획사 시스템의 비전과 변화가 필요하다.
빅뱅과 2NE1을 길러낸 YG가 그중 개개인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는데, YG의 신인 그룹 Winner를 보며, 과연 그러한 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K팝스타의 미래라고 볼 수도 있는 아이돌 음악 프로그램인 인기가요를 보고 있으면, 천편일률적이고 가볍기만 해, 상품으로 전락한 아이돌로 가득한 K팝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우려를 느낀다.
단기적으로 빨리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기계의 부품들 같이 움직이는 아이돌을 양산하는 많은 기획사의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력이 부족한 여자 아이돌 가수들에게 상스런 의상을 입혀 섹시 댄스들을 시키는데, 전혀 섹시하지 않고, 어른들에게 기만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의 어두운 이면을 보고 있는 듯하다. 성형수술을 강요받으며 상처받는 젊은이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어린 한국 여가수들의 어이없는 귀여운 애교가 도대체 음악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왜 그런 경향이 유행하는지 알 수가 없다.
블락비, 방탕소년단, Vixx, Fx 등 자유롭고 역동적 개성이 독특한 새로운 그룹들에게서 K팝의 밝은 미래를 보기도 한다. 한국 전통음악 장단의 복합적인 깊이, 창과 판소리의 찬란한 전통, 좁은 나라에서 태어나 몇 년의 연습기간을 마다하지 않는 어린 가수 지망생들의 열정, 전 세계 10대들의 사랑을 받는 점 등 희망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린 가수들을 소중히 다루고, 그 가능성을 충분히 살려 개개인을 예술가로 탄생시키는 긴 안목과 비전으로 오랜만에 한국이 맞이한 한류의 새로운 물결이 더욱 자유롭고 찬란하게 오랫동안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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