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자 워싱턴포스트 신문 일면에 실린 두 기사가 나를 우울하게 했다. 하나는 NBC TV 뉴스의 간판 앵커맨 브라이언 윌리암스 씨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년 리틀리그 세계야구대회의 미국 우승팀에 관한 것이었다.
윌리암스 씨는 이라크 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관해 과잉/허위 보도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NBC TV는 그에게 6개월 무급정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 대중으로부터 받아왔던 신뢰를 고려한다면 그 이상의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본인 스스로 완전히 사임을 했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그의 뉴스를 선호해 들어왔던 나도 부정직한 보도 소식에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언론과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정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것은 바로 그들에게 사회의 부정직한 부분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하는 특권과 사명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직함이 결여되어 있다면 당연히 그러한 기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사람이기에 잘못 할 수 있고 재기의 기회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자숙한 후 복귀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 차지하고 있던 위상을 고려할 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언론계에서 완전히 물러나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작년 리틀리그 세계야구대회 미국 우승팀이었던 시카고 팀 소식은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어른들의 부정행위로 아이들이 크게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팀이 세계 우승팀 결정전에서 한국팀에게 졌을 때 한국팀의 우승만큼 이들의 선전도 자랑스러웠다. 시카고의 저소득층 지역에 사는 흑인 선수들 만으로 구성되었던 이 팀의 활약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와 격려를 보냈다. 그런데 지역 외(外) 선수의 불법 포함으로 우승팀 자격을 박탈 당한 것이다. 순전히 어른들의 잘못이었기에 어린 선수들에게는 불공평하고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아프더라도 원칙에 따르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옳다. 원칙은 나이나 생활 환경에 상관 없이 지켜져야 한다.
안타까운 이 두 기사들을 보다가 몇 개월 전 보았던 어떤 한 고등학교 교내신문 기사가 생각났다. 해당 신문의 일면 전체를 차지했던 기사의 제목이 “Cheating”이었다. 그 기사는 시험이나 과제준비 때 정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고등학생들이 제법 많다고 했다. 그 이유는 성적, 방과 후 과외활동 참여, 대학 진학 등에 대한 압박감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사 속에 제시된 통계자료가 나의 주목을 끌었다.
그 자료는 Josephson Institute of Ethics라는 기관이 발표한 “미국청소년들의 윤리문제에 관한 성적표”라는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가장 최근 자료는 2012년 것인데 고등학교 학생들 중 52%가 시험 부정행위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73%가 과제준비에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통계자료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 여럿 있다. 자신들의 도덕성이나 성품에 대해 만족하는 학생들이 93%, 그리고 손해보더라도 규칙을 엄수해야 한다고 믿는 학생들이 92%가 되면서도,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서는 부정행위도 가리지 않는다고 보는 학생들이 57%나 된다고 한다. 또한 성공을 위해서는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보는 학생들도 36%나 된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어른들을 보는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학생들 중 93%가 자신들의 부모는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7% 가량의 학생들은 자기 부모들이 이해타산을 따지는 일을 도덕적인 부분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위의 어른들이 도덕과 성품에 모범이 된다고 한 학생들은 85%에 불과했다. 어른들 가운데 15% 정도는 모범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을 위시한 어른들이 먼저 모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할 때 그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지는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녀들과 젊은이들에게 가장 가깝고 중요한 선생님은 역시 부모님들과 주위의 어른들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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