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둔화 따른 중국·러시아·유럽 영업 부진 속
▶ 백만장자 급증 힘입어 매출 급속 신장세 뉴욕·휴스턴 등지에 호화매장 속속 오픈
휴스턴에 새로 문을 연 5,000 평방피트짜리 샤넬 갤러리아는 코코 샤넬의 집을 본 따 만들었다. 브론즈 스크린에 앤틱 벽난로, 그리고 샹들리에가 매달린 슈 살롱 등을 갖추고 있다. 베벌리힐스 로데오 드라이브에 자리 잡고 있는 1만 평방피트 입셍로랑 스토어는 이 브랜드의 대표적 업소이다. 하얀 대리석 등으로 화려히 꾸며져 있고 유명 인사들이 대중의 눈을 피해 드나드는 뒷문도 있다. 뉴욕 다운타운 맨하탄에서는 에르메스와 살바토레 페라가모, 그리고 폴 스미스가 3억달러를 들여 재개발한 허드슨 강변 월드 파이낸셜 센터에 문을 열 준비를 마쳤다.
명품업체들이 유럽과 신흥시장 고소득층 지출이 주춤거리면서 미국의 백만장자들을 새로운 타깃으로 쫓고 있다. 테크놀러지와 에너지 같은 급속 성장 산업 덕분으로 휴스턴과 달라스, 샌 호제 같은 도시들은 세계에서 백만장자 밀집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되고 있다. 2012년 이후 달라스의 백만장자 비율은 20%나 늘었으며 휴스턴도 18%가 증가했다.
주식시장 상승과 건실한 경기회복에 힘입어 미국의 수퍼리치 비중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2013년 중반 이후 미국의 백만장자 수는 160만명이나 늘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로 같은 기간 중국의 9만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크레딧 스위스 은행은 밝혔다. 2014년 5,000만달러 이상 재산을 가진 미국인과 같은 재산을 가진 중국인들의 비율은 8대1을 넘었다. 미국은 총 재산 114조달러의 세계 최대 부국이다.
명품 업체들은 홍콩이나 러시아의 갑부들이 아인 미국의 수퍼리치들에게서 성장 동력을 보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신발업체인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경영자인 미셸 노르사는 “지난해 미국은 우리 투자 계획의 1순위였다”며 “테크 산업을 선도하고 아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미 서부지역에는 기회들이 많으며 라티 아메리카로 향하는 창문이 되고 있는 마이애미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기회를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의 명품매출 호조는 다른 지역의 자산 약세와 정치적 경제적 불안, 환율 압력 등으로 고전해 온 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패척결이 강화되면서 명품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에 따르면 중국의 명품매출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루블화 약세와 소비자 신뢰 하락 등의 여파로 러시아 부자들의 지출도 줄었다.
반면 미국의 지난해 명품관련 개인지출은 73억달러로 5% 늘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마이너스 지출과 대비된다. 또 최근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추이변화를 강조했다.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도 이 업체의 아시아 매출은 6%가 줄었다. 유럽은 3%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8%나 늘어났다. 자산관리회사인 웰스 X의 데이빗 프리드맨 사장은 “헤지펀드와 테크놀러지, 그리고 부동산에서 연 수백만달러를 버는 새로운 30~40대 미국인 세대가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뉴욕에서 섬유회사를 운영한다는 밀튼 트로시(29)는 비즈니스 전망이 밝다며 올해는 자신의 외모를 좀 더 멋있게 치장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450달러짜리 페라가모 벨트를 구입한 후 “T셔츠와 함께 착용하면 여자들에게 인기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창출되는 부의 상당 부분은 에퀴티 마켓이 차지한다. 미국 부자들 대부분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부자 세율도 상대적으로 낮아 쓸 돈이 더 많다.
또 전문기술을 가진 고소득 이민자들의 유입도 명품시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인력 유출과 미국의 인력 유입은 미국으로의 부의 이전과 명품지출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베인의 명품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다르피지오는 “부유한 이민자들이 이민 오면서 뉴욕과 마이애미, 그리고 대학도시인 보스턴 등의 명품시장이 더욱 활성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400만명에 달했던 미국 방문자들의 증가도 명품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입셍로랑 같은 레이블들은 적극적인 미국 공략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브랜드의 모회사인 파리 소재 케링은 지난해 3분기에 19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도보다 3.5% 증가했으며 이는 북미지역에서의 12% 매출증가에 힘입은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명품인 에르메스는 달라스와 휴스턴, 보스턴, 시애틀의 매장 규모를 늘리고 있다. 또 팔로알토에 새로운 매장을 내고 맨하탄 브룩필드 플레이스에 이 지역 세 번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 매장은 향수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게 된다. 에르메스는 “이전에는 브릭스 국가들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성장의 강력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략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에서 맨하탄만큼 새로운 명품을 잘 받아들이는 곳도 없다. 지난해 뉴욕시의 개인 명품관련 지출은 255억달러로 세계 두 번째 명품 지출국인 일본 전체보다도 많다. 명품업체들의 초점은 다운타운 맨하탄으로 옮겨가고 있다. 웨스트필드 그룹은 올 하반기에 두 번째 명품 몰을 오픈할 예정으로 있다.
하지만 모든 명품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보석 체인인 티파니는 지난 11월과 12월 매출부진을 들어 금년 매출전망을 축소했다. 모건 스탠리도 현재와 같은 명품 호황은 지속되기 힘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자가용 비행기를 살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유로와 엔화 약화로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명품업계는 “우리가 상대하는 계층은 대단히 부유한 사람들로 환율변화가 이들의 구입욕구를 억제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