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못생긴 추남추녀라도 글만 잘 쓰면 신문기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방송 뉴스를 셰익스피어 뺨치게 잘 쓰는 사람도 용모가 번듯하지 않으면 TV 앵커맨이 될 수가 없다. 앵커맨의 자격 중 얼굴 모양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라는 역설적인 예는 중국의 어떤 TV 앵커가 정부 고관들의 부인들 20여명과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최근 기사에서 볼 수 있다. 그런 여자들만 못됐다고 할 수 없는 통계로는 중국에서 2012년에 탐관오리로 조사를 받은 관리들 중 95%가 혼외 정사를 일삼았다는 보도가 있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기자나 아나운서가 되려면 경쟁이 치열한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과 대조가 되게 미국에서는 필기시험이란 게 없다. 지방 방송국에 인턴으로 들어가 기자들을 쫓아다니면서 때때로 주어지는 기회에 방송하는 녹음과 녹화 등을 모아두었다가 대학 졸업 후 주로 작은 도시의 방송국에 제출하여 채용되는 것이 흔히 있는 취직 패턴이다.
이번 주 수요일에 NBC 뉴스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브라이언 윌리엄스(55세) NBC TV의 앵커 겸 편집국장도 그런 경우였다. 2년제 대학을 거쳐 DC의 조지 워싱턴대학 및 가톨릭대학을 다녔던 그는 DC와 필라델피아 지방 방송국들을 섭렵한 후 뉴욕의 네트워크 세계로 옮긴 것이 1990년대 초였다. NBC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지만 그의 단정한 용모와 달변이 그가 톰 브로코우의 후임으로 2004년에 앵커맨으로 선택된 가장 중요한 변수였을 것이다. 그는 NBC 뉴스의 시청자 수가 930만으로 ABC 보다 60여만이나 더 많고 200여만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는 CBS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우위를 점령하는데 수훈갑(殊勳甲)을 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었다. 몇 달 전에 연봉 1,000만불로 5년 동안 계약이 연장된 배경이다.
난공불락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 윌리엄스의 급전직하 추락은 1월30일에 시작되었다. 2003년 그가 이라크 전쟁터에 갔을 때 그와 그의 뉴스팀을 경비했던 어느 하사관의 퇴역을 보도하는 가운데 “우리가 타고 있던 헬리콥터가 RPG(로켓 추진 수류탄)에 맞아 착륙할 수밖에 없었을 때 우리를 지켜준 부대원들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RPG를 맞아 착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윌리엄스 일행이 탄 헬리콥터가 아니라 다른 헬리콥터로 그 둘 사이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전광석화의 커뮤니케이션 시대라 거의 실시간에 동승했던 군인들이 미군 기관지인 ‘스타스 & 스트라입스’(성조기) 지에 제보를 하게 된다. ‘성조기’ 기자가 윌리엄스 기자에게 연락하자 그는 자기가 실수를 했었다고 자인했고 곧이어 방송에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윌리엄스가 자신이 겪었던 위험(?)을 극적으로 뻥튀기 하는 장면들이 계속 튀어나와서 NBC와 그 자신을 곤경에 몰아 넣자 지난 주말에 그는 닷새 동안 자신이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그의 과장벽을 예시하는 사태들이 연이어졌다.
예를 들면 2005년에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태풍에 대해 보도하면서 자신이 머물던 릿츠 칼튼 호텔 앞길로 홍수가 번져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노라고 했지만 호텔의 종업원들이나 다른 손님들은 물길이 그곳까지는 닿지 않았다고 증언했단다. 윌리엄스의 침소봉대(針小棒大) 경향은 심야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면서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 TV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실 NBC의 투나잇이란 심야 프로그램의 인기 진행자였던 제이 레노가 사직하자 윌리엄스는 NBC 뉴스 최고위 간부들 및 NBC를 몇 해 전에 매입한 컴캐스트 임원들에게 자신이 레노의 후계자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문의를 해서 그들의 어안이 벙벙해졌다는 보도조차 있다.
NBC 뉴스는 미국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윌리엄스를 6개월 정직시키고 그동안은 보수도 주지 않는 중징계를 내리는 동시에 ‘브라이언 윌리엄스와의 NBC 뉴스’라는 제호 자체를 NBC 뉴스로 줄여버렸다. “그의 행동들로 브라이언은 수백만의 미국인들이 NBC 뉴스에 두고 있는 신뢰를 위태롭게 하였다. 그의 행동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이번 정직은 가혹한 것인 동시에 적절한 것이다”라는 게 NBC 최고위층의 설명이다. 그러나 어떤 논객의 지적대로 앵커가 6개월 동안 카메라 앞에 나타날 수 없다는 조처는 방송인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서 그의 방송 복귀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허풍선이는 역시 코미디를 해야 제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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