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교육감이 제출한 내년도 카운티 공립학교 예산안이 1차 심의를 통과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교육감이 제출안 예산안이 단 하나의 수정안 제기없이 만장일치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모든 교육위원들이 이번 예산안의 적절성을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이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 각 지역의 교육위원회가 징세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교육예산의 재원을 모두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매년 70% 이상을 카운티 자체에서 조달한다.
이번에 통과한 26억불의 내년 교육청 예산안도 카운티 정부로부터 72% 정도의 재정 지원을 받아야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주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판매세 할당액을 포함해 약 23% 정도로 예상된다. 연방 정부로부터의 보조는 1.7%로 아주 미미하다. 나머지는 전년도 이월금과 페어팩스 시 거주 학생들의 위탁교육 명목으로 페어팩스 시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학비 등으로 채워진다.
이렇게 예산안에 필요한 재원의 거의 모두가 카운티 정부와 주 정부로부터 오기에 카운티 수퍼바이저들과 주 의원들을 상대로 예산안에 대한 설명과 로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주 의원들을 상대로 해서 얻는 결과에는 한계가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를 지역구로 하는 주 의원들이야 모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액수의 교육재정이 페어팩스 카운티에 배정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결국 주 의회가 배분할 수 있는 교육재정이란 주 전체로 볼 때 “제로 썸 게임”이기에 표결에서 다른 지역들 의원의 표수에 밀려 원하는 소득을 얻지 못하곤 한다. 그래서 결국 교육위원회는 카운티 수퍼바이저들을 설득하는 부분에 모든 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카운티 수퍼바이저들도 마찬가지 고민이다. 모두들 공교육에 최고의 우선순위를 둔다고는 하지만 그 외 다른 부문들, 즉 복지, 보안, 교통, 보건 등도 모두 함께 챙겨야 하기에 공교육 부문에만 전적으로 지원하기도 어렵다. 수퍼바이저위원회의 재원 중 가장 크면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부동산세 수입인데 수퍼바이저들도
선출직 공직자들이기에 세금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주민들의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재원 조성을 위해 부동산세를 계속 인상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해마다 4월 초에 열리는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 예산 공청회에 가보면 카운티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받는 다양한 주민들이 서로의 이익에 상반된 요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반된 요구들을 수퍼바이저위원회가 모두 받아 들일 수는 없으므로 결국 적절히 잘 조정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수퍼바이저들의 정치력이 드러난다.
요즈음에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예전에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로부터 교육예산안 재원 확보를 위해 종종 등장한 무기가 초등학교 5학년의 현악기 프로그램 폐쇄 거론이었다.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높으며 페어팩스 카운티가 미국의 다른 학군들보다 앞서 나가는 부분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가 충분한 교육재정 지원을 해 주지 않을 경우 이 프로그램을 폐쇄하게 될지 모른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 수퍼바이저위원회 예산 공청회 때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퍼바이저들 앞에서 현악연주를 하면서 말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는 아니지만, 이번에 킨더가든 종일 프로그램을 놓고 인근의 라우든 카운티에서는 현재의 반일(半日) 프로그램을 종일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종일 프로그램 희망 학생으로부터 학비를 받는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면에 프린스 윌리암 카운티에서는 충분한 교육 재정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종일 킨더가든을 반일 프로그램으로 되돌려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이것들은 예전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현악기 프로그램 폐쇄를 거론했던 전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엔 종일 킨더가든 프로그램의 존속 여부를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러나 그래도 지난주에 교육위원회의 1차 심의를 통과한 교육예산안을 내년에 그대로 실행할 있도록 모든 재원이 확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는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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