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써 해방 70주년이자 동시에 분단 70년을 맞는다. 완전한 우리 힘으로 이룩한 해방이 아니고 강대국의 힘에 의존함이었기에 그들의 입맛대로 남과 북이 나뉜 채 해방을 맞이했던 것이다. 70년이란 참으로 현대문명의 속도 감각으로 긴 긴 세월이다.
지금 이 지구상에 우리 한반도는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바위를 산 위로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시지프의 시련을 겪고 있는 셈이다. 세계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어떻게 해서 단일민족인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오랫동안 통일을 못하고 대치 상태에 있는지 매우 의아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연구소는 한반도의 통일 방법보다는 거꾸로 분단지속 이유를 흥미꺼리로 규명하고 있다는 발표도 있다. 참으로 우리로선 세계 앞에 비참하고 치욕적인 망신의 연속이다.
1960년대초 서울에 와서 2년간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버클리 대학의 존 로스터 교수의 고별강연이 지금도 심금을 울리며 회한을 쏟게 만든다. “이 지구상에 이렇게 외세 침략에 연약하고 동족상잔에 잔인한 민족을 본 적이 없다”라고 질타했다. 그때 그 신문기사가 아직도 가슴을 후빈다. 해방이후 우리 민족은 새국가 건설을 위해 무엇을 했나.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이념을 제각각 들여와 싸움부터, 전쟁부터 시작하지 않았던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던가. 자기들의 권력야욕을 채우기 위한 싸움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두 개의 이념 대립으로 70년을 지새워왔다. 이런 어리석고 비참하고 잔인한 이념전이 지속돼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문명문화가 파괴되고 산 같은 겨레의 쓰라린 비극이 쌓였던가.
지금 세계는 종교 대립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념전쟁은 이미 종식을 고한 지 오래됐는데도 우리 남북한만 기형적 이념논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동족상잔을 계속하고 있다. 양쪽 모두 한 치의 양보가 불가능한 형태를 제시해놓고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남한을 기어코 적화하고 말겠다는 결의와 북한을 반드시 흡수 점령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평행선 달리기가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수구 보수세력의 집요한 장기집권 획책과 삼대 세습이라는 철통같은 주장을 맞세우고 정권연장을 위한 묘책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강대국들 그리고 외세의 통일방해 간섭을 원망하고 있지만 분단 70년 동안 남북이 합심해 슬기와 지혜를 엮어내고 공동 투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이제라도 남북 모두가 통일에 역행하고 있지 않은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한 치라도 북한을 이해하자고 하면 당장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올가미를 들씌우고 조금만 한국의 안정을 강조하면 수구 골통이니, 미제 스파이니 하는 협박이 들이닥치는 분위기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모두의 정신혁명이다. 우리 모두는 통일운동의 당사자들이다. 조금만 의견이 다르면 대화를 끊으려하고 비방모략하여 적으로 만들려는 그런 습성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통진당 해체는 무엇이고 정치범 수용소가 없다고 펄쩍 뛰는 새빨간 날조 거짓말 등이 무엇을 의미하나. 통일운동 세력이라는 이들도 거의가 외눈박이 아니면 절름발이 소아병적이다. 통일운동을 하려면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남북이 합칠 수 있는 내용부터 아주 공평하게 봉합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중도 세력이 육성돼야 한다. 또한 어느쪽의 앞잡이도, 주구도 되지 말아야 한다. 분단 70년 외세 간섭 방해를 원망하며 방점을 두는 것도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의 실력부족과 저자세 외교의 산물임을 시인해야 한다. 통일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와 주장들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통감해야 할 것은 견해나 주장이 다른 사람을 용납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민주적 의식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 순수 민족주의에 입각한 진정한 중도세력의 등장이 가능한지 매우 비관스럽다. 중도세력을 외롭게 만들지 말아야한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심기일전 피차간에 양보라는 큰 길에 들어서서 민족의 미래를 고민해햐 한다. 지금 모두가 이성을 잃고 실성,편견에 머리를 박고 있는 상태가 아닌지 솔직히 회개해 볼 때라고 호소한다. 중도세력을 육성하지 못하면서 자기들의 깃발 밑으로만 모이라는 민족대단결의외침은 정치선동일 뿐이다. 합의된 단일 깃발부터 내걸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깃발아래 대단결을 포효할 수 있는 앞에는 어떤 강대국들도 외세도 함부로 범하려 들지 못할 것이다. 극좌와 극우의 무한정 대립은 유혈 밖에 남길게 없다. 중도의 완충역할이 필수적이며 거기에 화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통일을 위한 마음의 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통일을 기대하는 건 한낱 허영에 다름 아니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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