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노예) 해방자’라 불리던 애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이 발효된 것은 1863년 1월1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남북전쟁 중이던 북부지역에서만 유효했었고 연방헌법 수정 제 13조로 노예제도가 전국적으로 폐지된 것은 1865년 말이었다. 남부군이 북부군에게 항복한 지 닷새후인 4월14일에 링컨이 암살된 다음에나 일어난 일이니까 링컨의 지지자 중 과격분자들이 남부 반란주들에게 혹독한 점령정책을 써야 한다고 흥분했었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1868년에 발효된 연방헌법 수정 제14조1항에는 미국내에서 태어났거나 귀화한 사람들은 모두 미 합중국과 그들이 개별적으로 거주하는 주의 시민들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곧 이어 어떤 주(정부)도 미국시민들의 권리들을 훼손하는 법을 제정하거나 집행할 수 없다고 한 다음 어떤 주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고는 개인의 생명, 자유와 재산을 박탈할 수 없으며 그 주의 관할지역에 사는 개인에게 법의 평등한 보호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그 같은 미사여구(美辭麗句)가 해방된 노예들이나 그 후손들에게 공염불에 불과했었다는 것은 1960년대 중반까지의 역사였다. 이번주 28일에 있었던 상원 법사위원회의 로레타 린치(55세)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가 그 역사를 상기시켰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의 샤리 호로위츠 기자가 인터뷰를 거절한 당사자 대신 그의 부모를 만나 취재한 것과 청문회 자체에 대한 보도와 논평에서 미국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4대째 침례교 목사였다는 로렌조 린치(82세)씨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흑인차별 시절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흑인은 아무리 자격이 있었어도 철저히 차별을 당했기 때문에 “경찰, 판사, 은행가는 물론 가게의 점원조차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주에서 설교하기 위한 여행을 했을 때 잘 곳과 먹을데는 물론 화장실 사용할 곳도 찾기 어려웠었다. (흑인)학교 영어선생 겸 사서였던 로레타 린치 지명자의 어머니는 젊었을 때 자식들이 고생하지 않도록 목화 따는 일도 했다는 것이다. 로레타 자신도 학교에서의 흑백통합이 이루어진 시절에 자랐지만 선다형 시험에서 최고성적을 받자 선생들이 또 한번 시험을 보도록 강요했던 일도 있고 고등학교 때 최고성적으로 졸업 연설자가 되었을 때 학교에서는 백인을 포함한 세명의 공동연설자들을 내세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는 것이 그의 부모 회고담이다. 로레타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4년 동안 전액장학금을 주겠다고 제의해 온 것을 거절하고 하버드대학으로 진학한다. 영미문학 전공으로 우등 졸업후 그는 하버드 법대를 거쳐 월스트릿 로펌에 취직해서 때로는 새벽 3시까지 불철주야의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 경험을 쌓겠다는 목적으로 뉴욕주의 동부 연방검찰청 검사가 되는데 그 봉급은 로펌의 보수에 비해 4분의 1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얼마나 두각을 나타냈던지 찰스 슈머 뉴욕 상원의원이 그를 1999년에 연방 검사장으로 추천해서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검사장도 바뀌는 관례 때문에 로펌으로 이적했던 로레타는 오바마의 지명으로 다시 뉴욕 동부 연방검사장이 되었던 바 상원에서의 인준은 첫 번째와 같이 구두로 만장일치였다는 것이니까 그의 자격을 짐작하게 된다. 일에만 열심이다 보니까 사생활이 거의 없어 결혼은 2005년에나 어떤 TV방송사 간부와 하게 되어 부모가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4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의 다수당이 된 공화당 의원들 대부분이 오바마와 에릭 홀더 현 법무장관을 개인적으로는 아닐진정 그들의 정책들을 철두철미 미워하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로레타 린치 지명자가 검사장으로서 170명의 검사들을 지휘 감독하는 자리에서 직원 수가 11만6천명이고 1년 예산이 270억 달러나 되는 법무부의 수장으로 옮기는 것을 공화당이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요일의 청문회에서 린치의 인준을 반대하겠다고 공언한 공화당 의원들은 역시 남부출신 두명이었다. 상원의 법사위원장인 척 그래슬리(아이오와주) 의원은 “그가 독립적인 법무장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자신이 설득받아야 할 것이라는 준비된 모두발언을 읽어 가던 중 원고에서 눈을 돌려 “현재로서는 그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라고 부연했단다. 로레타 린치가 83대 법무장관으로 인준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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