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가 역사상 실재 인물이었느냐를 놓고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노팅햄 셰리프의 학정에 견디다 못해 들고 일어난 자작농 출신 의적이라는 설, 영국을 정복한 노르만 왕조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토착 앵글로 색슨 귀족이라는 설, 무능한 존 왕에 반기를 든 그의 형 ‘사자 왕’ 리처드의 추종자였다는 설 등 설만 무성하다.
그러나 그가 누구였든 그는 지금까지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둑의 하나다. “부자에게서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준다”는 그의 모토에 반대할 사람은 부자를 빼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자는 소수다. 그리고 부자는 자신의 부를 믿고 횡포를 부리기 일쑤다. 누군가 조현아의 부를 몰수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온 국민은 박수를 칠 것이다.
그러나 로빈 후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영국민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로빈 후드가 활동한 것으로 추산되는 12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까지 영국 국민들의 생활수준이나 평균 수명, 인구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 18세기부터 최근까지 인구는 600만에서 6,000만, 평균 수명은 30여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증가했고 지금은 한물갔지만 한 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전 세계 부를 독점했다. 18세기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776년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그 전까지 거의 전적으로 동력을 인간이나 가축의 근육에 의지해야 했던 인류는 그 때부터 증기라는 새 에너지원을 얻게 된 것이다. 증기라는 값싼 에너지원은 산업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고 물자는 싸고 풍부해졌으며 이렇게 창출된 부는 의료 연구와 농기구 개발에 투자돼 인류를 질병과 기아에서 해방시켰다.
세계 수많은 나라 중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1215년 ‘마그나 카르타’ 선포 이후 왕이 마음대로 세금을 올리는 것을 막고 1624년 ‘특허법’을 제정해 발명가들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낮은 세금과 재산권 보호는 투자를 촉진해 기술 혁신을 가져오고 이는 국부의 창출로 이어진다. 영국민의 진정한 영웅은 단 한 페니의 부도 생산하지 않은 로빈 후드가 아니라 산업혁명을 선도한 제임스 와트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 연설에서 부자 증세를 통해 중산층에 대한 혜택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취임한 이후 실업률은 내려가고 주식은 올랐으며 기름 값은 떨어졌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두 번이나 대선에서 이겼음도 강조했다.
그러나 실업률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자리의 질은 떨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2007년 금융 위기 후 7년이 지났지만 미국인 가정 평균 수입은 위기 이전보다 2,000달러가 낮으며 경기 회복 속도는 대공황 이후 가장 느리다. 유가 하락은 오바마 정책과는 아무 상관없이 프래킹이란 신기술 개발로 석유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도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푼 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주식으로 몰린 탓이며 그나마 대다수 미국인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집권 초 연방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던 민주당이 두 차례의 중간 선거에서 참패해 양원을 모두 공화당에 넘겨준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는 연방 적자가 줄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행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를 그대로 놔둘 경우 머지않아 연방 적자는 미국 재정을 파탄 낼 정도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반면 오바마가 지금까지 추진했고 추진하려는 증세와 규제 강화, 최저 임금 인상, 기업의 직원 의료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은 모두 고용과 투자를 저해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일방적 증세안을 두 달 전 중간 선거에서 압승한 공화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오바마가 이를 제안한 것은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을 ‘부자 증세에 반대한 부자들의 정당’으로 몰아붙이겠다는 정치적 술수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양당의 대립을 넘어 화해와 희망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2008년의 오바마는 완전히 사라졌음을 이번 국정 연설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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