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you can’t win”이란 표현이 있다. 즉, ‘어떻게 해도 진다,’ ‘좋은 결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표현이 눈이 올 때마다 휴교나 등교시간 지연 여부를 결정하는 교육청 담당자에게 적용된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는 날씨로 인한 등/휴교의 결정을 교육감이 내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교육감은 교통과 시설 담당 교육감보가 추천한 대로 한다. 교육위원회는 이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러한 결정은 교육청의 전문가가 일기예보 등의 정보를 토대로 내리는 것이 현명하고, 교육위원회가 한밤 중이나 새벽에 회의를 소집해 결정하기에는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립학교의 이러한 결정은 이 지역의 사립학교나 다른 기관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공립학교의 결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벽기도 취소 여부를 그에 따라 하는 한인 교회들도 있다. 그만큼 그러한 결정의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작년 겨울 눈으로 인해 여러 날 학교 수업을 쉬었다. 학년 말에 이르러서는 부족한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수업일을 추가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이번 학년도에 들어와서는 지난 해 12월에 단 하루도 날씨로 인해 휴교할 필요가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주 전부터 눈과 추위 때문에 수업을 못하거나 등교시간 지연 조치를 여러번 취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결정들이 예상치 못한 일기 변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담당 교육감보와 교육청은 홍역을 치룬다.
두 주 전 화요일에는 휴교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날씨였는데 그대로 등교하게 했다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들었다. 지난주에는 반대로 멀쩡한 날에 학교 수업을 미리 취소했다며 혼쭐이 났다.
그러나 그 두 번 모두 사실 기상대의 일기예보 정보를 토대로 내렸던 결정이었다. 단지 날씨가 예상했던 것과 달라졌던 것이다. 그러기에 담당 교육감보가 비난을 받아야 할 상황은 아니나 그러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결국 눈이 내리거나 낮은 기온의 날씨가 있는 날마다 교육위원회, 교육청, 교육감, 담당 교육감보 등 가리지 않고 비난한다.
또한 휴교나 등교시간 지연을 해야 할 날씨에 대한 의견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어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비난이 있기 마련이다. 그 정도 눈이나 추위를 갖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하는가 하면, 같은 날씨를 두고서 길이 미끄럽거나 날이 추운데 어린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기다리도록 할 수 있느냐, 걸어서 학교에 가도록 해야 하느냐, 또는 학생들의 차 운전이 위험하다 등의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가능한 일찍 내려서 해당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도록 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나올 경우 비난의 정도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학교 수업 취소 시 집에 남아 있게 될 어린 학생들을 돌보아 줄 조치를 미리 취해 놓을 수 있도록 전 날 밤에 등/휴교 결정 통보를 했다가 잘못된 결정일 경우 다음 날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결정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라고 비난을 하기도 하고, 만약에 반대로 당일 새벽에 가서야 결정을 할 경우 그렇게 늦게 결정을 내리면 금방 어디서 애들을 보아 줄 사람을 구하느냐고 항의한다.
어떻게 해도 야단을 맞아야 하는 “you can’t win”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눈 예보가 있을 때마다 여러 관계자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이번 주 수요일에도 눈이 예상 되자 그 전 두 주 동안 혼이 났던 교육감이 교육위원들에게 3번에 걸쳐 이메일을 보내 왔다.
우선, 전날 밤 9시경 이메일을 보내 새벽에서야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알리면서 어쩌면 눈이 제법 내릴 것 같다고 경고했다. 그러더니 15분 후에 아예 일기예보가 자세히 적힌 이메일을 추가로 보냈다.
그리고 세 번째 이메일은 새벽 4시 반에 보내왔다. 정상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어제도 새벽 4시 반 전에 정상 수업을 이메일로 알려왔다. 그 만큼 교육감이 이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밤잠을 설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은 교육위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난 그래서 겨울이면 눈이 기다려지면서도 싫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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