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출범한 제114대 연방의회 첫 주에 상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제안한 법안은 200개가 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건설적 경제법안도 찾기 힘들었다고 전한다. 중간선거 승리 이후 공화당 지도부가 거듭 다짐해온 “초당적 타협, 새로운 포부”가 무색할 만큼 ‘아니요 당’ 시절의 해묵은 대결 이슈들이 대부분이었다.
8년 만에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 의회의 이번 회기 목표는 보수의 핵심 어젠다 실현과 함께 2016년을 겨냥한 공화당의 수권능력에 대한 증명일 것이다.
상원의 새 리더가 된 미치 맥코넬 공화당 대표도 자당 의원들에게 “겁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수당이 되면 책임이 늘어납니다. 현실적이 되어야 합니다…미 국민이 공화당 의회에 더해 공화당 대통령까지 당선되면 겁나는 세상이 될 것으로 걱정하게 해선 안 됩니다”지도부의 당부는 강경파 의원들에겐 전혀 어필하지 못한 듯 보인다. 아무런 대안 없는 무조건의 오바마케어 폐지,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행정명령 이행 금지 등 일련의 법안들이 줄줄이 제안되었고 일부는 표결에 회부 이미 통과되기도 했다.
백악관의 대응도 시작되었다. 새해 들어 벌써 5차례의 거부권 위협이 공개 표명되었다. ‘오바마 거부권의 해’로 명명될 정도다. 지난 회기까지 오바마는 민주당 주도 상원의 보호를 받아온 셈이었다. 공화당 하원이 통과시킨 반오바마 법안들은 상원에서 저지되어 대통령 거부권은 행사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제 그 보호막이 사라진 것이다.
공화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줄줄이 행사되면 워싱턴의 ‘방해꾼’ 역할은 더 이상 공화당이 아닌 오바마가 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 업적인 오바마케어와 이민행정명령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사안마다 시험하려 들 것이다.
백악관은 묵은 이슈에 집착하는 공화당의 퇴행성을 조명할 것이다. “헬스케어와 이민, 금융개혁 등 진전 이룬 이슈들에 대한 퇴보 시도를 허용치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중산층의 경제 향상에 집중하는 미래지향적 대통령과 과거집착 공화당을 대비시키려 애쓰고 있다.
이 같은 두 가지 시각의 메시지 대결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승리한 쪽이 그 모멘텀을 2016년 대선까지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회와 오바마 백악관의 본격적 힘겨루기의 첫 과제가 키스톤XL 송유관 건설법안이다. 지난주 하원에서 통과되고 이번 주 상원에서 63표 찬성의 절차투표를 마친 후 심의에 들어갔다. 찬반토론과 수정작업을 거쳐 표결에 회부될 이 법안의 운명은 거의 확실하다. 중도파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상원을 통과하여 백악관으로 송부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의회로 반송될 것이다. 거부권을 번복시키려면 공화당 54명 전원이 찬성해도 민주당과 무소속에서 13명의 동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캐나다산 오일을 텍사스 정유소로 실어나를 송유관 건설을 둘러싸고 민주당은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반대하고 공화당은 일자리를 창출시킨다고 지지하지만 둘 다 과대포장이다. 환경오염은 오바마 국무성이 사소한 정도라고 보고했으며 일자리 창출은 임시직 1만명에 영구직 50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되었다. 키스톤 법안의 대결은 다음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싸움의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환경주의자 기부가들을 향해, 공화당은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을 향해 구애하는 선거광고를 벌써 생각해 두었을지도 모른다.
어제 이민개혁 행정명령 무력화 법안 하원 통과의 정치적 배경은 조금 다르다. 국토안보부 예산안에 2012년의 불체자녀 추방유예 행정명령과 2014년의 서류미비자 추방유예와 취업허용 행정명령 이행 금지 등 수정안들을 끼워 넣은 공화당 특유의 강경법안이다. 백악관으로 가기도 전에 상원에서 무산될 것을 하원 지도부도 알고 있다. 그래서 국토부 임시 예산안이 만료되는 2월말보다 한참 앞서 일찌감치 표결에 회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속 반발하는 강경파들에게 의견개진의 기회를 허용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해묵은 이슈를 둘러싼 대립은 공화당 지도부에게도 원하는 출발이 아니었을 것이다. 13일 대통령과 상하원 지도부의 첫 회동에서 나타났듯이 사이버 안보강화에서 무역신장, 세제개편에 이르기까지 초당적 협력분야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타협이 가능한 분야보다 대결이 악화될 분야가 더 많고 더 뜨거운 이슈라는 사실이다.
‘반오바마’ 깃발을 앞세우고 입법저지에 올인했던 변방세력에서 입법실현의 책임을 진 중심세력으로 바뀐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던 대로 극단적 이슈에 집착한다면 오바마의 거부권을 정당화시켜줄 것이다. “스마트한 공화당은 합리적 대안 제시로 오바마의 거부권을 정치적으로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보다나은 전략, 정치적 인내, 현실적 기대치가 필요하다고”고 보수언론 월스트릿저널은 조언한다. 지난 몇 년의 공화당과는 거리가 멀었던 면모다.
급선무 중 하나가 당내 강경파에 대한 관리다. 그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수권은커녕 정당운영 능력도 인정받기 힘들어진다. 오늘과 내일 펜실베니아에서 열리는 공화당의 정책워크숍은 강경파를 어르고 달래며 내부단합을 꾀하는 전략회의가 될 것이다. 10년 만에 처음 상하원 합동으로 개최, 300여명이 참석할 모임이다. 베이너와 맥코넬이 “보다 건설적인” 전략을 갖고 돌아올 수 있을까, 새해니까 기대해 보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