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가 높은 염류, 어족자원이 풍부한 몇 안 되는 상업어항
[모로베이(Morro Bay)]
“뿌우~~~” “ 뿌우~~~” 소리 등대의 묵직한 울림이 작은 항구에 퍼진다. 태평양에서 아침·저녁으로 밀려드는 자욱한 안개로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때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에게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는 구원의 소리다. 해가 뜨고 안개가 걷히자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위용을 드러낸다. 그리고 비릿한 갯냄새와 항구 특유의 부산함.
중가주, 센트럴코스트(Central Coast)의 보석이라 불리는 곳의 아침 풍경이다.
지친 일상의 굴레를 벗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정겨운 풍경과 살아 숨쉬는 웅장한 자연이 함께하는 작은 항구도시, 이곳의 이름은 모로베이(Morro Bay)다. 북가주·남가주 대도시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다면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 좋은 주말 여행지이다.
취재협조: 모로베이 관광국 www.morrobay.org
주소 255 Morro Bay Blvd Morro Bay, CA 93442
전화 1-800-231-0592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 관광청 www.visitsanluisobispocounty.com
■ 모로락(Morro Rock)
1542년 캘리포니아 해변을 최초로 탐험한 탐험가 후안 로드리게스와 일행이 평평한 해변에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바위를 발견하고 차돌바위라는 뜻의 로카 데 모로(Roca de Morro) 라 명명했다. 화산 용암분출과 냉각과정을 거쳐 형성된 거대한 화강암 바위는 종 또는 도토리 모양을 띠는 독특한 모양새를 지녔다.
오늘날 높이 576피트(175m), 모로락(Morro Rock)이라 부르는 이 바위는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중반까지 방파제에 쓰일 암석 채취가 진행되었다. 탐험대가 처음 발견했을 무렵보다 크기는 작아졌으나 여전히 지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손색없는 위용을 지녔다.
바위는 캘리포니아 해안에 서식하는 갈매기, 펠리칸 등 수십 종의 조류번식지로 유명하며 고배율 망원경으로 조류 관찰 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위 인근은 지역 조류학자의 각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동쪽 해안에는 바다수달(Sea Otter)의 보금자리가 있다. 미역의 사촌뻘인 컬프(Kelp)를 몸에 감아 빠른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놓고서 편안하게 잠자는 바다수달을 볼 수 있어 이를 구경하는 인파로 늘 북적인다. 어미 수달은 배 위에 새끼 수달을 올려두고 새끼가 행여 물에 젖지 않을까 털을 고르느라 분주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서쪽 해안은 좋은 수심이 얕고 큰 파도가 이는 모래 해변이다. 태평양에서 쉼 없이 밀려드는 거센 파도에 몸을 맡기고 스릴을 즐기는 파도타기 명수들을 멀리서 지켜볼 수 있다. 활모양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운치 있는 산책로가 놓여 있고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더 없이 좋은 모래사장은 놀이터가 되어준다.
▧ 모로베이(Morro Bay) 오버뷰(Overview)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각각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거리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LA와 샌프란시스코의 중간지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풍경도로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PCH)의 하이라이트인 모로베이~몬트레이 반도 사이의 시작점과 끝 지점이 모로베이로 행정구역은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San Luis Obispo County)에 속한다.
LA에서 101번 하이웨이를 타고북상, 모로베이와 허스트 캐슬 방면CA-1 국도로 갈아타고서 북서쪽 방면 13마일(15분)을 더 달리면 멀리 거대한 발전소 굴뚝 3개가 점점 가까워지고 메인 스트릿(Main Street)이란 길에서 내리면 그 곳이 모로베이다.
중심 도로는 골프장, 캠핑장을 잇는 메인 스트릿(Main St.),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엠바카데로(Embarcadero)도로이며 도로 양 옆으로 갤러리, 레스토랑, 호텔, 수상 스포츠 렌탈, 마켓 등 사업체가 모여 있다.
모로베이 인근 넓은 초원에서 방목하던 가축과 유제품을 대도시로 운반할 목적으로 1870년 항구가 생겨났고 오늘날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상업어항이다. 앞 바다에는 연중 차갑고 영양가높은 염류가 흘러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생태의 일종인 블랙 카드(Black Cod)와 연어, 크랩이며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되는 내항에서는 굴양식(모로베이 오이스터 컴퍼니, www.morrobayoysters.com)이 활발하다.
선착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밤새 잡은 고기(생태, Cod)를 하역하거나 물때에 맞춰 출항하는 고깃배에 먹잇감을 옮겨 담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함께 바빠지는 무리가 있는데 바로 갈매기다. 수백 마리의 갈매기가 물고기를 낚아채기 위해 기회를 엿보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갓 잡아온 생태는 아쉽게도 일반인이 구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계약된 회사로 팔려나가는데 그 중 일부는 부둣가 맞은편 마켓과 카페에서 살 수 있다. 미리 손질된 필레는 구입과 동시에 요리를 부탁하면 된다. 인근 지역에서 양식, 수확한 싱싱한 생굴 또는 그릴에 구워낸 바비큐 굴도 맛볼 수 있다.
▶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
살아 있는 어항답게 어패류, 생선가격이 놀랍도록 저렴하다. 지오바니스 피시마켓 & 갤러리가 대표적인 맛집으로 크램차우더에서부터 샌드위치, 커다란 찜통에서 쪄낸 싱싱한 게도 맛볼 수 있다.
뱃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토그나지니 독사이드(Tognazzini’s Dockside)는 갓 잡아온 카드를 튀겨낸 피시엔 칩스와 새콤한 소스를 얹어 그릴에 구워낸 굴요리로 유명하다.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은 대부분 야외 패티오에 앉아 먹게 되는데 이때 비릿한 갯냄새를 참아야 하며 음식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팔 경우 갈매기가 음식을 훔쳐 달아난다는 점이다.
잔잔한 내항이 있어 액티비티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즐길 거리가 제공된다. 그 가운데 바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반잠수정 서브 시투어(Sub-Sea Tour)는 꼭 탑승해 봐야 하며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하루 2~3차례 출항하는 웨일 와칭(Whale Watching)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보트, 카약 또는 카누는 자유롭게 내항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주립공원 부지 내 퍼블릭 골프코스와 샤워시설을 갖춘 2곳의 대형 캠핑장이 마련돼 있으며 모로베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언덕에는 자연사 박물관이 자리한다. 가동을 멈춘 화력 발전소는 지역민과 합심하여 상업,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며 특히 굴뚝은 전망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앞으로 모로베이를 방문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전망이다.
▧ 몬태나 데 오로 주립공원(Montana de oro State Park)
8,000에이커의 넓은 부지에 들어선 캘리포니아 주립공원 가운데 손꼽는 인기 공원으로 공원 명은 황금산(Mountain of Gold)이란 뜻을 지녔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빼곡한 숲속을 지나 뒷산격인 발렌시아 피크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와 1년 내내 예약하기 힘들다는 인기 캠핑장이 나타나고 그 곳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마침내 무릎에서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갈대 평원이 펼쳐진다.
봄철이면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지기도 하는 평원의 끝은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깎여나간 기암절벽이 자리한다. 절벽 사이로 작고 고운 모래해변이 조성돼 있고 어디선가 떠내려온 미역줄기가 뒤 덮여 있다. 완만한 산책로는 초원과 절벽의 경계를 따라 약 7마일가량 이어지며 고운 모래해변으로 이어지는 샛길도 있어 해변에서의 생태계 체험 등 색다른 묘미를즐길 수 있는 시크릿 명소라 하겠다.
캠핑장과 방문자 센터와 그리 멀지않은 해변인 스푸너스 코스(Spooner’s Cove)는 이름 그대로 스푼모양처럼 움푹 패어 있다. 파도가 밀려들 때마다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돌들이 들려주는 경쾌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매혹적인 해변인 이곳은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끌리는 모로베이 여행의 마침표가 될 만한 곳이다.
▶ 웹사이트 www.parks.ca.gov/?page_id=592
▶ 전화 805-772-7434
<글·사진 / 정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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