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시 교육위원들 사이에 법정소송이 있었다. 회의 중 어느 두 교육위원들 사이의 의견 대립이 험악한 상황에까지 치달았었던 모양이다. 이로 인해 한 교육위원이 다른 교육위원을 상대로 법원에 보호명령 신청을 했다. 임시 명령은 받았으나 본안 심의에서는 그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판사의 판단 하에 소송이 기각되었다. 담당 판사는 해당 교육위원들에게 정치적 과정이 때로는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개인적 견해 차이로 법원의 도움을 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훈계를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겪었던 동료 교육위원들 사이의 관계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올해가 교육위원으로 16년째이다. 10년 이상 교육위원으로 수고하고 있는 동료가 3명이 있다. 이들과의 그 동안의 관계를 돌이켜 보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 때 가까웠던 동료가 어느 순간부터 주요 사안에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멀어지기도 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사안에 대한 견해차가 개인적 감정 대립으로 발전되어서는 안 되지만 견해차의 빈도나 깊이에 따라 그렇지 못하기도 했다.
또한 소속이나 후원 정당에 따라 관계가 설정되기도 한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교육위원 선거에 정당 공천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정당의 공식적 후원은 받을 수 있기에 사실상 정당 공천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정당 후원 없이 당선된 교육위원은 아직 없다. 그만큼 선거에서는 정당 조직의 도움이 필수이다. 정당 후원을 받는 이상 교육위원들도 정당 정책의 큰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패가 갈라질 수가 있고 그러한 패 갈림이 교육정책 수립과 예산 설정 그리고 각종 현안을 보는 시각에 두드러진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적으로 소속 정당 차이에 따른 패 갈림이 가장 심했던 때는 1995년 11월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처음으로 주민직선에 의해 교육위원들이 선출된 직후였다. 그 전까지는 교육위원회를 공화당 소속 교육위원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어 12명의 교육위원들 중 8명이 민주당 후원 후보로 당선되었다. 그러자 공화당 교육위원들이 4년 후에 열릴 선거에서의 복수를 공공연하게 다짐했고, 결과적으로 교육위원회 내에 당 성향에 따른 극심한 패갈림 현상이 나타났다. 그 후 거의 대부분의 주요 사안의 표결결과는 8대 4로 갈라졌고 회의 때마다 양측의 대립으로 인해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곤 했다.
이런 패갈림이 폭력으로 변할 뻔 하기도 했다. 어느 날 잠깐 휴회 중 회의장 바로 바깥 복도가 시끄러웠다. 나가보니 한 교육위원이 자신과 견해가 다른 교육위원을 벽 구석에 몰아붙이고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교육청 스탭과 일반인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공개 장소에서 말이다. 결국 폭력적 행태를 보였던 교육위원이 공식으로 사과했지만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교육위원들 사이에 긴장 조성과 감정 노출이 가장 많이 있을 수 있는 자리는 비공개회의 때이다. 공개회의에서는 대중의 이목 때문에 언행과 감정을 절제하다가도 비공개회의에서는 거침없어 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이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공개회의 중에도 사안에 따라 의견 대립이나 평소에 쌓여 있는 감정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나 행위가 나오지만 심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극히 적다.
가장 힘든 것이 교육위원회 의장 선출이다. 서로 동료들이라고 생각했던 사이라도 여러 후보가 출마하면 결국 한 명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이 지지를 못 받는 후보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그러한 상처가 동료로서의 관계 유지에 오랫동안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 해 7월의 극명하게 갈렸던 의장, 부의장 선출 결과가 가져다 준 앙금도 서로 말은 안해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교육위원으로 16년이면 오랜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 사실 여러 다른 성격의 교육위원들과 일해 왔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소화하기 힘든 성격을 소유한 교육위원을 보면 대화가 힘들어진다. 아마 그 것은 내 자신의 성격도 무난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상대에게 좀 더 맞추어 나를 조절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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