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4 문화계 결산 - 장르별 베스트 오브 베스트
한 해의 마지막 날, 2014년의 마지막 문화면이다. 365일을 돌아보니 수많은 문화 예술행사와 프로그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엄청나게 많은 전시회, 음악회, 공연, 행사들을 쫓아다녔고, 나름 열심히 기사를 썼다. 신문철을 찾아보니 월·수·금, 한 주에 3개면씩 무려 150페이지의 문화면이 쌓여 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특별한 감동이 남아 있는 것들을 골라 장르별 베스트들을 꼽아 보았다. <정숙희 기자>
<미술> LA카운티 뮤지엄(LACMA)에서 열린 ‘조선미술대전’이 2014년 미술계의 하이라이트였다는 사실은 다시 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여한 국보급 미술품들을 통해 조선왕조 500년의 수준 높은 예술과 문화를 보여준 이 전시는 한인사회에서나 주류사회(LA타임스 2014 베스트전시 10)에서 모두 가장 좋은 전시로 손꼽히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뮤지엄 전시는 조선미술대전과 거의 같은 시기에 라크마에서 열렸던 ‘독일과 프랑스의 표현주의: 반 고흐에서 칸딘스키까지’였다. 또 모카(MOCA)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마이크 켈리’가 인상 깊었고, 게티센터에서 본 잭슨 폴락의 복원된 벽화, 그리고 현재 열리고 있는 ‘조세프 쿠델카’ 사진전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한인 미술계에서는 98세 김병기 화백의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이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최고의 화제였다. 한 세기에 걸친 김 화백의 미술에 대한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심과 함께 도전을 던져주었다.
올해 눈에 띄는 개인전이 많지 않았다.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이 고 황하진 유작전으로, 작고한지 15년 만에 후배들이 마련한 가슴 찡한 작품전이었다. 김휘부 김희옥 신정연 현혜명씨가 함께 연 4인전도 예쁘고 따뜻했던 전시였다.
한국의 ‘단색화’가 블럼 앤 포 갤러리 전시를 계기로 주류화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올해의 수확이다. 단색화는 오는 1월15~18일 LA 아트쇼에서도 특별 조명될 예정이다.
미술계의 빅뉴스로는 라크마가 억만장자 제롤드 페렌치오로부터 주옥같은 명화 47점을 기증받게 된 것과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라크마 건축을 위해 1억2,500만달러의 기금을 승인한 것이다.
한인 문화계에서는 앤드류샤이어 갤러리가 타운을 떠나 ‘시메이 갤러리’와 ‘백아트’로 나뉘어 오픈한 것과, 앤드류샤이어가 있던 자리에 작가 고병욱과 권소정이 오픈한 커피샵 ‘다큐멘트’가 엣지 있는 공간으로 태어나 커피업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카페가 됐다는 것이다.
4개 문학단체 연합캠프 고무적<문학> 한국 최고의 문장가요 소설가이며 언어학자,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고종석씨의 방문으로 떠들썩했던 것이 새삼스럽다. 고종석씨는 본보의 특별후원으로 남가주 문학계의 여러 단체와 독자, 팬들을 만나 특유의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강연을 많이 들려주었다.
지난 여름 4개 문학단체(미주한국문인협회, 수필문학가협회, 재미시인협회, 소설가협회)가 연합캠프를 연 것이 무척 고무적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전통을 계속 이어가기 바란다. 단국대 국제문예창작센터가 무료로 실시한 LA 문학아카데미가 미주 한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월 중순부터 제2기가 시작된다.
지난 한해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시집, 수필집, 소설집 등을 출판했다. 다 기억도 안 나는 수많은 책들 중에 언급하고 싶은 책으로 이혜영(리사 리)씨가 낸 시집 ‘미안하다 더 사랑해요’가 있다. 세월호 100일을 맞아 나온 이 책은 작가가 사건 당시 안산분향소로, 팽목항으로, 체육관으로 따라다니며 눈물로 봉사한 애통의 일기요 진심과 체험이 담긴 진혼시집인데 300권을 유가족센터에 기증, 지금도 그분들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는다고 한다.
음악올해 꽤 많은 콘서트를 돌아다녔는데 그 중 최고는 7월 말 할리웃 보울에서 본보 특별후원으로 열린 ‘올스타 베토벤’ 나잇이었다. 5번 교향곡 ‘운명’을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 연주로 듣는 것은 ‘전율’이었고, 프랑스 3인방(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 바이얼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이 협연한 ‘트리플 콘첼토’는 ‘환상’이었다.
LA 매스터코랄이 10월19일 공연한 ‘빛의 소리: 잔 다르크 수난곡’은 보기 힘든 무성영화와 함께 오라토리오 연주가 1시간반 동안 이어진 아주 특별한 음악회였다.
또 3월 말 바이얼리니스트 제니퍼 고가 LA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바흐 탄생일 기념 콘서트도 잊을 수 없고, 리처드 용재 오닐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카메라타 퍼시피카’의 연주회는 매번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5월 말 LA필의 ‘모차르트/다폰테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오페라 ‘코지 판 투테’가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무대와 디자이너 후세인 샬라얀의 의상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공연됐다.
LA 오페라는 해가 갈수록 좋은 공연과 참신한 프로덕션을 많이 선보여 점점 기대가 크다. 올해 전반기에 공연된 ‘타이스’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두 소프라노 여가수의 소름 돋는 광란의 열연과 플라시도 도밍고의 나이를 잊은 호연이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도밍고는 이번 시즌 ‘라 트라비아타’에서도 아버지 제르몽으로 출연해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더블빌로 공연된 ‘디도와 아이네아스‘와 ‘푸른 수염의 성‘이었다. 배리 코스키 감독의 톡톡 튀는 연출이 현대적 오페라 예술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고 흥분되었던 공연은 도밍고 성악 콩쿠르 ‘오페랄리아’였다. 이외에 조선미술대전의 폐막기념으로 열린 안숙선 명창의 공연도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영남 그 춤의 여정’ 돋보여<공연> 사실 지난해 공연은 많이 관람하지 못했다. 뮤지컬은 몇 개 보았으나 ‘피핀’(Pippin)이 그 중 재미있었던 공연이었고, 무용과 퍼포먼스로는 6월에 더 왈리스에서 열렸던 ‘제시카 랭 댄스’가 발레적 현대무용으로 매혹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레드캣에서 있었던 미디어 퍼포먼스 ‘자유부인’도 춤과 영상이 혼합된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전통무용과 국악단체들의 공연이 매달 한국문화원에서 꾸준히 열렸으나 특별히 주목을 끄는 공연이 없었던 가운데 미주예술원 다루와 대한민국 동부민요보존회가 주관한 국악경연대회가 큰 성공을 거두어 미주 한인사회에서 국악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를 보여주었다.
11월 아라타니 극장에서 열린 ‘이영남 그 춤의 여정’은 모든 공연 중에서 눈에 확 띌 정도로 돋보이는 무대였다. 무용가 이영남의 무르익은 춤사위는 물론 제자들 모두가 놀라운 춤 실력을 펼쳐보였고 무대 연출과 진행, 의상,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어 앞으로 남가주 공연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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