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한 달 전 쯤 일이다. 한국에서 입양되어 워싱턴지역에 살고 있는 입양인들과 그 가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아시아입양인봉사회(ASIA)의 스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ASIA에는 2014년 현재 입양가족 450가정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ASIA는 입양 후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컬처스쿨, 한국문화 체험 캠프 등을 실시하여 입양아들과 미국인 양부모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입양가족 지원 기관이다. 지난 5년간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는 단체라고 들었기 때문에 봉사하고 있는 스텝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 모인 봉사자들은 하나같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대학생, 대학원생, 공부를 마치고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병. 따로 활동비를 받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내어 입양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젊은이들의 반짝이는 눈망울들과 웃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그들의 사랑이 느껴져서 내 마음이 따스해지고 행복해졌다.
두 번째 이야기. 며칠 전 한국 신문을 검색하다가 박종규 경찰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10년 전 절도와 가출을 일삼는 문제아였던 동네 초등학생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한 후 첫 월급으로 귤 한 상자를 사 들고 박 경위를 찾아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근무일이 아닌 날에도 아이를 찾아가 글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이날에는 월급을 털어 밥과 책, 새 옷을 사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아이가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게 했다고 한다. 이제 청년이 된 그 아이는 청소년 상담사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고 하니 박 경위는 그 아이 하나를 통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하게 된 셈이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 즉 소유지향의 삶과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 즉 가치지향의 삶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소유지향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자신은 빛이 난다고 여기기 때문에 더 탐욕스러워 지게 된다. 많이 가지지 못한 이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반면 가치지향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베풀고 섬기고 희생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삶의 중요한 우선순위에 올려놓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 작가는 소유지향의 삶은 영혼을 오염시키지만 가치 지향의 삶은 영혼을 건강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그렇다. 소유지향의 삶을 살다보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의 욕구는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둘러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주변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궁리하는 데 혈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치지향의 삶을 살다보면 내 것을 채우는데 집중하기보다 내 손과 발을 수고하여 사랑과 친절을 베풀고, 내 시간을 내어 다른 사람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게 된다.
ASIA의 젊은 스텝들이 자신들의 스펙을 쌓고 여가를 즐기는 것에만 집중하여 이 단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면 입양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입양가정이 한국문화를 접하는 일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박종규 경위가 ‘그 문제아는 내 아이도 아니니 신경쓰지 말고, 내가 쉬는 날에는 쉬고, 내 돈은 나를 위해서 쓰자’라고 생각했다면 자신을 도와준 경찰 아저씨에게 10년이 지나 귤을 사들고 오는 청년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15년 새해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주변을 돌아보자. 내가 쥐고 있을 수 있는 것들을 찾기보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찾아보자. 내가 다른 사람과 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작은 일부터 생각해보자. 그리고 소유보다 가치를 생각하면서 살아 내 보자. 나의 작은 노력이 언젠가는 귤 한 상자라는 아름다운 열매로 맺히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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