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원의 나라 별이>는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쯤, KBS 라디오 방송국에서 신년특집 어린이극으로 방송한 내극본의 제목이다. 그런데 그때 방송된그 대본이 신기하게도 우리 가족의 이민 보따리 속에 싸여 와 오랜 세월이지난 지금도 내 서가에 꽂혀 있다.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방송된 이 극의 스토리는 /꿈 많은 소녀 영이는 낮에 복조리 장수 아저씨에게서 산 복조리를 처마 끝에 매달아 놓고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귀여운 사내 동생 하나갖기를 빌고 있었다.
밤이 깊어 갈수록졸음이 영이의 눈꺼풀을 덮었지만, 그해 마지막 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말을 할머니에게서들은 영이는 졸려 오는 잠을 쫓아 보려 했지만 끝내 잠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영이의 꿈 속에서 유난히 밝은 별똥하나가 영이네 집 앞뜰에 떨어진다.
그런데 떨어진 그 별똥이 놀랍게도 귀여운 사내아이로 바뀐다. 영이가 그 사내아이에게“ 넌 누구냐?”라고 묻자, 그 사내아이는 “난 소원의 나라에서 온 별이야”라고 대답한다.
영이가 그 별이가제 동생이 되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사내아이 별이가 먼저 입을 열어 “난 영이누나의 동생이 되고 싶어 별똥을 타고왔어!”라고 말하자, 영이가 너무나 기쁜나머지 달려가 별이를 얼싸안을 때 영이는 꿈을 깨고 만다.
하지만 그 일이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이는 할머니로부터 엄마가 사내동생을 가졌다는말을 듣는데서 방송은 끝난다/ 다분히동화적이기도 한 이 복조리에 관한 풍속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전해져 가고 있다.
2014년이란 해를 영원한 과거로 띄어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무슨 소원이 그렇게도 많기에 새해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바라보이는 해변이나 산으로 몰려가는 모습이 올해도 어김없이 본국의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 한해가 가기 전에 꼭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그건 연극의 막을 다시 올리고 싶은 소원 말고도 본국의 농•어촌 벽지 학교와 중소도시 학교 그리고 대도시 학교 각각 두곳씩을 찾아가서 내 작품이 수록된 교과서를 배우고 있는 4학년과 6학년 교실에 들러 작가가 그들 어린이들을 찾아가는 색다른 <현장학습>을 갖고 싶다는 말이다.
만일에 이 소박한 소원이이루어져 그들과 마주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첫마디 말로 “내가 비록 지금은 이렇게 강변에 핀 갈대같이 할아버지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섰지만, 이 할애비도 한때는 여러분처럼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어린이였었고 게다가 지독한개구쟁이였다.”고 털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내 말은 이어진다. 내 어릴 적의 삶의 다양한 경험으로 빚어낸 갖가지 작품의 배경을 그들에게 귀띔해 줄 거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파도소리에 잠을 깨고 파도소리에 잠이 드는 바닷가 마을을 옮겨 다니며 살았었다. 그 중에도 초등학교 2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거제도에 있는 관포 마을에 살았었는데 그때 마을어귀에 자리 잡은 <닭섬>이란 섬에 지네가 들끓어 썰물 때만 되면 그 지네들이 마을로 건너와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기에 그 섬에다 지네를 쪼아 먹는 많은 닭을 풀어 놓았더니 지네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섬의 이름을 닭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을 소재로 내가 <섬마을의 전설>이란 동극을썼는데 이 동극은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오랫동안 실리기도 했다고 귀띔해 줄 것이다. 그리고 여름방학 때면 방학의 절반을 채소밭을 가꾸던 외갓집에서 지내면서 외밭 언저리에 세워진원두막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방학숙제를 했던 그때의 추억이 훗날 <외밭골 아이들>이라는 동극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또 여름방학 절반을 산골마을인 친할머니 집에서 지냈던 그때,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7월 칠석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는 말을 들은 어릴 적의기억을 되살려 쓴 동극이 <칠석날>이기도 하다는 사실도 말해줄 거다.
그뿐 아니라 그 친할머니집 사립문 앞에 흐르는 실개천에서 가재잡이를 하고 있을때 개천 위쪽에서 흘러내려 오는 예쁜잎사귀를 잡으려 했지만, 그 잎새는 내손에 잡히지 않고 흘러가 버리고 아랫바지를 적시고 만 나는 물에 젖은 바지를 홀랑 벗어 던져 버리고는 물장구 치던 그때의 추억! 그리고 세월은 그때 내손에 잡히지 않은 잎새처럼 흘러가 버렸지만, 그때의 팃기 없는 동심은 지금도 이 할애비의 마음의 실개천에서 찰싹찰싹 물장구 치고 있다고 말해 줄 것이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건 방학을 맞아 많은 경비를 들여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 할애비가 어릴 적 경험한 다양한 생활이 뒷날에 내 삶과 작가생활에크게 도움이 되었듯이, 여러분들도 가보지 못한 바닷가마을이나 농촌 또 산골마을 그리고 도시를 찾아가 봄으로써 삶의 바탕에다 갖가지 다른 색깔을칠해 본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런데 이미 오랜 세월 전에 시도 되었어야 했을 그들 어린이들과의 만남이 이 해 안에 이루어질지 아니면 뒷날로 미루어질지는 오로지 나의 걸음걸이 회복에 달려 있겠지만, 영이가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기도하다 소원의 나라별이를 만났듯이 나도 하늘을 향하여이 여윈 두 손을 모으는 길 밖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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