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열린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 되었다. 이번 결의안은 원론적인 인권개선 촉구가 아니라 북한 인권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번 결의안은 유엔이 인권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회원국을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결의한 첫 번째 결의안이라고 한다. 물론 유엔 안보리가 이 결의안대로 북한을 국제 사법재판소에 넘기는 결정을 내릴 지에 대하여는 복잡한 국제적 이해관계가 놓여있어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여부를 떠나 유엔총회에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지대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제 인권도 환경이슈처럼 유엔의 중요 관심사가 되었다는 점이다. 비록 아직 별 구속력이 없어 온실가스 감축 논의처럼 지지부진한 면이 있지만, 이미 환경 이슈는 유엔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인권 이슈 역시 앞으로 유엔의 가장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같은 동족으로서 하필 북한이 첫 인권 결의안이 채택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 점에 대하여는 마음 한편 부끄러움과 불편함이 있다. 더구나 이번 북한의 인권 결의안 추진 과정을 바라보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각이 있었다는 점을 볼 때 그런 마음이 더하다.
한편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빌미로 북한 정권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냐 하는 시각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권문제야말로 북한 정권을 독재와 폐쇄에서 끌어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며 나아가 통일의 길로 나가는 첩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 유엔총회 인권 결의안 채택을 기점으로 앞으로 인권은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인권의 가치와 숭고함이 행여 다른 국가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단이나 국가 정쟁의 도구로 이용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늘로부터 받은 인권은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체제에서나, 어떤 종교문화에서나 마땅히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 국가 기관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비인도적 감시, 통제, 위협, 고문, 강제노역, 강제구금, 제도적 폭력, 성폭행, 공개처형 등등은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사실 인권(人權: human rights)이 지켜지고 존중 되어야 할 곳이 어디 국가뿐이겠는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이 다른 사람의 인권에 대한 무지와 무시와 외면에서 나온다. 고국에서 일어난 아파트 경비원 자살 사건이나, 대한항공 1등석에서 일어난 사건도 상대방의 인권에 대한 의식만 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어린이에 대한 인권, 실버(silver) 시설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인권, 장애자나 사회적 소수자인 LGTB(레즈비언-게이-트랜스젠더-바이섹슈얼)의 인권 등등 우리가 대하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존중 받고 존중해야 할 소중한 인권의 주체들이다. 심지어 요즘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의 권리(動物權)에 대한 논의와 인식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인권은 개인끼리 주고받는 배려 차원의 대상이 아니다. 이를 넘어선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 다른 나라의 인권은 나와 무관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 전체가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이며, 한 국가가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에는 다른 국가들이 목소리를 합하여 지키기를 촉구함으로 지켜내야 하는 글로벌 시대 전지구적 가치다.
이번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북한 인민(人民)들의 인권이 크게 개선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어느 나라도 인권 앞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어떤 사람도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 약자에 대한 인권 무시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의 부단한 노력과,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개인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지구촌 모든 나라 사람들이 더한층 남에게 바라대로 남에게 해 주고(성경, 마태오 7:12), 자기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않는 충서(忠恕; 논어, 이인편)의 실천을 통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인권이 존중 받는’ 따뜻한 세상을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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