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삼주전 아침 열시쯤 나는 큰 손주 녀석의 전화를 받았다.그랜마! 헬프미!라고 시작한 그 녀석의 말은 자신이 지금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와인 몇잔을 마셨는데, 경찰에게 드렁크 드라이브로 체포가 되어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속은 하얗게 되어서 어서 빨리 그 녀석을 경찰서에서 빼 내야지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느냐고 다급하게 묻자, 손주 녀석 말이 지금 당장 라이트 에이드나 씨비에스로 가서 그곳에서 파는 그린모니 닷이란 것을 사서 자신이 삼십분쯤 후에 전화를 할때,그 그린 모니 뒤에 적혀 있는 아랫 부분을 긁으면 떠오르는 숫자를 읽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랜마! 다행히 제 레코드가 깨끗해서 이천불만 내면 모든 챠지를 다 없던 것으로 해준대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마침 현찰이 있던 것을 들고 먼저 라이트 에이드로 쫓아 가서, 그 그린 모니 닷이란 것을 찾으니까, 판매원 말이 자기들은 더 이상 그 물건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유는 너무 사기가 많아서 그것을 중단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애가 다시 삼십분쯤 후에 전화를 건다니까 마음이 급해서 곧장 씨비에스로 가보니까 마침 그곳에는 그 그린 모니 닷이란 것이 있어서 한장에 오백불 하는 것을 네장을 사서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애 전화를 받고, 남편이 뒷면에 있던 숫자를 읽어 주었다.
"땡큐! 그랜마! 제가 나가는대로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서 드릴께요.곧바로 전화도 드릴께요.아무 염려도 하지 마세요".
전화는 그렇게 끊어지고 그날 하루 종일 아무데도 가지 않고, 이제나 저제나 하고 눈 빠지게 그애 전화를 기다렸으나 저녁까지 전화는 오지 않았다.그 순간 갑자기 라이트 에이드의 클락 말이 떠올랐다.자신들은 너무 사기가 많아 그 물건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 나면서 그때야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어쩌면 나도 사기를 당했는지도 몰라!하는 순간에 나는 어느새 우리 큰 아들의 전화 번호를 돌리고 있었다.
"빨리 쟈슈아한테 전화를 해봐!그애가 샌프란시스코에 갔는지 안갔는지 말야!나는 거의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엄마!쟈슈아는 오늘 아무데도 간적이 없대요.아무래도 엄마가 사기를 당한것 같아요".
아들 애는 혀를 차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이 눈 뜨고 멀쩡하게 사기를 당했나 하는 것이 너무 분하고 또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잃어버린 이천불도 물론 아깝지만, 바보 같은 내 자신에게 더 화가났다.나는 남편에게 한바탕 퍼부었다.
보통때는 늘 의심이 많고 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던 사람이 왜 오늘은 그렇게 순진하게 당했느냐고___.
사기꾼들은 절대로 엄마 아빠에겐 전화를 걸지 않고 꼭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만 거는 이유는, 우리 늙은이들의 약한 마음을 알고, 그걸 이용한다는 것이었다.나는 늘 모범적인 그애가 첫번째 내게 그랜마! 쟈슈아예요,라고 말을 시작해서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그애가 생애 한번 실수를 해서 제 엄마나 아빠에겐 비밀로 하고,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은 어떻게 그들이 내 손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곧 딸이 쫓아와서, 근처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니까, 그들의 말이 이런 식의 전화 사기는 미국이 아니라 캐나다나 아프리카 같은데서 오기 때문에 추적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우리 손주의 음성이 조금 다르다고는 순간 생각했지만,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감기가 들렸나 하는 정도의 생각만 잠시 머리를 스쳐갔을 뿐이다.내가 더 기막히고 한심했던 것은 내가 돈을 보내고 나서 순간 기도를 했던 일이다.하나님!마침 제가 현찰이 있어서 금방 돈을 보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이 아이로닉을 무어라고 설명해야 하나!그러나 쏟아진 밀크는 다시 줏어 담을수가 없다.내가 마음을 진정하게 된 일은 다음날 생겼다.우리가 매일 아침에 하는 운동중, 내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떨어진 혈당으로 인해 비실비실 하며 당장 쓸어질듯 해서 911을 부르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나는 그날 깨달은 것이 있었다.이천불이란 돈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생과 사를 좌우할수는 없었다.난 그돈이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
그러나 순간에 좌우되는 생과 사는 얼마나 그 순간 순간이 귀중한가? 나는 이 헤프닝을 천하에 고백하고 바보가 됐지만,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이일로 인해 나 같은 바보가 되지 말고 좀 영악해 졌으면 싶다.이 세상은 눈뜨고 코 베가는 세상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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