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행복이 넘치는 추수감사절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편은 온전히 기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추수감사절 연설 역시 풍성한 기쁨과 감사보다는 미국인의 일치를 호소하는데 방점(傍點)을 찍은 듯했다. 이는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인 18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에서 촉발된 이른바 퍼거슨 사태 때문이다.
퍼거슨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입장이나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경찰의 과잉진압 여지가 다분함에도 법원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하여 불기소처분을 내렸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 ‘숨진 흑인 소년과 총을 쏜 백인 경찰’이라는 흑백갈등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작용 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퍼거슨 시에서 일어난 흑인 중심의 시위와 소요(騷擾)는, 뉴욕 LA 시카고 심지어 영국의 런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운동선수들이나 학생들 사이에도 행진, 도로점거, 손팻말 들기, 쏘지 마세요(Hands up, Don’t Shoot!) 몸짓 등등 동조하는 시위나 공감하는 행동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폭력이나 약탈 그리고 방화 같은 도를 넘어선 시위로 변질되기도 하였고, 이 과정에서 일부 한인 상점들을 포함하여 여러 상점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특별히 이번 퍼거슨 사태의 배후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정확한 조사와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가족과 많은 흑인들 그리고 일부 시민들은 이 소년이 ‘흑인 소년’이었기에 공권력에 의하여 부당하게 대우 받았고, 불리한 사법적 판결을 받았다는, 일종의 인종차별에서 오는 불이익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사태에 인종차별의 요소가 작용 했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미국은 이주민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국가이다. 그러기에 인종차별에서 오는 갈등이 있다면 이는 미국 시민의 일치와 화합은 물론 앞으로 미국의 장래까지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을 통하여 인종차별 여부를 엄격히 가려내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을 고치는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나서서 여러 가지 개선책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개선만으로 인종차별을 충분히 예방하거나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모든 시민들의 마음에서 인종차별의 유혹이나 잔재를 없애는 일이다. 차별적 행동은 우월의식이나 특권의식 혹은 편견이나 오만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마음을 새로이 하여 우월의식이나 특권의식, 오만이나 편견을 내려놓는 일이야말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그가 누구이건 혹은 어떤 인종이건 마음을 열어 ‘우리는 서로 하나’라는 대동(大同)의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서로 하나’라는 마음은 종교나 성현들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경전에서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는 곧 서로 하나임을 명심하고 서로 존중하고 섬기며 살라는 말씀이 있다.(마태 22:39) 또한 이미 기원전 479년경에 대동(大同)과 평등(平等)사회를 지향한 묵자(墨子)는 천하무인(天下無人)을 주장하였다. 이는 천하에 남이란 없다는 뜻으로 만인이 서로 하나임을 마음에 새기고 살라는 가르침이다.
올 추수감사절 특별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1센트와 5센트에 라틴어로 새겨져 있는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이라는 문구를 인용하였다. 이 말은 미국의 건국 정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하나’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서로 하나’라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성별(性別), 출신, 피부색 그리고 종교와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아름답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종차별의 근원적 해결책은 이미 우리의 마음에 있으며, 가까이는 우리가 매일 만지는 주머니 속 동전에도 새겨져 있다. ‘에 플루리부스 우눔’(우리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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