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공격에도 죽기를 거부하고 질긴 생명력을 과시해 온 오바마케어가 또 위기에 처해졌다.
감당 가능한 의료법(Affordable care Act)이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헬스케어 개혁정책, 오바마케어에는 빈틈이 많다.
의회와 행정부, 공화당과 민주당이 타협하여 개선할 수 있는, 개선해야 할 결점들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관심은 오바마케어의 개선 아닌 폐지에 있다. 폐지에 대한 집착이 거의 불치병 수준이다.
그 결과, 선거도 끝나고 이젠 관심권에서 벗어날 만도 한데 예상치 못했던 재공격이 이어지면서 입법화 4년째인 오바마케어는 다시 치명적 타격을 우려하며 불안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오바마케어 폐지안 표결이 새해 공화당 천하의 연방의회 최우선과제 중 하나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폐지를 공약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많아서다. 물론 통과된다 해도 상원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와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입법화는 불가능할 상징적 표결이다.
부분 공격은 다르다. 의료장비 세금부과부터 고용주의 의료보험 제공 의무화, 개인가입 의무화에 이르기까지 각 조항에 대한 폐지 내지 변경법안은 사안에 따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와 오바마 대통령의 양보를 얻어낼 수도 있어 계속 시도될것이다. 새해에도 오바마케어는 고달픈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21일엔 오바마케어 관련 대통령 행정명령 남용을 이유로 연방하원이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의회의 입법권한을 침해했다며 두 가지 사안을 지적했다. 첫째 고용주에 대한 종업원 보험제공 의무화조항의 시행을 ‘대통령 마음대로’ 연기했다는 것 -공화당이 시행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조항이다. 둘째, 저소득층 가입자에 대한 코페이와 디덕터블 부담을 줄여준 보험사에 정부가 그 경비를 지원한 것은 의회가 공식 책정한 보조금이 아니므로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하원의 소송은 원고의 ‘법적 자격’이 충분치 않고 쟁점이 법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어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그러나 만약 승소한다면 저소득층 가입자의 부담이 급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화당 의회나 하원의 소송보다 오바마케어를 훨씬 더 불안하게 하는 위협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다. 오바마케어의 연방보조금을 타겟으로 보수진영이 제기한 소송인데 기각될 것이라는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지난달 초대법원이 심리를 결정한 것이다. 엊그제 상원 공화당 대표 미치 맥코넬도 “오바마케어를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오바마케어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각주 정부가 설립한 온라인 보험거래소를통해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3개주와 워싱턴D.C.를 제외한 37개 주정부는 자체 거래소를 설립하지 않아 연방정부가 대신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여력이 안 되어 연방과 파트너십으로 운영하는 주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화당 주지사와 주의회가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며 설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번 ‘킹 대 버웰’ 소송에서 보수진영이 문제 삼은 것은 국세청을 통해 세금크레딧 형태로 지급되는 연방보조금 조항이다. “주에 의해 설립된 거래소를 통해 가입한” 소비자에게 지급된다는 구절을 들어 연방거래소 통한 37개주 가입자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모든 미국민에게 감당 가능한 보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제정된 법이 “운좋게 거래소를 설립한 주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보조금을 주려고 했다”고 해석하라는 셈이다.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소송의 쟁점부터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대법원 판결의 전망은 밝지않다. 2년 전 진보 대법관들 편에 서서 오바마케어의 개인가입 의무화 조항에 합헌 판결을 이끌어낸 후 보수진영의 분노를 샀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번에도 오바마케어 편에 설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내년 봄에 심리하여 6월에 나올 최종결정에서 연방거래소 통한 보조금이위법으로 판결될 경우, 그 영향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보조금을 못 받으면 보험가입이 급감하고, 가입자가 줄어들면 보험료가 올라가며, 보험료가 올라가면 건강한 사람들의 탈퇴가 늘어나고, 주로 병든 사람만 남게 되면 보험료는 더욱 올라가고… 헬스케어 시스템은 혼란에 빠지고 오바마케어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37개주 주정부가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현재 연방거래소를 통해 보조금을받고 있는 가입자 약 500만명이 자칫 무보험자로 전락할 것이다. 플로리다의 90만명, 텍사스의 61만5,000명, 노스캐롤라이나의 32만5천명… 그중엔 지난 1월 오바마케어를 통해 기존 병력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않고 연방 보조를 받아 보험에 가입한 후 4월 간 이식수술을 받은 54세의 가장 데이빗 테드로도 포함되어 있다.
“오바마케어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나를 구해준 이 제도를 대법원이 무효화 시킬까봐 나는 지금 너무 두렵다. 내게 있어 보조금은 생과 사의 차이다”라고 그는 호소한다.
설마 연방대법원이 수백만 서민들을 무보험의 늪으로 밀어 넣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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