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업률 최저 소비자 신뢰도 상승
▶ 집값 급등 재융자 소유주 늘어
■ 연말 주택시장 이모저모
주택매매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이 둔화되는 등 주택시장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는 반면 주택 건축업계의 전망은 장밋빛이다. 소비자 신뢰도가 큰폭 개선되면서 이에 자신감을 얻은 주택 건축업계가 밝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소유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융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재융자를 하면서 그동안 필요했던 목돈 마련이 가능한 ‘캐시아웃’ 재융자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말을 앞둔 주택시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주택 건축업계 신뢰도 회복
주택 건축업계가 11월에도 밝은 전망을 이어갔다. 지난 9월 9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주택시장지수는 11월 소폭 하락했지만 2005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며 주택 건축업계의 신뢰도가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전국주택건축업협회’(NAHB)와 웰스파고 은행이 집계하는 주택시장 지수는 11월중 약 58을 기록, 전달 54에 비해 향상됐다.
주택시장지수는 주택건축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 및 향후 업계의 시장 신뢰도를 조사한다. 9월 중 지수는 59를 기록,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바 있다.
케빈 켈리 NAHB 회장은 “소비자 신뢰도가 개선되면서 주택 건축업계 전망도 매우 밝아졌다”며 “전국적으로 새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늘고 구입 계약 체결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이자율이 4%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과 실업률이 6년래 최저치로 떨어져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향상된 점 등에 주택 건축업계도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수가 50 이상을 기록하면 현재 시장상황과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음을 의미한다. 11월 중 단독주택 판매지수는 62로 전달(57)보다 급등했고 향후 6개월간 판매 전망도 전달 64에서 11월 66으로 상승했다.
◇ ‘캐시 아웃’ 재융자 통한 목돈 마련 증가
‘캐시 아웃’ (cash out) 재융자를 통해 목돈마련에 나서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다. 국영 모기지기관 프레디맥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체 재융자 중 캐시 아웃 재융자 비율은 약 28%로 전 분기 약 21%, 지난해 3분기 약 14%에 비해 증가했다.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한 대출 금액은 3분기 중 약 80억달러로 전 분기 대출액 약 56억달러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시 아웃 재융자는 기존의 모기지를 낮은 이자율로 재융자하면서 주택시세 상승분 중 일부를 현금으로 대출받는 재융자다. 재융자 후 모기지 원리금이 불어나지만 요즘처럼 이자율이 낮은 시기에는 페이먼트 금액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어고려해 볼만하다.
지난해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캐시 아웃 재융자가 가능해졌다. 캐시 아웃 재융자를 실시한 주택 소유주 중 일부는 모기지 이자율을 기존보다 크게 낮춰 페이먼트 낮추기와 목돈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고 있다.
재융자를 통해 마련된 현금으로 이자율이 훨씬 높은 크레딧 카드 부채상환 등에 활용하면 이자 비용을 기존보다 더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해 이자비용을 월 약 300~500달러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캐시 아웃 재융자가 올 초부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조만간 대출이 다시 감소하고 타이밍을 잘못 선택할 경우 자칫 페이먼트 부담을 키울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아직까지 4% 초반대로 캐시 아웃 재융자 실시에 큰 부담이 없지만 이자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페이먼트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래도 주택가격이 뒤받쳐준다면 앞으로는 캐시 아웃 재융자보다는 기존의 모기지는 그대로 두고 2차 융자를 통해 목돈을 마련하는 홈에퀴티 라인오브 크레딧 재융자 신청이 다시 늘 전망이다.
◇ 셀러 ‘호가’ 여전히 상승세
주택가격 상승세가 많이 둔화됐지만 상승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셀러들이 집을 내놓는 가격인 ‘호가’ (asking price)가 전국적으로 여전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터넷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에 따르면 전국 100여 대도시 지역 중 호가가 전년 대비 하락한 지역은 불과 9곳에 불과했고 40여곳에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나머지 지역의 호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0월 중 시장에 나온 주택이 한두 달 뒤에 팔린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 매매가격 역시 호가와 비슷한 추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조금 높은 가격대에 매매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폭이 둔화됐을 뿐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나타냈다. 10월 중 호가는 전달보다 약 1% 올랐고 지난해 10월 대비 약 6.4%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호가는 중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대부분 올랐고 지난해 주택가격이 급등한 서부와 라스베가스에서는 둔화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 ‘첫 주택’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12년 걸려
생애 첫 주택 구입을 꿈꾸며 지금부터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하려면 몇 년이나 걸릴까? 부모나 친지의 지원 없이 첫 주택 구입을 위한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10년간을 꼬박 일해도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매물 정보업체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첫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20%를 자력으로 마련하는데까지 무려 약 12년 반이라는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티 트랙은 현재 주택 중간가격인 약 25만9,000달러짜리 주택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약 5만1,800달러(20%)와 최근 개인 저축률인 약 5.6% 등을 기준으로 기간을 산출했다.
최근 주택구입 여건이 개선되지않고 사회 초년생층인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구입이 갈수록 힘들어짐에 따라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낮추기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연방 주택금융국’(FHFA)을 주축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3% 다운페이먼트 안이 실행돼 보편화되면 첫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마련 기간은 약 2년 정도로 단축된다. 다만 다운페이먼트 마련기간에 주택가격 상승이 있거나 가구 소득에 변동이 생기면 기간은 더욱 연장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밀레니엄 세대는 크레딧카드 부채, 차량 할부금, 주택 임대료 등의 부채 비용을 떠안고 있어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필요한 기간은 실제로 더욱 연장될 수 있다.
◇ 연말 앞두고 차압통보 갑자기 급증
지난 10월 중 차압통보를 받은 주택이 갑작스런 증가를 기록했다. 연체 통보, 경매일정 통보, 은행압류 통보가 발부된 주택 숫자는 10월중 약 12만3,109채로 전달보다 약 15%나 급증했다(리얼티 트랙 조사). 주택 약 1,069채 중 1채 꼴로 차압 통보를 받은 셈으로 대규모 차압사태 시기인 2010년 3월 이후 월별 대비 가장 높은 증가를 나타냈다.
10월 중 차압 통보가 급증한 것은 은행 측의 경매일정 통보가 한꺼번에 발부된 데 따른 결과다. 10월 중 발부된 경매일정 통보는 약 5만8,869건으로 전체 차압 통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은행 측은 연말 경매일정이 다소 지연되는 점을 피하기 위해 한두 달 앞선 10월에 경매일정을 몰아서 통보하는 관행이 있다. 지난해 주택가격이 급등했고 주택구입 수요도 증가해 차압 매물이 처분이 원활해진 것도 은행 측이 경매일정 통보를 대거 발부한 요인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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