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태어나서 일생을 건강하게 살수만 있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만,우리가 살다 보면 질병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고, 이런 병 저런 병으로 건강을 잃게 된다. 더구나 나이가 육십쯤 되면 보통 건강하게 살던 사람들도 여기저기 몸둥이가 고장이 나서 여러가지 약들을 복용하게 되고 아픔을 호소하게 된다.
내 주위를 돌아보면 거의 건강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약 한두개 아니 한웅큼씩 약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혈압약과 당뇨약, 거기다 몸에 좋다는 몇가지 보조약까지 합치면 약통이 꽉찰 지경이다.
당뇨는 매일 매일이 음식과의 전쟁이다. 이 병은 얼마나 자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당을 조절하게 되고, 그 합병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과나 바나나 같은 과일도 반을 먹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고, 혈당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당뇨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암과 같은 병보다는 낫다고 나는 자위를 해본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 것을 느낄 때는 일주일마다 챙기는 약통이 벌써 비어서 ‘어머나! 벌써 다 비었네!’하며 스스로 놀랄 때이다. 칠십대가 되니 정말 칠십마일로 달려 가는 것 같다. 어쩌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인생이 즐겁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너무 빨리 지나가면 내가 정말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이렇게 빨리 완주해도 될까를 염려하게 된다.
어찌보면 우린 모두 똑같이 태어나서 인생이라는 길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경주하는 사람들이다. 한세상 잘살며 잘 뛰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 사람들은 그 반대로 잘 살지 못하고, 건강을 잃어서 잘 뛰거나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내 친구 중 한 남편은 이제 앞으로 사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고 의사의 선고를 받았다. 친구는 담담하게 그 말을 우리에게 전했다. 사실 그 친구의 남편은 지난 수년간을 삼백 파운드가 넘는 몸무게와 심장, 우울증까지 합해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오랫동안 괴롭혀 왔다.
‘긴병에 효자없다’라는 우리 말의 속담이 있듯이 이렇듯 오래 끄는 병은 가족들을 지치게 만든다.
지난 주말 막내 아들 생일에 가족 몇명이 모였는데, "난 아주 내 일생을 잘살았다"라고 남편이 말해, 왜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느냐고 딸애가 지 대디에게 항의를 했다. "대디! 아빠의 생애는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현재형으로 말해주세요"딸애는 그렇게 힐난하면서도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래서 딸이 없는 사람들은 서럽다고 말하나 보다. 딸애는 아빠의 다리가 나아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남편의 통풍은 심하지는 않지만, 한번 다리를 부딪치면 오랫동안 낮지를 않고, 정상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신장이 나빠진 탓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그 병을 숨기려고 한다. 의사에게 다녀온 날 내가 남편에게 어떠냐고 물으면 다 괜찮다고 말한다.
물론 나는 그말이 다 진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일생 술을 좋아한 남편의 간이 늘 무사하지 않다는 것 쯤은 나도 알고 있다. 미국 속담에 ‘그래도 나는 불꽃과 함께 내 삶을 끝낼꺼야’라는 말이 있다.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은 내 방식대로 살꺼야"란 말과 같은 말이다.
술도 담배도 없는 인생은 너무 재미없는 인생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쯤 되면 누가 뭐래도 소용이 없다.
물론 우리들은 누가 먼저 가고 뒤에 가는 것 뿐, 죽음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한번 사는 인생을 헛되게 살고 싶지 않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왕이면 멋지게, 폼나게, 신나게 살고 싶은 것이다.
요즘 황혼 이혼이 한국에서 유독 유행이어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황혼 이혼을 하는 이유가 그동안 참을대로 참았다, 아이들도 다 키워 놓았다, 한번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마지막 이유가 멋진 사랑을 하고 싶어서였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인가 보다. 내 친구는 아픈 남편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그들의 사랑을 태평양 바다 가운데 남기기 위해서다. 그들의 염원처럼 그 사랑이 영원히 거기 남아 있었으면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